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면세 "생존이 우선"…편의점도 현실론
백화점·이커머스, 보상 체계 변화 흐름 주목
성과 보상 뚜렷한 뷰티 업계만 비교적 긍정
[서울=뉴시스]동효정 권민지 기자 =
"저희는 입사 이후 한번도 성과급 받아본 적이 없는데 마치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 같습니다."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합의가 재계 안팎의 화제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제조업 중심의 삼성전자와 달리 유통업은 업황과 수익 구조 차이가 큰 만큼 업계에서는 '유통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업종별 상황에 따라 체감 온도 역시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가장 복합적인 반응이 나오는 곳은 대형마트 업계다. 마트업계는 온라인 유통 확산과 소비 침체, 점포 효율화 압박 등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특히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이후 고용 불안감도 커진 상황이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노동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였다고 본다"며 "기업이 어려울 땐 노동자들도 함께 기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한거고 실적이 좋을 땐 그 이익을 일부가 독차지라는 게 아니라 성과를 함께 만들어온 노동자들에게도 당연히 돌아가야 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이미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반면 저희는 비정규직 노동자,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없을 수는 없다"고 했다.
마트업계는 제조업과 달리 영업이익률 자체가 낮고 인건비 비중이 큰 구조다. 여기에 노조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돼 있는 만큼 성과 배분 논의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성과급 확대보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생존 문제가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편의점 업계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편의점 산업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갖고 있지만 가맹점 수수료 구조와 낮은 영업이익률 탓에 제조업 수준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은 쉽지 않은 구조다.
편의점 노조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반응은 나뉘지만 우리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편의점 업계는 영업이익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가맹점주들이 개인 사업자인데다가 알바생들은 최저임금을 따라가야하는 등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사례가 향후 임금 협상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내년 임단협에서는 처우 개선이나 임금 인상 요구가 더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반면 면세업계는 성과급 논의 자체가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과거의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중심의 대량 구매 구조가 무너지면서 업황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금주 롯데면세점 지회장은 "면세업은 여행객이 늘어도 예전처럼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면세업계 노조 내부에서는 성과급보다 직무급제 도입과 고용 안정 문제가 더 큰 현안이라는 설명이다.
김 지회장은 "지금은 성과급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삼성 노사의 합의 사례처럼 하나의 물꼬가 트이면 업종별로 여러 논의가 이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대로 최근 가장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는 곳은 뷰티업계다. K뷰티 수출 호조와 글로벌 시장 확대 영향으로 브랜드사와 ODM사, 유통사 전반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최근 뷰티의 경우 산업 전반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며 "신생 기업 유입과 경쟁이 활발한 만큼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성과 중심 보상 문화도 확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뷰티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연간 세 차례 수준의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삼성전자 사례와 관련해 큰 동요는 없는 분위기"라며 "전반적으로는 성과에 따른 보상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뷰티업계는 제조업·유통업·브랜드 사업 성격이 혼재돼 있어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문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기업별 성장 단계와 수익 구조 차이가 커 실제 보상 수준 편차 역시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삼성전자 사례가 당장 유통업계 전반의 성과급 확대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업황 회복 업종을 중심으로 성과 보상 체계와 노동 분배 구조를 둘러싼 논의는 한층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화점업계는 최근 소비 양극화 흐름 속에서 명품과 VIP 중심 소비가 이어지며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경기 둔화와 내수 침체 우려 등으로 업황 변동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업계 내부에서는 성과 보상 체계와 노사 분위기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문제가 주요 노사 협상 의제로 부상하면서 반도체 업계를 넘어 산업 전반의 보상 체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관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업계 역시 삼성전자 사례를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도 업종 구조 자체가 다른 만큼 현실적으로는 체감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흑자 전환과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고는 있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비용 효율화와 안정적인 영업익 확보가 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어서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대규모 성과급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데다 기업별·개인별 보상 편차 역시 큰 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에 업계 내부에서는 성과급 규모 자체보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과정과 정부 대응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성과급 규모 자체보다 노사 교섭 과정에 정부가 이례적으로 개입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는 수출과 국가 신뢰도, 외국인 투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 전략 산업인 만큼 정부가 적절한 시점에 개입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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