[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지난해 9월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고인과 그의 동기 두 사람을 제외한 기상캐스터 단체대화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8일과 29일 강명일 MBC 노동조합(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요안나 사건의 보도를 이어갔다.
강 위원장은 "오요안나와 날씨 중계 현장에서 같이 방송하고 중계차에서 얘기를 했던 경험이 있다"며 "(고인은) 젊고 활기차고 생기가 넘치는 기상캐스터로서 MBC에 큰 자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15일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운의 사고가 있었다"며 "당시 사고가 나고 숨졌을 때 바로 신고가 들어와서 MBC에 부고가 뜨고 이래야 하는데 전혀 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요안나의 유서가 발견됐고 그 내용에 따르면 선배들이 계속 교육을 시키고, 지각을 했다고 꾸중하고, 남아서 정신 교육을 시키고, 버럭버럭 훈계했다"며 "보도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사망 전인 9월6일에도 1차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도 (MBC 내부에) 보고가 됐을 것"이라며 "오요안나가 이때 안면에 부상을 입었는데 동료 아나운서한테 방송을 부탁하면서 일주일 동안 방송을 못했고 그 다음 일요일에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연 기상 파트나 기후환경팀에서 이 사실을 몰랐을까. 몰라서 이 부분을 보도국에 얘기를 안 했다는 걸 그대로 믿어야 하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며 "(MBC가) 이 사실을 인정한 게 지난해 12월 초인데 당시 보도가 나올 때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유서 얘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유족에 따르면 오요안나 씨가 1년 동안 받은 월급 명세서에 찍힌 돈은 1600만원"며 "한 달에 130여만원을 받고 새벽에 나와서 일을 했다"며 "잠을 못 자고 생체 리듬이 바뀌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일들이 구조적으로 발생해서 더 놀라운 사실은 유퀴즈 사건 이후 기상캐스터 6명 단톡방이 오요안나와 그의 동기까지 2명을 제외한 4명으로 따로 단톡방이 만들어졌다"며 "2명을 왕따시키는 방을 만들었다"고도 전했다.
앞서 공개된 고인과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가해자는 고인이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자 "너 뭐 하는 거야? 네가 유퀴즈 나가서 무슨 말 할 수 있어"라는 고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MBC이라는 방송국이 으리으리하고 제일 큰 방송국이 아니냐. 그러면 제일 큰 방송국답게 사람을 대하고, 고용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썩을대로 썩어갖고 이렇게 해서 무슨 보도를 하느냐"고 질타했다.
한편 고인이 남긴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MBC는 고인이 사망한 후 따로 조사를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MBC는 지난 28일 고인이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고충을 알린 사실이 없다면서도 유족이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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