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용광로 이론보다 진화된 '비빔밥' 통합론 제시
野 잠룡 윤석열 영입, 통합의 리더십 성패 좌우할 변수
안철수 대표 앙금 씻고 합당으로 야권통합 시너지 필요
'이준석 체제'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김종인 입지 관심
이 대표의 통합 리더십은 용광로 이론 보다는 샐러드볼 이론의 공존에서 엿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를 '비빔밥'에 비유했다. 모든 재료를 녹여버리는 용광로가 아닌 다양한 사람이 고유의 특성을 유지한 비빔밥처럼 공존을 기초로 한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준석호' 깃발을 내걸고 조직에 원팀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개인의 가치관과 능력을 살리면서도 조화를 이뤄 통합에 이를 수 있도록 '비빔밥 통합'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빔밥 통합의 가장 큰 난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통틀어 대권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와 방식에 정치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아직 함구하고 있으나 조선일보에 이어 동아일보 출신 기자를 자신의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등 조직을 꾸리고 있는 움직임으로 미뤄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국민의힘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입당 의사가 있다면 6월 안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 '변화와 공정'을 기치로 내세운 제1 보수야당이 출범하면서 입당 명분이 갖춰졌고, 윤 전 총장-국민의힘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은 상황이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식 출마선언과 입당이 가장 좋은 카드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선 일정을 아무리 당겨도 실무적으로 8월 중순, 8월 말 이후에나 시작될 수 있다. 특정 주자를 배제하기 위해 경선 일정을 조정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참여 의사가 있으면 안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역시 이 대표의 역량을 평가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합당 문제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공개 소통할 사람은 안철수 대표일 것"이라며 합당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필요하면 당대표 경선 경쟁 후보였지만 4·7 재보궐선거 직후 안 대표와 긴밀히 소통하며 합당의 큰 물꼬를 텄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도움도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양당이 합당에 적극적인 모양새지만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지분 싸움이 협상을 파행으로 이끌 수도 있다. 이 대표가 바른미래당 시절 안 대표를 향한 막말 논란으로 당 징계를 받은 전력, 2018년 서울 노원병 공천을 두고 당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갈등을 빚은 악연에 비춰볼 때 합당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없진 않다.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의 관계 설정도 향후 대선 국면이 펼쳐지면 이 대표의 행보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유승민 계파' 논쟁에 휘말렸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아버지가 유 전 의원과 고교·대학 동창이란 점, 이 대표가 대학생 시절 유 전 의원실 인턴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들어 '아빠찬스' 아니냐는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당선 다음날인 12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유 전 의원의 추천서로 미국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는 루머를 해명했을 정도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당선 전부터 공개적으로 "제가 당대표가 되면 최대 피해자는 유승민"이라며 "(대선 경선) 룰에 있어서 예컨대 조금만 유 전 의원에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다 '이준석 때문'이라고 할 테니까 오히려 제가 방어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언급했지만, 정치권에선 여전히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의 관계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유 전 의원과 반대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오히려 이 대표의 당선으로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대선 관리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을 약속하면서도 이른바 '버스론'을 들고 나와 윤 전 총장과 같은 외부 인사의 대선 경선 참여를 절대적인 전제 조건으로 두지 않고 있다. 당내 대선주자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저평가 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만약 국민의힘에서 자강론에 힘이 실릴 경우 이 대표가 유 전 의원과는의식적으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지만 원 지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캠페인이 수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홍 의원은 그의 복당을 반대해왔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끝나자마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일부 초선의원들의 반발과 비대위원들의 반대 속에 복당 논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일단 이 대표는 홍 의원의 복당에 긍정적이다. 지난 TV토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찬성 의사를 밝혔고,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선 "선언적으로 말씀드린 바 있지만,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소통이 있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배현진 의원이 당 지도부에 입성한 것도 홍 의원의 복당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홍 의원도 전당대회 직후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당원과 국민들이 여러분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정권교체의 열망이 컸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축하를 건넸다.
정국이 대선국면으로 본격 진입하면 이준석 체제에서 '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당 복귀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2011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서로에게 호의적인데다, 당 쇄신의 방향을 놓고도 대체로 지향점이 일치하기 때문에 30대의 이 대표와 노련한 경륜을 지닌 김 전 위원장이 대선정국에서 '케미'를 선보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상당하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상의해 김 전 위원장을 당에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만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당대표는 그 아래에 놓이게 된다. 제가 강제로 선대위원장으로 모실 수는 없다.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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