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국가도 보호해주지 않았다"…'탁월한 피해자'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글항아리)=후무칭 지음, 김주희 옮김
"호기심 때문에 당신을 취재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그런 목적이라면 그건 괴롭힘이겠지요. 무례하고 잔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여전히 알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남편을 살해하는 길을 선택한 건가요?"(55쪽)
대만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후무칭은 신간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에서 대만 최초의 여성 연쇄 살인·친족 살해범 린위루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린위루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인 대만의 유일한 생존 여성 사형수다.
저자는 단순히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린위루의 범행 이면에 놓인 사회 구조적 원인을 추적한다.
"죽음은 그저 어떤 것을 촉발하는 계기에 불과하며, 삶의 다른 상태에 비해 특별히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무심히 오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너무 쉽게 이름 붙인 채 지나쳐버린 것들, 그리고 끝내 제대로 질문받지 못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12쪽)
▲탁월한 피해자(생각의힘)=곽아람 지음
신간 '탁월한 피해자'는 한 언론인이 스토킹 피해를 겪으며 국가와 조직,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기록한 르포이자 자기 고백이다.
24년차 언론인인 저자는 회사 업무로 진행된 팟캐스트를 계기로 전혀 알지 못하던 이로부터 스토킹을 당한다.
가해자는 누리소통망에 저자의 이름과 직장, 직책을 공개한 채 성적으로 대상화한 영상을 반복적으로 게시했다. 계정이 정지되자 이번에는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영상을 올렸고, 경찰 수사 이후에도 범행은 이어졌다.
저자는 첫 고소 이후 일곱 차례 가해자를 고소하며 수사와 재판을 오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순진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피해자이니, 국가가 나를 지켜주리라 믿었다. 업무를 하다가 가해자의 표적이 됐으니 회사도 끝까지 나를 보호해 줄 거라 확신했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27쪽)
저자는 자신을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피해자"라고 표현한다.
펜을 든 건 오롯이 "나의 안전, 시스템이 부정한 당사자성의 획득, 다른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세가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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