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코디언' 출간…앵벌이 소년의 생존투쟁기
"음악은 죽음의 반대말"…당시 음악으로 시대상 보여줘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재밌는 해프닝"
"계속해서 소설 쓸 것…현실의 부조리 보여줘야"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소설가 천명관이 10년 만의 장편소설 '아코디언'으로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한국 전쟁 직후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전쟁의 상흔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앵벌이 소년들의 삶을 그려냈다.
2004년 첫 장편소설 '고래'로 등단과 동시에 주목받은 천명관은 2023년 이 작품의 영어 번역본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상상력과 우화적 서사로 이름을 알린 그가 이번에는 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17일 서울 마표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천명관은 "처음 (작품의) 아이디어를 가진 것은 20년 정도 됐다"며 "무수히 많이 쓴 메모 중에 꼭 쓰고 싶었던 것 중 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작품은 2012년 '길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창비 블로그에 연재됐지만 완결되지는 못했다. 이후 영화 작업에 다시 뛰어들면서 집필이 중단됐고, 최근 3년 간의 개작 끝에 다시 태어났다.
"한국전쟁에 대해서 쓰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어요. 제가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이 사건이야말로 인류사에 드물고 끔찍한 거대한 비극입니다. 한국전쟁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자장(磁場)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개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개작이 처음부터 쓰는 것보다 힘들었다"며 "원래 글을 어렵게 쓰지는 않지만 여태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소설 속 소년들은 전쟁 이후에도 계속되는 폭력과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 앵벌이 조직을 이끄는 '양 목사' 아래서 생존을 위해 구걸하고, 장애와 가난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천명관은 "가장 비참하고 밑바닥에서 희생되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한 인간이 입체적인 복잡성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또다른 축은 음악이다. 주인공 '동이'가 우연히 낡고 붉은 아코디언을 발견하면서 무기력한 삶에 생동감이 생긴다. 소설의 각 장 제목 역시 '럭키 서울', '목포의 눈물', '슈샨 보이' 등 1950년대 대중 가요에서 따왔다.
천명관은 "그때의 노래들은 민중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닿아있었다"며 "(당시) 우리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려했던 음악들에서 이번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다시 태어나면 반드시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에서 공기 같은 것"이라며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고,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것은 (다른 생명체와 달리) 놀이를 하고, 그러면서 예술의 탄생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순간도 회상했다.
그는 이를 '재밌는 해프닝'이라고 소개하며 "이때 불가리아 작가 고스포디노프가 수상했는데, 상을 받고 나에게 오더니 악수를 청하며 '너가 받을 줄 알았어'라고 말하더라. 자기가 받아서 미안하다고 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영화를 하면서도 결국 마지막에는 소설을 쓰는 삶을 보내고 싶다는 구상을 했다.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소설을 계속 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저는 현실의 부조리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 내 마음은 늘 여기에 가 있고, 불평등과 사회 모순을 담아낼 수 밖에 없고, 공감이 곧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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