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측 "국회·선관위 병력 투입 위헌·위법…탄핵사유"
윤 측 "야당 사법·입법 마비시켜"…부정선거 의혹 거듭
헌재, 20일 변론 그대로 진행…시작 1시간 늦추기로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참석해 있다. 2025.02.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김정현 최서진 김래현 이소헌 기자 = 국회 측과 윤석열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8차례 탄핵심판 변론 과정을 정리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국회 측은 비상계엄은 명백한 위헌·위법하기 때문에 헌재가 윤 대통령을 신속하게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국민 호소용 계엄'이라며 헌법적 틀 내에서 계엄을 실행됐다고 맞섰다.
헌재는 이날 오후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기일은 그동안의 변론 과정에서 이어진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정리해 의견 진술을 들었다. 그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증거 조사도 실시했다.
◆국회 측 "국회·선관위 병력 투입 위헌·위법…탄핵사유"
국회 측은 헌법수호를 위해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신속히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헌정수호, 국민의 자유와 안전 등 모든 헌법 수호 관점에서 파면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 측은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 이후 국회 침탈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중대한 법 위반 사유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해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다고 했다.
국회 대리인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이수 변호사는 "만에 하나, 헌재가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해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이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라며 "우리 공동체와 구성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측은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군 병력과 경찰을 투입한 것이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명백한 탄핵사유가 된다고 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시킨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려 한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회 측은 포고령 1호에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은 국회 활동의 정당성 여부를 대통령인 피청구인이 판단해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했다.
국회 측은 선관위 군 투입 목적은 윤 대통령의 '개인적 의혹 해소'에 있다며 그럼에도 "헌법기관을 침탈한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측 전형호 변호사는 "선관위의 기능을 병력 등으로 정지시킨 것은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권력 분립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대통령이 파견한 계엄군 감시 아래 대통령 및 행정부의 선거 관여행위 감시·단속은 불가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직접 의견을 발표할 것은 없으며 대리인단에 일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2025.02.18. photo@newsis.com
◆윤 측 "야당 사법·입법 마비시켜"…부정선거 의혹 거듭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이유로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주장하며 국민 호소용 계엄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야당의) 줄탄핵·헌재 구성 방해, 예산 폭거, 이재명 방탄 입법, 정부 정책 법안 발목 잡기 등 현정부의 사법과 입법 행정 마비시키는 일을 했다"며 대통령께서 단시간 내 국민 호소용 계엄 실시한 것"이라고 했다.
송 변호사는 "소수 병력으로 실무장을 금지했고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 투입을 계획대로 시행된 계엄이었다"며 "큰 물리적 충돌이나 국민의 피해 사례는 없었고 해제 요구에 따라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종합 진술에서 계엄 선포 배경으로 줄곧 지목해왔던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제기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여러 사례가 있음에도 선관위가 제대로 확인은 하지 않고 단순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 도태우 변호사는 "대통령은 전 국민이 뽑은 최고의 대의제 기관으로서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바 제도적인 견제의 불가능함이 확인됐을 때 방관하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 측은 군사적·비군사적 조치가 포함된 현대전을 의미하는 하이브리드전이 국제 정세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라고 인식한 이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 과정에서 증인들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된 국회 봉쇄 지시, 의원 끌어내라 지시, 정치인 체포 지시를 모두 부인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 봉쇄에 대해선 상시 출입증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한 사람들에 대한 출입 통제였을 뿐이라고 했다.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수행한 병력이 없었고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헌재를 찾았으나 참석하지 않고 구치소로 바로 돌아갔다. 이날 절차는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 양측이 발표하는 것인 만큼 직접 의견을 발표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윤 대통령 측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2025.02.18. photo@newsis.com
◆헌재, 20일 변론 그대로 진행…시작 시간 한 시간 늦추기로
헌재는 형사재판을 이유로 오는 20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변경해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 측 요청을 일정 부분 수용해 변론 시작 시간을 한 시간 늦춰서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4일 윤 대통령 측은 20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10차 변론기일의 일정을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다. 당일 오전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일정을 변경해 달라는 취지였다.
문 권한대행은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오전 10시이고 오후 2시에 탄핵심판을 잡으면 시간 간격이 있다"며 "재판부가 주 4일 재판을 하고 있고 증인 조지호에 대한 구인영장 집행을 촉탁하는 점, 10차 변론기일에 피청구인 측이 신청한 증인 3명을 신문하는 점을 종합해 20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이 "준비할 것이 많아 재판을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할 수 있어서 가능하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을지 의논해 달라"고 거듭 요청하자 헌재는 10차 변론기일의 시간을 1시간 늦추기로 했다.
이에 재판부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오후 3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오후 5시,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오후 7시에 각각 신문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또한 한 총리의 경우 당초 윤 대통령 측이 요청한 증인이었으나, 국회 측 신청을 받아들여 쌍방 증인으로 정했다.
헌재는 앞서 건강상의 이유로 두 차례 불출석했던 조 청장에 대해서는 구인영장을 발부했으나, 조 청장은 헌재에 불출석 사유서를 다시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오는 20일 변론을 끝으로 증인 신문을 끝내고 1~2차례의 최후 변론을 들은 후 통상 2주 간의 평의를 거쳐 3월 초중순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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