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홍해 해협 봉쇄…글로벌 원유·원자재 우회 공급망 차단
국제 유가 급등 글로벌 인프레이션 압력↑…나프타 가격 고공행진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마저 막힐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산 원유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음료·유통업계 한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나프타 등 포장재 원료 수급난이 회복세를 보이나 했더니 재차 불안해진 데다 국제유가와 환율, 해상운임까지 동반 상승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제품 가격 인상은 물론 소비 위축으로 피해가 확산할 우려가 나온다.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를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글로벌 원유·원자재의 우회 공급망이 차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상황에서 홍해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핵심 우회로 역할을 해왔다.
실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몇 달간 하루 약 360만 배럴 규모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수출해왔다.
이 항로를 이용하는 원유 대부분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
하지만 후티 반군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실제 유조선 2척에 대한 공격애 나서면서 분위기는 얼어붙고 있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을 언급하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이달 초 저점 대비 약 28% 상승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건 5월 이후 처음이다.
더욱이 글로벌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선언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선박 통항량은 34% 감소했다.
해상정보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사우디산 화물을 실은 유조선 4척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도착하기 전 회항했다. 이들 선박에는 원유와 경유, 나프타를 합쳐 총 380만배럴이 실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휴전 협정 논의로 유조선과 화물선 입항이 재개되며 나프타 등 포장재 원료 확보에 나섰던 국내 산업계도 수급 불안과 조달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에 놓이게 됐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나프타 공급량은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4월 평시 대비 70% 수준까지 급감했다가, 최근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평시 대비 80~90% 수준까지 회복했다.
수급 불안도 문제이지만 가격도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t당 833.63달러로 일주일 사이에 17.06% 올랐다. 연초와 비교하면 70.70% 올랐다.
특히 식음료업계는 원유 가격 상승이 페트병과 비닐, 용기 등 석유화학 기반 포장재 가격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주요 식품 원료의 국제가격도 운송 차질과 물류비 상승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원가 부담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통기업 역시 상품 매입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를 동시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소비 침체로 판매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가운데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 할인 행사 축소나 납품단가 조정, 수익성이 낮은 상품의 운영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발 공급망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식음료 가격 인상이 일부 품목에 그치지 않고 먹거리 및 생활물가 전반으로 번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 해소에 따른 원가 부담 완화 및 수급 안정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원유, 원자재값뿐 아니라 해상운임의 인상도 부담이 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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