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범' 푸틴 만나는 시진핑, 예전같은 '브로맨스' 과시할까?

기사등록 2023/03/20 17:03:00 최종수정 2023/03/20 17:34:57

ICC, 푸틴 전범 지목…시진핑 공범 부담감 느껴

중국 우크라 평화안에 러시아도 줄곧 '미온적'

우크라 해법 의견차...미국도 中역할에 회의적

【모스크바=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5일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으로 입장하고 있는 모습. 2019.06.06.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일 러시아를 방문해 반미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러 정상이 과거와 같은 브로맨스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첫 외교일정으로 20일 러시아 방문에 나선다. 중국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일부터 22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하고 방문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다.

이번 방문 과정에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임할 것으로 보이지만, 처음부터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전쟁범죄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격 발부했다.

ICC는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들을 불법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입장에서 전범으로 낙인이 찍힌 푸틴 대통령과 과도한 친밀감을 과시할 경우, 공범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중립을 표방하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두 정상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계 없는 우정을 과시해 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이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두 정상은 양국 간의 유대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측이 내놓은 우크라이나 평화구상이 러시아에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 역시 적극적인 수용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12개 조항의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제안을 내놓은 이후 러시아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 평화 구상의 12개 조항은  ▲각국 주권 존중  ▲냉전적 사고방식 포기  ▲휴전과 종전 촉구  ▲평화협상 개시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  ▲민간인 및 전쟁 포로 보호  ▲핵발전소 안전 유지  ▲전략적 위기 감소  ▲곡물 운송 보장 ▲일방적 제재 중단 ▲산업망 공급망 안정성 보장 ▲전후 재건 추진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미국 등 서방을 비난하고 중러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데는 한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의견차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두 정상의 브로맨스는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양자회담에서도 균열 조짐을 보인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당신들의 질문과 우려에 대해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공개된 두 정상의 모두 발언과 회담 후 양측에서 나온 결과 발표에는 중국이 제기한 질문과 우려가 어떤 것인지, 러시아가 어떻게 설명했는지 나와 있지 않다. 아울러 중국이 공개한 발표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와 연관된 내용이 아예 없다. 일정 부분 의견차를 인정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평화회담의 다른 한 축인 미국은 시 주석의 방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시 주석의 중재자 역할을 가로막는 요소로 평가된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일종의 휴전 촉구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양국 회담에서 나오는 휴전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점령을 승인하자는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 모든 것이 푸틴에게 시간을 더 주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시 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대화하기를 바란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관점도 들어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세계 문명에 진정한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향후 며칠, 몇 주가 지날수록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한다는 점점 더 많은 증거를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당국자들은 시 주석이 평화적 임무로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표방하지만,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은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목적이라고 본다"면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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