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과 백신협력…AZ·큐어백 등 만나 백신 허브 강조
'G8 국가'로서 위상 다져…오스트리아·스페인 관계 격상
기대 모은 한일 정상회담 불발…SNS 홍보로 '외교 결례'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사실상 G8 국가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바탕으로 보건 협력과 백신 공급 등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서 위상을 보였다는 평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스페인 현지에서 출국 전 동행 기자단과 만나 이번 순방에 대해 "(한국이) 국제사회의 규칙을 받아들이는 위치에서, 규칙을 만드는 데 동참하는 위치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주요국가들과 백신협력…AZ·큐어백 등 만나 백신 허브 강조
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순방 기간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의 한국의 강점을 설명하는 한편, 백신에 대한 전세계의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공여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이같은 구상을 토대로 지난 12일 G7 확대회의에서 개발도상국의 백신 지원을 위해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의 선구매 공약(AMC)에 내년까지 2억 달러에 달하는 공여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전 세계의 백신 공급 확대를 위해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G7 국가들과도 백신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열린 영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 총리와 함께 백신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체 구축을 논의했다.
지난 12일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백신 개발 선도국인 독일과 생산에 강점이 있는 한국의 협력 방안을 강조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전 세계에 백신을 공급·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대표들과 만나 한국의 글로벌 백신 허브 구상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하반기 국내 백신 수급에 대해서도 관심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영국에서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를 면담하고 "더 원활한 세계 백신 공급을 위해 한국의 생산능력을 활용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 중이었던 지난 15일에는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같은 mRNA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큐어백 대표와 화상 면담을 갖고 "향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생산 거점으로 한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했다.
특히 "한국은 백신의 높은 품질, 생산 물량의 신속한 확대, 전세계에 공평하게 공급하려는 의지에 대해 자부하고 있다"며 "글로벌 백신허브 추진 TF를 통한 원부자재 및 생산시설의 확충 지원 등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백신 공급 확대를 고리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G8 국가 위상 선보여…오스트리아·스페인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달라진 위상도 확인됐다. 외교가에서는 사실상 G8 국가 반열로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문 대통령은 G7 확대회의에서 G7 의장국 정상인 영국 존슨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는 주요 자리에 앉았다. 또 G7 참석 정상 기념촬영에서도 영국, 미국과 함께 가장 앞줄에 섰다.
G7 정상회의와 같은 다자 외교무대에서의 의전 서열은 각국 간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통상 의장국이 참가국 정상의 의전 서열을 결정하는데, 문 대통령이 영국·미국 정상 등과 나란히 서게 된 것은 존슨 총리의 의중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면에서 K-방역을 높이 평가한 영국이 최근의 백신 글로벌 허브에 대한 기대감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 자리를 선정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을 통해 내년 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두 나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한편, 방역·백신 협력을 비롯해 문화·예술·청소년 등 두 나라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인적·문화 교류 협력을 더 확대키로 했다.
이에 더해 한국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오스트리아 정부의 '2040 기후중립 목표' 사이의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전기 자동차 등 친환경 미래 산업 협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스페인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면서 ▲정무·외교 ▲국제무대 및 다자협력 ▲세계평화와 안보 ▲경제협력 ▲과학기술 및 혁신 ▲문화·교육·스포츠·인적교류 및 관광협력 등 6개 분야 발전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스페인에서 가장 권위있는 경제 행사 중 하나인 '경제인협회 연례 포럼(RCE)'에 참석해 한국의 디지털·그린뉴딜 정책과 스페인의 '디지털 스페인 아젠다 2025', '2050년 탄소중립 전략'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 불발 아쉬움…SNS 홍보 '외교 결례' 논란은 오점
다만 이번 G7 정상회의 계기로 기대감이 모아졌던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무위로 돌아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독도 표기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 양국 간 첨예한 현안은 당분간 평행선 상태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지난 13일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소회에서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17일 스페인 현지에서 동행 취재 기자단을 만나 이번 순방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에 대해 "이번 G7(주요7개국) 정상회의 현장에서 (한일 정상이) 인사를 나눈 것 외에 회동이 이루어지지는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간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에 열린 자세로 임해 왔다"며 "앞으로도 한일 관계 개선과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열린 자세로 일본 측과 대화와 협의를 지속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체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외교 결례'라는 언론의 지적은 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해명했다.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을 홍보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나라 국기를 올리는 실수를 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문 대통령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게시글에 오스트리아 국기 대신 독일 국기를 올렸다.
청와대는 "작업 과정에서 실수였다"면서 오스트리아 국기로 즉시 수정했지만, 남아공 대통령 사진 삭제에 이어 독일 국기 홍보 실수까지 겹치면서 오점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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