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2조원 퇴직연금 시장 판 바뀌나…은행·증권·보험 경쟁 격화

기사등록 2026/10/30 11:37:52 최종수정 2026/10/30 12:38:24

은행권 적립금 275조5000억원으로 절반 차지…증권·보험업계도 운용 경쟁력 강화

기금형 도입·사외적립 의무화에 시장 재편 전망…국민연금 참여 여부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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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금융증권 기자 = 퇴직연금 시장 확대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가 맞물리면서 금융권의 고객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체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관리하는 은행권은 수익률과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 나선 가운데 증권·보험업계도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의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은행,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고객 유치 경쟁 본격화

30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275조5000억원으로 전체 금융권 적립금(542조1000억원)의 50.8%를 차지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은행권이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 은행권은 증시 호황에 따른 투자 수요 증가에 맞춰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을 확대하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실제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권의 원리금비보장형 적립금 비중은 확정기여형(DC)이 32.6%, 개인형퇴직연금(IRP)이 44.5%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10.6%포인트, 9.4%포인트 상승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와의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진 데에 따른 것이다.

오는 2030년까지 모든 기업의 퇴직급여 사외적립이 의무화되면, 기업금융 거래 기반과 탄탄한 전국 영업망을 갖춘 은행들이 신규 고객 유치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들은 기존 거래 기업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영업을 강화하면서 중소기업에 특화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며 고객 기반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은 금융권의 경쟁 구도를 바꿀 변수로 꼽힌다. 기금형은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과 달리 별도의 전문 수탁법인이 여러 기업의 적립금을 모아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둔 주요 금융지주들이 별도의 수탁법인을 설립해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기존 은행과 증권사 간 적립금 유치 경쟁이 금융지주 차원의 자산관리·운용 경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활성화되면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에 머물던 자금 일부가 이동하면서 금융사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신규 고객 유치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운용 수익률 상향과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력 강화가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활성화하면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의 자금 일부가 기금형으로 이동하면서 금융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신규 고객 유치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증권·보험업계도 촉각…기존 DB형 중심의 사업 구조를 보완 과제

보험업계도 시장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07조3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04조7415억원 대비 2.46%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증권업권 적립금은 25.51%, 은행업권은 8.04% 늘었다.

상반기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업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19.4%로, 처음으로 20%를 하회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기업이 운용 책임을 지는 DB형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사업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DC형과 IRP 시장이 커지면서 증권업권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말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DB형은 81조1694억원으로 전체의 75.6%를 차지했다. DC형은 19조4644억원(18.1%), IRP는 6조6868억원(6.2%) 수준이다.

퇴직연금 의무화로 시장 외형이 커지는 만큼 보험업계에서는 기존 DB형 중심의 사업 구조를 보완하고 가입자의 투자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운용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장기 자산운용 경험과 안정적인 자산관리 역량은 보험업권의 강점으로 꼽히지만, DC·IRP 경쟁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에 따른 시장 확대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종진 한국투자증권 연금혁신본부장은 "근로자 입장에서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단이 확장돼 수익률 향상에 전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종진 본부장은 "기금형 도입은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 시장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으며, 증권사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가입자 입장에서도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 확대돼 수익률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험자산 투자 한도 완화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 완화와 투자상품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DC에 대한 개선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운용성과뿐 아니라 서비스와 교육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가입자의 자산이 자본시장에서 장기간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도 참여?…정치권 시선은 부담

국민연금공단의 참여 여부도 관심사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7일 노동부 종합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의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선일지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국민연금의 운용성과와 투자경험 등을 내세워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 의지를 밝혀왔다.

김 이사장은 지난 6월 출입기자단 대상 온라인 설명회 당시 "금형 퇴직연금은 조기 정착이 중요한데 1500조원 이상의 거대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성과를 낸 국민연금공단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 자산 배분이 중요한데 이런 일을 가장 잘 해본 기관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공단"이라고 했다.

또 "국민연금이 참여하면 기존에 비해 3분의 1 정도 수수료, 3배 이상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최근 정치권 등에서 국민연금이 정치적 목적으로 증시 부양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논란이 나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