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구호선 활동가들 “이스라엘 구금 중 성폭력·고문 당해”…이스라엘 “전면 부인”

기사등록 2026/05/23 17:27:36
[이스탄불=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가자 구호 선단'(글로벌 수무드) 소속 활동가가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를 뚫고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려다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구호 선단 외국인 활동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 여론 속에 추방됐다. 2026.05.22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인도주의 구호선단 참가자들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뒤 구금 과정에서 폭행과 고문,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캐나다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관련국들이 자국민 피해 정황을 확인하거나 조사에 착수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2닝(현지시간) BBC와 인디펜던트, CNN에 따르면 가자지구 구호선단 '글로벌 수무드' 측은 이스라엘군이 활동가들을 연행 구금하는 동안 최소한 15건의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일부 피해자는 총기로 강제 삽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 건의 강간 피해 신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 구호물자를 전달하겠다며 출항한 글로벌 수무드 선단은 지난주 튀르키예를 출발했다. 선단에는선박 50여척과 활동가 428명이 참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구호선단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돕기 위한 “홍보용 정치행동”이라고 규정하고 차단 방침을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키프로스 서쪽 공해상에서 선박들을 차례로 나포하고 활동가들을 억류했다.

구금당한 활동가들은 이스라엘 선박으로 옮겨진 뒤 아슈도드항으로 옮겨졌으며 상당수는 이스라엘 구치시설에 수감됐다가 22일까지 순차적으로 튀르키예 등으로 추방됐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아달라는 CNN에 “변호인단이 참가자들의 증언을 기록했다”며 “지난 10년 동안 구호선단 참가자들을 대변했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폭력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아달라는 활동가들이 전기충격기와 고무탄 공격을 받았고 일부는 뼈가 부러진 것으로 의심될 정도의 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 당국은 CNN과 BBC 등에 “제기된 의혹은 허위이며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모든 수감자와 피구금자는 법률에 따라 기본권을 존중받으며 전문 교육을 받은 교정 인력의 감독 아래 수용되고 있다”며 “의료 조치 역시 보건부 지침과 전문적 의료 판단에 따라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공식 절차에 따라 제기된 구체적 피해 신고가 있다면 관계기관이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호주 영화감독 겸 활동가 줄리엣 라몬트는 CNN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른바 “이스라엘 감옥선” 안의 화물 컨테이너에서 남성 5명에게 집단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스탄불 공항에서 이스라엘 당국이 지급한 회색 수의를 입은 채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가들을 다시는 이스라엘에 오지 못하게 하려는 계획적이고 집요한 폭력 캠페인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이 우리의 뼈를 부러뜨릴 수는 있어도 영혼까지 부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호주 국적 활동가 잭 스코필드는 병원에서 호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구금 기간 내내 지속적인 폭력과 잔혹 행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스코필드는 “손을 뒤로 묶인 고문 자세로 40분 동안 방치돼 고통 때문에 구토할 뻔했다”며 “심문 과정에서 머리를 책상에 세게 부딪혔고 가슴과 얼굴을 반복적으로 가격 당했다. 귀를 잡아당기는 집게도 사용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국 활동가 리처드 요한 앤더슨은 “우리는 구타와 고문을 당했고 조직적으로 비인간적 대우를 받았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매일 겪는 일을 아주 조금 이나마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활동가 메리엠 아자르는 귀국 후 기자들에게 “성폭력과 신체 접촉 피해를 당했다”며 “뺨을 맞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겨졌으며 갈비뼈를 무릎으로 받혔다. 몇 시간 동안 극심한 충격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 일파토쿼티디아노 기자 알레산드로 만토바니는 구금시설을 “공포의 장소”라고 표현하며 “옷을 벗겨진 뒤 땅에 내던져지고 폭행당했다”고 진술했다.

현지 이탈리아 검찰은 납치와 고문, 성폭력 가능성을 포함한 범죄 혐의에 대해 활동가들을 상대로 진술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아일랜드 활동가 카트리오나 그레이엄은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최소 15건의 성폭력 신고와 30건이 넘는 골절 피해 보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레이엄은 “동료 활동가가 고무탄에 맞고 다른 사람은 주먹으로 폭행당하는 장면을 봤다”며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국적자 37명의 귀국을 지원한 사브리나 샤리크는 “프랑스 참가자 5명이 갈비뼈 골절과 척추 손상 등으로 튀르키예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활동가 아드리앵 주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등과 팔에 생긴 멍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독일 외무부는 자국 활동가 일부가 부상을 입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서 “일부 의혹은 매우 심각하다”며 충분한 설명을 요구했다.

스페인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외무장관은 자국 활동가 44명 가운데 4명이 부상 치료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캐나다 아니타 아난드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에 구금됐던 캐나다인들이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는 상세 보고를 받았다”며 “캐나다는 자국민에 대한 중대한 학대를 단호히 규탄한다”고 표명했다.

그러면서 “책임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손이 묶인 활동가들이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영상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영상 속 활동가들은 뒤로 손이 묶인 채 이마를 바닥에 댄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었고 일부는 거칠게 끌려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들을 “테러 지원자들”이라고 조롱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해당 영상이 “인간 존엄성을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침해한 장면”이라고 규탄했다.

영국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도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에 나섰다.
그는 “벤그비르 장관의 행동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관련 당국에 활동가들을 가능한 한 빨리 추방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선단 차단 작전 자체에 대해서는 지지 입장을 유지했다.

구호선단은 2025년 10월 미국 중재로 체결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이후에도 식량과 식수 부족이 계속되는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전달하겠다는 목적으로 출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js@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