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회사에 아내의 부고 소식을 알리며 눈물을 쏟아낸 직원의 행동이 알고 보니 직장을 그만두기 위한 '거짓 연기'였다는 황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12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경기도 평택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제보자 A씨의 사연이 다뤄졌다.
A씨는 "16년 동안 이쪽 업계에 있으면서 나름 사람 보는 눈 있다고 생각했는데 산산이 부서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8월 30대 남성 B씨를 신입 직원으로 채용했다. 면접 당시 B씨는 "평범한 직장에 다니다가 정비에 뜻이 생겼다"며 "변호사 공부를 하고 있어 이후 미국에 가 중고차를 팔면서 공부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비소 경험이 없던 탓인지 B씨는 실수가 잦았다. 후진하다 주차된 손님 차량 3대를 들이받는가 하면 손님 차를 수리하다 엔진을 고장 낼 뻔했다. 또 본인 차를 수리하다 부품을 파손하기도 했으며, 손님 차의 브레이크액 통 입구를 잡아 뜯는 사고까지 쳤다.
A씨는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B씨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보단 공구 작업복을 지원해주고 리프트도 한 대 추가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동료들 역시 시간이 모두 해결해 줄 거라 믿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어"라고 격려했다.
그런데 B씨는 지난 9월부터 아내가 대장암 초기라는 얘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하고 다니더니 지난달 갑자기 "아내가 숨졌다"며 퇴사를 요청했다.
그는 "아내가 다른 지병을 숨겼더라. 처가 식구들과 의논 끝에 조용히 가족장으로 정리하기로 해서 빈소나 조문은 따로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는 B씨를 위로하면서도, 마음이 석연치 않았다. B씨가 월급을 받고 난 직후 퇴사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세금 관련 문제로 증빙 서류가 필요하다. 사망진단서든 화장장 영수증이든 하다못해 영정사진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B씨는 "죄송하다. 아직 마음이 보낼 준비가 안 돼 있어서 못 내겠다. 제 아이 살점을 떼는 느낌이다. 그냥 나쁜 놈 하고 거짓말쟁이 하겠다. 못 내겠다"며 오열했다. 이후에도 B씨는 서류 제출을 거절하다가 A씨가 거듭 요청하자 그제야 "거짓말했다"고 고백했다.
거짓말한 이유에 대해 B씨는 "예전부터 그만두려고 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혼날까 봐 두려웠다"며 "가족 핑계 대면서 그만두겠다고 하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겠다 착각했다"고 털어놨다.
또 B씨는 '사건반장' 측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아내와 부부싸움을 크게 했다"며 "아내가 '내가 죽었다고 하고 관둬'라고 얘기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해버렸다"고 전했다.
A씨는 "(직원이 배우자 부고를 전했을 때) 직원들 모두 울었다"며 "이번 일로 너무 충격받았다. 이렇게까지 연기할 수 있나. 직원을 뽑은 것을 너무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저런 사람 무섭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가족들이 직장 다니라고 떠밀기보단 병원 가서 치료받도록 도와줘야 할 것 같다" "허언증은 병이다" "마음씨 따뜻한 대표님과 직원분들이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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