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승진 후 2년 1개월만에 부회장 올라
"조선 경기 불황에도 미래 준비·경쟁력 확보"
낮은 지분 숙제…8000억 상속재원 마련해야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 =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장 승진 후 빠른 속도로 부회장직까지 오르면서 HD현대가(家)의 '승계 시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지난 10일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10월 사장에 오른 지 2년 1개월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한 뒤 차례대로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사장을 거쳐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정 부회장은 세계 조선 경기 불황에도 선박영업과 미래기술연구원 등에서 일감 확보·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준비에 힘을 쏟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HD현대의 주력인 조선 사업 외에도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다른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앞장섰다.
정 부회장의 승진으로 HD현대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HD현대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권오갑 회장이 회사를 진두지휘하며 이끌고 있다. 정주영 창업주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정치를 시작한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가, 정 부회장이 사내 경영을 맡기 시작하면서 오너 경영체제가 부활하고 있다.
권 회장은 정몽준·정기선 2대에 걸쳐 신임받으며 올해 3월 3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오는 2026년 2월까지다. 현재 그룹 내에서 권 회장이 사업 전반을 총괄한다면, 정 사장은 보다 젊은 감각을 활용해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는 구도다.
승계 작업에 있어 정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낮은 지분이다. HD현대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정 부회장의 지분은 5.26% 수준이다. 최대 주주는 정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 지분이 26.6%에 달한다. 상속세율이 60%인 점을 고려하면, 승계 시 정 부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8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HD현대 배당 등을 통해 이 같은 상속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승계의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한편 정 부회장은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처음으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올해 초 CES 2023에서 그룹의 비전을 알린 데 이어 2년 연속 참석이다. 정 부회장의 이런 행보는 주요 전시회에 참석하며 글로벌 경영 보폭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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