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도 USB-C 쓰듯…플랫폼 간 장벽 낮춰 이용자 선택권 넓혀야"

기사등록 2026/05/21 15:41:11

이정헌 민주당 의원, '소비자 편익 확대 위한 상호운용성 개선' 토론회

아이폰·안드로이드 오갈 때 불편 줄여야…플랫폼 '락인' 완화 논의

플랫폼 장벽 낮추는 법적 기준 필요…국회서 제도화 논의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무인 휴대폰 충전함에 애플 라이트닝 케이블과 USB-C 타입, 마이크로 5핀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최근 애플은 2024년부터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 스마트폰 충전단자를 USB-C 타입으로 통일하도록 규정한 법률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계열 휴대전화 간 호환이 안 되는 스마트폰 충전단자가 오는 2024년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부터는 호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022.10.2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아이폰에서 쓰던 기능이나 데이터를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쉽게 이어 쓰고, 특정 플랫폼에 묶이지 않고 원하는 서비스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됐다.

서로 다른 기기와 서비스가 원활하게 연결되도록 하는 ‘상호운용성’을 제도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의 경쟁 기회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디지털 기술 상생 발전과 소비자 편익 확대를 위한 상호운용성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거대 운영체제(OS)와 플랫폼 사업자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데이터 등 핵심 기술 자원을 폐쇄적으로 운영할 경우 이용자와 기업 모두 특정 생태계에 묶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아이폰·안드로이드 장벽 낮춰야…플랫폼 ‘락인’ 완화가 핵심

상호운용성은 서로 다른 기기와 운영체제, 앱, 서비스가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특정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안에서만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제품·서비스와도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원철 숭실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모바일 단말에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의 상호운용성이 디지털 생태계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다른 기업의 제품·서비스와 원활하게 연동돼야 생태계 전반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상호운용성이 부족하면 이용자는 특정 플랫폼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다. 연락처, 설정, 이용 내역 같은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어렵거나, 기기 간 기능 연동이 제한되면 플랫폼을 바꾸는 비용과 불편이 커진다. 이른바 '락인'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문제가 된다. 국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플랫폼의 핵심 기능에 접근하지 못하면 이용자에게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결국 거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이 굳어지고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충전 단자 USB-C 통일처럼 연결 표준이 이용자 편의 넓혀

상호운영상 주요 사례로는 USB-C와 메시징 표준인 리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RCS), 파일 공유, 오픈랜 등이 있다.

USB-C 표준은 충전과 데이터 전송 분야에서 기기 간 호환성을 높였다. 과거에는 제조사나 기기별로 단자와 연결 방식이 달라 이용자가 별도 케이블이나 젠더를 써야 했지만 USB-C를 통해 여러 기기를 하나의 규격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스마트폰 간 파일 공유는 폐쇄성이 드러나는 대표 영역 중 하나였다. 애플 아이폰의 에어드랍과 안드로이드의 퀵셰어처럼 각 생태계 안에서는 파일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운영체제 간에는 이용할 수 없다. 이에 안드로이드가 보안을 유지하면서 퀵셰어와 에어드랍 간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브릿지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망 분야에서는 오픈랜이 사례로 거론된다. 오픈랜은 무선접속망을 표준화된 개방형 인터페이스로 구성해 다양한 제조사 장비가 함께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특정 장비 업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여러 공급업체가 장비와 SW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 비용 절감과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서비스에서도 상호운용성이 요구된다. 이 교수는 AI 모델이 여러 도구와 데이터, 서비스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공통 표준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서비스마다 다른 연결 방식을 따로 맞추는 구조를 줄여야 다양한 AI 서비스와 에이전트가 함께 작동할 수 있다는 취지다.

◆ 사후 제재보다 사전 기준…플랫폼 개방 법제화 될까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상호운용성 개념과 기업 생태계 현황, 해외 입법례, 국내 도입 시 쟁점 등이 논의됐다.

학계에서는 송경재 상지대 교수, 유영국 한신대 교수, 조혜신 한동대 교수가 참여했고, 정부 측에서는 남석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과 신승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시장조사심의관이 참석해 소관 부처 입장과 향후 입법·정책 과제를 설명했다.

자리에서는 상호운용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플랫폼과 서비스 간 기술적·기능적 연동을 보장하는 ‘상호운용성’의 사전적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헌 의원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국가 주권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AI 대전환 시대의 한 복판에 서 있다"며 "거대 플랫폼이 독점하고 있는 API와 데이터를 개방해 서비스 간 연동을 보장하는 상호운용성 제도화는 시장 공정성을 바로잡고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할 핵심 열쇠"라고 주장했다.

이어 "EU와 영국, 일본 등은 이미 사전 지정과 개방 의무를 부과하는 입법 속도전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의 디지털 자생력을 높이며 AI 강국 도약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법적·제도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