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불법 재하청 알았을 것" 진술 확보…수사 속도

기사등록 2021/06/29 15:54:55

'불법 재하청' 한솔 등 철거 업체간 메신저 대화 주도 정황

다원이앤씨, '하청' 한솔과 이면 계약 맺고 철거 부당 관여

현대산업개발, 재하도급 묵인 여부·개입 정도 수사력 집중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4구역 5층 건물 붕괴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압수수색을 통해 철거용역 계약·현장 안전감독 관련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사진은 16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의 모습. 2021.06.16. jhope@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건물 붕괴 참사 배경으로 꼽히는 불법 하도급 철거 공정을 현대산업개발이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경찰은 총체적 책임이 있는 '원청' 현대산업개발의 불법 하도급 연루 의혹과 철거 공정 개입 정도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붕괴 참사가 발생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이자, 철거 공정 발주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3명을 불러 조사한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원청 현대산업개발 측이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불법 재하청 업체 '백솔' 대표(굴삭기 기사)를 초대,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내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같은 진술을 뒷받침하는 메신저 대화방 초대 내역 등 관련 자료도 확보·분석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불법 하도급 이면 계약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불법 하도급 거래에 따른 공사비 삭감이 작업 절차를 무시한 부실 철거 강행으로 이어졌다고 판단, 책임 소재를 가려낼 계획이다.
[광주=뉴시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사고와 관련, 붕괴 건축물이 무너져 도로로 쏟아지기 직전 철거 모습. 철거물 뒤편에 쌓아올린 건축잔재물 위에 굴삭기를 올려 일시 철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1.06.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이 파악한 철거 공정별 계약 규모는 ▲일반건축물 51억 원 ▲지정건축물(석면) 22억 원 ▲지장물 25억 원 등이다. 이 중 일반건축물, 석면 철거 공정에서 불법 재하청 정황이 드러났다.

현대산업개발은 지정 협력업체 16곳 중 최저가 입찰안을 써낸 서울 소재 업체 한솔에 일반 건축물 철거 하청을 줬다.

한솔은 다원이앤씨와 전국적 사업 규모를 갖추고 이면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는 일반 건축물 철거비를 '7대 3'으로 나눈 뒤 실제 공사는 광주 지역 신생업체 백솔(사실상 1인 기업)이 도맡게 했다.

대신 한솔·다원이앤씨 모두 현장소장을 두고 백솔의 철거 공정을 감독하며 공법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솔 소속 작업자들은 경찰에 "두 업체 현장소장 모두 지시는 하지만, 주로 다원이앤씨측 소장이 실질적인 철거 공법을 지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솔 소장보다 다원이앤씨 소장이 공사 경험이 더 많아 여러 공정을 진두지휘했다는 설명이다. 다원이앤씨는 이른바 '철거왕'으로 불린 회장의 다원그룹 계열사다. 

석면 철거는 조합이 직접 다원이앤씨·지형이앤씨 등 업체 2곳에 맡겼으나, 석면 해체 면허조차 없는 백솔이 재하청을 맡았다. 백솔은 계약 이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직후 현대산업개발은 "한솔 외에는 하청을 준 적이 없다. 법에 위배가 되기도 하고 재하도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철거 관련 업체가 모두 모인 메신저 대화를 주도했고, 참사 당일에도 현장에 있었던 점 등에 대해 경찰은 주목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6.09. hgryu77@newsis.com


붕괴의 직접 원인인 부실 철거 공정에 어디까지 개입됐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특히 철거 중 먼지 날림 민원을 줄이고자 참사 당일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살수를 많이 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살피고 있다. 살수량 급증은 지하층 대들보가 'V'형태로 붕괴한 수직 하중을 가중시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하청 계약 인지 여부 등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을 둘러싼 관련 의혹을 두루 조사한다"며 "수사 상황에 따라선 입건자가 더 늘 수도 있다. 불법 하도급 관련 후속 신병 처리 방향도 조만간 가닥이 잡힐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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