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쇳물·흩뿌린 물감 예술이 됐다…윤희 개인전

기사등록 2026/05/15 10:01:31 최종수정 2026/05/15 10:54:23

리안갤러리 서울, 6월 30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 윤희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얇고 날카로운 쇳조각들은 서로를 밀어내듯 솟구치며 폭발 직전의 긴장감을 만든다. 원뿔 형태를 기본 구조로, 녹아 흐르다 응고되는 금속의 찰나를 포착한 작업이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윤희(76) 개인전(Improvisation)은 물질이 형태가 되기 직전의 순간을 붙잡는다.

서울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윤희는 조각과 회화를 넘나들며 물질과 신체, 감각과 행위가 교차하는 생성의 순간을 밀도 있게 펼쳐낸다.

이번 전시에서도 통제와 우연, 계획과 즉흥 사이를 오가는 작업 세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신작 조각 연작 ‘Creusé’는 쇳물을 공중으로 던져 올리는 반복적 행위에서 출발했다. 쇳물이 흩어지고 엉겨붙는 과정 속에는 중력과 속도, 온도와 밀도가 응축돼 있다.

윤희는 재료를 완전히 지배하기보다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몸으로 반응한다. 날카롭게 갈라진 금속 표면은 마치 에너지가 굳어버린 흔적처럼 보인다.
윤희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지하 1층에서는 대형 회화 신작도 공개됐다. 붓 대신 물감을 붓고 뿌리며 던지는 방식으로 완성한 화면이다. 계산된 구도보다 즉흥적 감각과 신체의 리듬이 화면을 이끈다. 강렬한 색채와 속도감 있는 흔적들은 멈추지 않는 호흡처럼 캔버스를 가로지른다.

회화와 조각, 드로잉은 각각 독립된 장르로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충돌하고 스며들며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윤희는 “때로는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혹은 그림이 나를 이끌고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 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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