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것 지지하는' 문화재단 공식 출범
첫 프로젝트 '고함 악필 대회' 수상작 전시
7307점 접수·총 26점 선정…"창작·기록 가치 확산"
아흔 창업주가 생의 끝자락에서 남긴 흐트러진 문장들은 '악필'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낸 삶의 궤적이었다.
한국 필기구 산업의 거목 고(故) 고홍명 한국빠이롯드만년필 회장과 함은숙 사장의 유지를 잇는 '재단법인 고홍명·함은숙 문화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14일 재단법인 고홍명·함은숙 문화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전날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출범 기념식을 열고, '쓰는 것을 지지하는 재단'이라는 핵심 가치를 선포했다.
고 회장이 생전에 남긴 설립 의지가 약 10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재단의 철학은 역설적이게도 '완벽하지 않은 글씨'에서 출발했다. 듀오 '패닉' 멤버이자 래퍼인 김진표 재단 이사장은 외조부인 고 회장의 낡은 일기를 정리하던 중, 노쇠한 손으로 힘겹게 써 내려간 마지막 기록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 반듯한 서체보다 뭉클한 감동을 주는 '악필'의 가치, 즉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지닌 본질적인 힘에 주목한 것이다.
출범 첫 프로젝트로 진행된 '고함 악필 대회'는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글씨는 없다'는 슬로건 아래 2주간 총 7307점의 작품이 쏟아졌다. 김이나 작사가와 공병각 캘리그래피 작가가 심사를 맡아 총 26점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수상작들은 이날부터 '스튜디오 고함'에서 열리는 전시 '악필, 그 울림.'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흔들리는 필체 속에 담긴 개개인의 생생한 서사를 조명하는 자리다.
김진표 이사장은 "쓰는 행위를 지지하는 재단으로서, 창작자 지원과 기록 문화 확산을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전했다. 전시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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