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결과, 가혹행위 추가로 밝혀져
잠 안 재우기, 물 뿌리기, 케이블 타이 결박
결국 피해자, 폐렴 및 영양실조로 사망해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나체 상태의 '34㎏ 주검'으로 발견된 남성 박모(20)씨가 목숨을 잃기 전 당해야 했던 일들 중 새롭게 밝혀진 것들이다. 20대 남성 3명이 박씨에게 이토록 가혹행위를 가하거나 상황을 방치한 혐의(보복살인 등)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검찰 조사를 통해 박씨로 죽음으로 몬 이들의 악행이 추가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박씨를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면 살인죄 적용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일 정도다. 박씨의 '친구'라는 이들은 도저히 20세 대학생의 행위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계획적이고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저지른 모습을 보였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안모(20)씨와 김모(20)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영리약취죄·공동강요·공동공갈·공동상해 혐의로 지난 8일 구속기소했다. 이들 범행에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된 박씨의 고교 동창 A씨는 영리약취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단계에선 확인되지 않았던 안씨와 김씨의 만행을 추가로 공개했다. 박씨는 안씨와 김씨의 가혹행위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와 김씨는 당초 박씨를 괴롭히긴 했지만 그나마 자유롭게 서울과 대구를 왕래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박씨가 상해죄로 자신들을 고소해 올해 1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자 앙심을 품고, 고소 취하 강요 등을 목적으로 박씨를 납치한 뒤 대구에서 서울로 데려왔다.
이후 지난 4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박씨를 주거지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한 뒤 고문해 폐렴 및 영양실조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박씨를 감금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씨와 김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께까진 청소기 등으로 박씨를 수회 때려 6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엔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때려 박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가혹행위에 그치지 않고 박씨에게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안씨와 김씨는 지난 4월부터 6월께까지 노트북 수리비를 빌미로 박씨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방식 등으로 578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박씨를 협박해 허위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4회에 걸쳐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비정한 만행을 거듭한 안씨와 김씨가 전과도 없으며 갓 소년티를 벗은 20세 대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안씨는 모 대학 실용음악학과에 다녔고, 마지막으로 이들이 거주했던 연남동 오피스텔은 안씨의 부모가 음악 작업실로 쓰라며 얻어준 곳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가혹행위로 영양실조와 저체온증에 시달리던 박씨는 34㎏에 불과한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들 품에 돌아가게 됐다.
안씨와 김씨가 재판에서도 특가법상 보복살인죄 혐의가 인정된다면 일반 살인 혐의보다 더 높은 형량을 적용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살인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여기에 특가법상 보복범죄가 적용되면 가중처벌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더 중한 형벌을 받는다.
대법원 양형기준 상 보복살인은 '비난 동기 살인'으로 분류돼 기본 15~20년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가중처벌 시 18년 이상에서 무기징역 이상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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