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18년간 교회를 가장한 '인간 사육장'에 감금돼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다 탈출한 여성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11일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서는 13세 때부터 무려 18년간 성 착취를 당했다는 피해 여성 박쀼라메리드(34)씨의 사연이 다뤄졌다.
쀼라메리드는 가명이 아닌 본명으로, 이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오 목사'였다. 쀼라메리드는 "교회에서 이름을 많이 바꿨다"며 "지금도 내 이름이 헷갈릴 정도"라고 말문을 열었다.
오씨는 자신의 교회를 운영하며 아동 수십명을 감금, 성 착취한 혐의로 지난 2022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쀼라메리드에 따르면, 오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특별한 의식을 치렀다. 첫 번째 의식은 '음란죄 상담'이었다.
그는 "자기 죄를 밝히고 목사님 앞에서 고백하면 죄가 없어진다고 가르친다. 음란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죄니까 그걸 밖으로 빼내야 한다며 몸으로 표현해 보라고 했다"며 "13세가 뭘 알겠냐. 옷을 벗고 알몸으로 ○○ 찍듯이 자기 앞에서 표현하라고 했다. 너무 끔찍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두 번째 의식은 '목사님에 대한 사랑 고백'으로, 피해 여성들은 "목사님 사랑합니다" "목사님과 잠자리 갖고 싶어요" 등의 말로 표현하면서 영상을 찍어야 했다.
더 충격적인 건 세 번째 의식이었다. 피해 여성들은 오씨가 지정한 상대와 결혼하고, 지정한 날짜에 합방해 임신해야 했다. 태어난 아이는 즉시 부모와 분리돼 따로 키워진다는 게 쀼라메리드의 설명이다.
쀼라메리드는 13세 무렵 부모 손에 붙들려 처음 오씨 교회를 찾았다. 그는 "초등학교 때 전교 3등도 하고 경시대회에서 상도 탈 만큼 공부를 잘했다"며 "꿈이 의사였는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다. 단칸 셋방에 여섯 식구가 모여 살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 우연히 따라간 교회에서 명문대 출신 선생님이 밀착 과외를 해주겠다고 했고, 맛있는 밥을 해주고 좋은 옷을 입혀 줬다"며 "우리 가족에게 없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저도 그런 걸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쀼라메리드의 교회 생활은 점점 '지옥'으로 변해갔다. 오씨가 본색을 드러내면서다. 오씨는 세상 지식, 세상 것들이 모두 '마귀'라며 바깥세상과 아이들을 철저히 차단했다.
쀼라메리드는 "(마귀를) 빼내기 위해 안수기도 하면서 때리기도 했고, 교회에서 살 거면 학교도 그만두라고 해서 결국 그만뒀다"며 "(오씨가) 정말 예수님 같은 신적인 존재로 여겨졌던 것 같다. '죽으라면 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고 토로했다.
오씨는 또 '음란죄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자기 방인 '목양실'로 불러 변태적 행위를 요구했다.
쀼라메리드는 "(오씨가) 억지로 '음란한 생각을 했다'고 인정시킨 뒤 이를 몸으로 표현하라고 했다. 그 당시엔 남자랑 잔다는 것 자체를 몰랐는데, 성관계하는 모습을 자기 앞에서 하라고 한 뒤 이를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급기야 오씨는 모녀 신도에게 음란죄 상담을 강요하기도 했다.
12년간 교회에 감금돼 겨우 탈출했다는 신씨는 "엄마와 음란죄 상담을 많이 시켰다. 제일 견딜 수 없었고 수치스러웠다"며 "(오씨가) 다 벗고 침대에 누우라고 한 뒤 캠코더로 우리를 찍었다. 서로 신체 부위를 만지라고도 했다. 그때 일 때문에 아직도 엄마와 단둘이 있는 게 뻘쭘하다. 한 번 하면 한 2~3시간씩 하고, 하루에 많게는 두 번 했다"고 털어놨다.
쀼라메리드는 "사람들은 제 나이 기준에서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할 거라고 뽑고 일을 시킨다. 그런데 저는 맞춤법도 잘 모르고 간단한 계산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그들의 시선에선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머저리처럼 보일 것 같다. 직장생활에서 번번이 적응을 하기 힘들어서 옮겨 다니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수진'이라는 이름을 되찾고 탈출 6개월 만에 공인중개사에 합격했다고 한다.
현재 또 다른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는 그는 "엄마·아빠랑 같이 살고 학교에 가고 이런 유년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듯이 지금 제 나이에 있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함. 그런 것들을 제일 바라는 것 같다"며 "세상에는 정말 이런저런 사람들이 많은데 저를 너무 다르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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