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원 샤넬백·6000만원 목걸이 수수 유죄
法 "지위 높으면 금권 접근 다반사…경계해야"
주가조작 가담·무상 여론조사 의혹 무죄 판단
法 "시세조종 인지했어도 공범 증명은 안 돼"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소헌 기자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김 여사가 징역 1년8개월을 선고 받음에 따라 전직 대통령 부부가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실형을 받게 됐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씨 무상 여론조사 의혹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오후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압수된 6000만원 상당의 그라프목걸이 1개 몰수와 1281만5000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 ▲명태균씨 무상 여론조사 의혹 ▲통일교 금품(샤넬 가방 2개·그라프 목걸이 등) 수수 의혹 등 크게 3가지 범죄사실 중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12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600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수수 부분은 정부 지원 등 통일교측의 구체적 청탁을 인식한 상태에서 김 여사가 고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이 인정돼 유죄로 판단됐다.
다만 8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수수할 당시에는 통일교 측의 청탁이 없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성립하려면 '청탁'과 '대가성'이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는 "2022년 7월 5일 1271만원 상당 샤넬 가방을 교부받을 당시 통일교 청탁 내용인 정부 차원의 경제적 지원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인식 의사 하에 샤넬 가방 등을 교부받은 것은 알선 명목으로 수수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영부인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라며 "우리 사회의 솔선수범이 되어야 하며, 결코 비리의 반면교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리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으나, 공적인 지위가 명리(名利) 추구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권력의 주변에는 금권의 접근이 다반사일 수밖에 없기에,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더욱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청탁과 결부돼 공여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한 채 수수했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며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처럼 영부인으로서 절제하며 품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재판장을 바라보지 않은 채 미동 없이 주문을 들었다. 실형이 선고되자 고개를 숙이고 변호인과 짧은 대화를 나눈 후 퇴정했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명태균씨 무상 여론조사 제공 의혹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각각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심은 가지만 공모의 증거가 없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김 여사가 '내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일 수도 있겠다'고 짐작(미필적 인식)했을 수는 있지만, 주가조작 세력과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등 시세조종을 위해 공모한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또 주가조작 선수들이 김 여사에게 작전 내용을 보고했다는 기록이 없고, 김 여사가 직접 주문을 낸 정황도 부족해 '단순히 돈을 맡긴 투자자(전주·錢主)'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2011년 이전의 행위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공모 관계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돼야 한다"며 "만약 그와 같은 증명이 부족하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무상 여론조사 의혹은 명씨의 자발적인 제공이라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명씨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배포한 점 등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독점한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약속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김 여사는 2009~2012년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금을 대는 전주(錢主)로서 권오수 전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거래 등 3700여 차례 매매 주문을 하는 방식으로 8억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본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7000여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공짜로 받아본 후 그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명씨와 친분이 있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에게 샤넬백 2개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8000만원 상당의 명품을 받고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공적개발원조(ODA)', '유엔(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 통일교 현안 실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결심공판에서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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