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아니라 우기"…변해버린 한반도 여름

기사등록 2026/07/08 08:23:33 최종수정 2026/07/08 08:54:48

비 내리는 일수 줄었지만 강도는 역대급 치솟아

여름철 단기 방재 기준 탈피해 재난 체계 개편해야

[광주=뉴시스] 광주지역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3일 밤 광주 북구 운암동 일대가 침수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2025.08.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여름철 한반도의 하늘이 완전히 달라졌다. 장기간 완만하게 이어지던 전통적인 장마철 풍경은 자취를 감추고, 특정 지역에 기습적으로 물폭탄을 쏟아붓는 형태의 아열대성 강수 패턴이 정착하는 모양새다. 학계와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 이상 장마라는 용어 대신 우기로 고쳐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강수 패턴의 체질 변화는 기상청이 오랜 기간 축적한 정량적 통계 자료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상청이 전국 관측망을 정비한 이후 지난 113년간의 기상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한반도의 연간 전체 강수량은 기존보다 100~160mm가량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비가 내린 날을 뜻하는 강수일수는 오히려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의 총량은 늘어났으나 비가 내리는 날짜 자체가 줄었다는 것은, 한 번 비가 내릴 때 압도적인 강도로 쏟아지는 극한 호우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음을 증명한다.

가장 최근인 2025년 여름철(6~8월) 기상 통계는 이러한 변화상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당시 전국 평균 강수량은 619.7mm를 기록하며 평년값인 727.3mm의 85% 수준에 머물렀고, 강수일수 역시 평년보다 9.2일이 적은 29.3일에 그쳤다. 여름철 전체 기상 중 장마 기간만 떼어놓고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2025년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200.5mm로 평년보다 156.2mm나 적었으며, 장마철 강수일수는 평년의 절반 수준인 8.8일에 불과해 관측 역사상 네 번째로 적은 일수를 기록했다. 장마 기간 자체도 남부지방이 13일, 제주도가 15일에 그치며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로 남았다.

기존의 한반도 장마는 한여름 대치하는 성질이 다른 두 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이 한반도 상공을 오르내리며 장기간 전국에 비교적 고르게 비를 내리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정체전선의 영향력보다 대기 불안정으로 유도된 좁은 구역 내 국지성 극한 호우가 지배적이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예보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관광객들이 우산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2026.07.06. chocrystal@newsis.com

실제 관측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7월부터 9월 사이 전국 16개 관측 지점에서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기록된 데 이어, 2025년에도 가평, 서산, 함평, 군산 등 15개 지점에서 동일한 수준의 강한 비가 관측됐다. 특히 전북 군산의 경우 9월 7일 한 시간 만에 152.2mm의 비가 내리며 해당 연도 전국 최고 시간당 강수량을 경신했다.

앞선 2024년에는 경기 평택에서 하루 263.5mm, 경남 거제에서 241.5mm의 일강수량이 기록되며 각 지역의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2025년 7월 16일부터 20일 사이에는 불과 수일 동안 전국적으로 200~700mm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전개됐으며, 이 기간 충남 서산과 경남 산청의 시간당 강수량은 각각 114.9mm와 101.0mm를 마크했다. 2025년 여름철 총강수량 자체는 평년보다 적었음에도, 시간당 100mm를 넘나드는 치명적인 폭우가 여름 내내 13차례나 발발한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꼽힌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 중 수증기량이 급증하면서, 언제든 폭발적인 비구름대가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한반도의 기후 특성이 온대성에서 아열대성으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여름철 한 달 남짓한 기간을 '장마철'로 규정하던 기존의 방재 기준과 기상 학적 정의를 전면 수정해, 아열대성 '우기'에 맞춘 새로운 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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