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친족 특례 적용…형사처벌 어려워
전주 일가족 살해 등 과거 면책 사례도 반복
국수본 "입법 정리 필요"…법조계 개정 이견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지난 7일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 장 모 경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장윤기의 차량에서 사라진 케이블 타이 실물을 확보했다. 검찰은 피해자를 결박하거나 제압하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이 케이블 타이를 장윤기의 범행 목적이 성범죄였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주요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장 경감은 장윤기 자취방을 찾아 리얼돌과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 등을 임의로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해당 행위는 형법상 친족 특례 적용 대상이어서 증거인멸죄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형법 제151조와 제155조는 친족이 본인이나 친족을 위해 범인을 숨기거나 증거를 인멸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 친족 특례를 두고 있다. 가족 공동체를 보호하고 친족에게 가족을 고발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사건에서 범죄 은폐에 가담했더라도 동일하게 면책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둘러싸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장윤기 사건에서는 경찰이 장 경감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친족 특례의 적용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족 특례가 적용돼 처벌을 피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1년 전북 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에서는 현직 경찰관이던 외삼촌이 조카의 범행 사실을 알고도 주변인들에게 현장 유류품을 치우고 차량을 세차하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방계 4촌 이내 친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친족 특례를 적용해 무혐의 처분했다.
장윤기 사건 이후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가족의 범죄 사실을 은닉하거나 증거를 인멸해도 처벌하는 이른바 '친족 특례 폐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형법상 범인은닉·증거인멸죄에 적용되는 친족 특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족상도례도 시대 흐름에 맞춰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친족 특례 조항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지난 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면서 친족 특례와 관련해 "이번 건을 제외하고도 일반적으로 수사하면서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잘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해 법 개정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현행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제도의 취지는 유지하되 다른 법률을 통한 보완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맞섰다. 친족 특례의 문제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개정 방향을 두고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를 아예 처벌하지 않는 현재 제도는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며 "친족 특례는 폐지하고 친족 관계는 법원이 양형 과정에서 참작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경찰 등 특정 직군만 예외적으로 친족 특례를 배제하는 방안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직업군만 배제하면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무원이 직무 과정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직권남용 등 다른 범죄 적용 여부를 따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친족 특례가 가족 공동체 보호와 개인의 양심 보장이라는 입법 취지에서 도입된 만큼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예외를 확대하는 방식의 입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친족에게 가족을 고발하거나 불리한 행동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과 가족 공동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족 특례는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경찰처럼 직무상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관련 사건에 개입한 경우에는 징계나 직권남용, 교사범 성립 등 다른 법률을 통해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강력범죄나 특정 직군만 예외를 두는 방식의 입법이 적절한지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제도 안에서도 다른 법률을 통한 처벌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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