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역대 최대 낙폭…9·11 테러 직후도 뛰어넘어
"중동에 불났는데 왜 내 계좌가 타버렸나"…공포 심리 확산
[서울=뉴시스]김민수 기자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패닉 장세가 이어졌다. 특히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며 9·11 테러 직후 폭락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전날 5조원 넘는 순매수로 낙폭 방어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크게 꺾이는 등 시장 전반에 공포 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98.37포인트(12.06%) 하락한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159.26포인트(14.00%) 내린 978.44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12% 이상 급락하며 5059.45까지 밀렸다. 이는 1998년 한국거래소가 지수 낙폭을 집계한 이후 포인트·하락률 기준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게다가 이번 낙폭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12일(-12.02%),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 10월 24일(-10.57%),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2020년 3월 19일(-8.39%),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블랙먼데이를 맞았던 2024년 8월 5일(-8.77%) 등 역사적 급락 사례를 모두 웃도는 규모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장중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이날 오전 11시16분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11시19분 코스피시장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각각 발동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동시 발동된 것은 2024년 8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의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5794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729억원, 외국인은 2354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다만 전날 5조797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
급격한 지수 하락과 서킷브레이커 발동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공포 심리에 따른 차익 실현 및 일부 매도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장세는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 투자자들의 반응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특히 각각 11.74%, 9.58% 하락한 대형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탄이 이어졌다.
익명의 한 삼성전자 투자자는 "전쟁 때문에 떨어트리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틀 만에 이렇게 빠지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나"라고 푸념했고, 한 SK하이닉스 투자자는 "손·발이 떨려서 펜이 안잡히고 부장님 잔소리도 안들린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중동에 불났는데 왜 내 계좌가 타버린 것이냐", "전쟁을 우리나라가 하는 것이 틀림없다"와 같은 자조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이 공포 심리에 따른 과도한 가격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국내 증시 역사상 드문 급락 장세가 나타나면서 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힌 모습"이라며 "살벌한 가격 움직임이 언제 진정될지, 현재 시점에서 주식을 팔아야 할지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연구원은 "현재 공포 심리 속에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 이익 전망이 훼손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투매에 따른 매도 결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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