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종전 임박" 자신하지만…전후 구상 곳곳 '지뢰밭'

기사등록 2025/09/30 15:02:17 최종수정 2025/09/30 17:50:24

트럼프 "하마스만 남았다"…사흘 주며 최후통첩

하마스 수용 미지수…합의 후에도 파기 가능성

과도기 안보, 통치, PA 참여 등 세부 사항 미흡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가자 종전 구상이 중동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5.09.30.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 종전이 그 어느 때보다 임박했다며, 전쟁 종식과 전후 가자 운영을 위한 구상을 전격 발표했다.

중동에 평화를 가져올 계획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했지만, 합의부터 이행까지 걸림돌이 산적해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가자지구 종전 및 전후 구상을 발표했다.

총 20개 항으로 구성된 이번 계획에는 양측이 동의하면 전쟁이 즉시 종결되며,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인질 및 수감자들을 석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점진적으로 철군하며, 과도기 가자지구를 통치할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설치된다. 이를 감독할 평화위원회도 설치한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맡는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개혁을 완료하면, 가자 통제권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되찾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팔레스타인 자결권과 국가 수립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될 수 있다며, 그 전제 조건으로 "개혁 프로그램 충실한 이행"을 들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하마스는 배제되며, 가자지구 안보는 임시국제안정화군(ISF)이 맡는다.

[워싱턴=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가자 전쟁 종식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백악관이 공개한 지도로,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방안을 담고 있다. 2025.09.30.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구상에서 "이스라엘이 이 합의를 공개적으로 수락한 뒤 72시간 내 생사와 관계없이 모든 인질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마스가 거부하면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마스에 사흘간 시간을 주며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가자 전쟁 종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자신했다.

하마스가 받아들이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큰 외교적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자 전쟁 종식에 나아가 이스라엘이 중동 국가와 관계 정상화를 위해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 체결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공동 기자회견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가자지구 전쟁 종식 계획에 네타냐후 총리가 동의했으며, 하마스의 동의만 남았다고 밝혔다. 2025.09.30.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전쟁이 종전되기까지 난관이 존재한다.

우선 하마스가 이 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하마스에 무장 해제를 요구하고 향후 가자지구에서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하마스가 정치적 대가 없이 받아들인다면 그 자체로 패배를 선언하는 셈이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인 하테르 알누누는 알라라비TV와 인터뷰에서 "우린 전쟁이 계속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익과 상충하지 않는지 모든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합의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72시간 내 인질을 석방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합의 후에도 가자지구에선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구실로 어느 쪽이든 합의를 깨버릴 수 있다.

[가자시티=AP/뉴시스] 지난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사전 경고 이후 공습한 가자지구 가자시티 내 고층 건물인 마카 타워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5.09.30.

세부 사항이 부족한 점도 걸림돌이 될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기 가자지구를 통치할 위원회 구성 방법이나 위원 선정 방식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PA의 참여 여부도 모호하다. PA가 개혁을 완료할 때까지 과도 정부가 가자지구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개혁 내용이나 기준, 시기 등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PA를 중심으로 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보장도 없다.

ISF 참여 주체나 활동 범위, 이스라엘군 철군 시간표 등 명확한 기준도 세우지 않았다.

[텔아비브=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재 미국 대사관 분관 앞에서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이들의 즉각적인 석방과 전쟁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2025.09.30.

CNN은 "중동에서 평화 계획이 없었던 적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복잡한 역사적·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전쟁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에너지를 쏟으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개인적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이번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중대 발표 형식의 화려한 방식이 아닌, 음지에서 외교적 노력으로 당사자 간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 팔레스타인 국가 이니셔티브 공동 설립자는 CNN에 "불행히도 이 계획엔 지뢰가 가득 차 있다"며 "이행조차 방해할 거대한 지뢰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지뢰는 이스라엘이 인질을 되찾은 뒤 취할 행동"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재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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