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중노위 조정 불성립 뒤 장관 지원 합의
노조 수락·사측 유보에 조정안 균형성 두고 평가 갈려
타 업계 확산 우려…"영업이익 배분 요구, 미래투자 부담"
노동부 "기업 이익 배분·교섭 구조 사회적 논의 필요"
[서울=뉴시스] 고홍주 박정영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1시간여 앞두고 대화를 통해 극적 타결을 이뤘지만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조선·방산 등 고수익 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서 노동위원회가 향후 복잡한 이익 배분 문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과제로 떠올랐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지청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지원 아래 6시간여 동안 막판 교섭을 벌인 끝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13일 1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18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2차 사후조정에서도 최종 조정은 불성립됐다.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배분 방식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 영업이익 기준 배분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도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라는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해왔다.
중노위는 2차 사후조정 과정에서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이를 수락하고 사측은 조정안에 서명하지 않으면서 결국 조정이 불성립됐다. 이후 김 장관이 직접 교섭을 지원했고, 노사는 적자사업부 성과급 배분 방식을 1년간 유예하는 방식으로 잠정 합의했다.
◆"노조 측에 기울어진 운동장"…중노위 조정 두고 뒷말
사측과 재계 일각에서는 당초 노조가 높은 수준의 요구를 제시한 상황에서 중노위 조정안이 노조 측 입장을 상대적으로 더 반영하면서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직접 조정을 주재한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19일 2차 사후조정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노조가 양보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사측 압박을 위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내일(20일) 오전에는 협상을 끝내야 한다", "파업 준비하는 사람은 파업을 준비해야 한다" 등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다만 이를 두고 곧바로 중노위 조정 과정이 편향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노동위 조정은 법원 판결처럼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절차가 아니라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점을 찾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노위 위원장이 ‘노조가 양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해서 노조 편을 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조정은 어느 한쪽 요구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주장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도 "누구 편을 들어서는 해결이 안 된다”며 "조정은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조는 원래 될 수 있는 것보다 높게 제시한 뒤 수정안을 내면서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노조가 양보했다거나 조정안을 수락했다는 사실만으로 중노위 편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N% 성과급' 요구 확산 조짐…'기계적 절충' 시험대
문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과급 확대 요구가 다른 업종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업종에서는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에 연동하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담았고, 완성차·IT·바이오 업계에서도 이익 공유나 성과평가 투명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와 선지급 등 보상 확대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노동위원회가 단순히 양측 요구의 기계적인 중간값만 찾아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노위는 노사 간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이번에는 회사 의견보다 노동계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된 것이 문제"라며 "성과급을 미래 투자보다 우선해 나눠 갖게 되면 기업이 미래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과급 요구 확산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달라는 요구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영업이익은 근로자가 권리처럼 가져갈 돈이 아니라 주주에게 귀속될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임금교섭을 넘어 기업 이익 배분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노동자 보상뿐 아니라 주주권과 미래 투자, 내부 보상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21일 "삼성전자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며 "새로운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많은 부가가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도록 사회적 대화를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도 앞서 국회에서 삼성전자 사태와 관련해 "향후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 현재 교섭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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