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해커, 英장관 이메일 해킹…미·영 무역 문서 입수 의혹

기사등록 2020/08/04 12:57:27

A4 용지 451 페이지 분량 정보 유출

정부 "개인의 실수"…선 긋기 나서

[제네바=AP/뉴시스]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장관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미국과 영국의 무역 협상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는 보도가 3일(현지시간) 나왔다. 사진는 지난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연설 중인 폭스 전 장관. 2020.8.4.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러시아 해커들이 영국의 국제 무역을 담당하는 장관의 이메일에서 국가기밀을 빼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영국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장관의 이메일을 해킹해 미국과 영국의 무역 협상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해커들은 지난 7월12일부터 10월21일까지 폭스 전 장관의 이메일에 여러 차례 접속했다. 영국 총선을 앞두고 있던 시기다.

해킹은 악성 프로그램을 첨부한 이메일을 발송해 정보를 빼내는 '스피어피싱(spear phishing)' 방식으로 이뤄졌다.

러시아 해커들이 빼낸 정보는 A4 용지 451 페이지 분량이다. 이들은 해킹한 문서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에 게시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전 대표는 "러시아 해커들이 입수한 내용은 실제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오른 내용"이라며 분노했다.

영국 정부 역시 해킹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달 "러시아 해커들이 미국과의 무역협정 협상에 관한 기밀들을 탈취해 온라인에 유포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보리스 존슨 행정부의 정보 보안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하원의원은 "민감한 기밀 정부 사업의 정보를 불안정한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주고 받았다는 게 더 충격이다"며 "이는 국가 안보에 대한 매우 심각한 침해이며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 사업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다만 2013년 영국 정부가 발표한 '공직자 비밀 엄수법'에 따라 장관들은 정부의 정보를 법적 요구에 따라 다뤄야 한다.

문제는 이번 해킹이 러시아 정부와 연관이 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라브 장관 역시 이번 범죄를 저지른 해커들이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러시아 외교부는 라브 장관의 지적에 대해 "모르는 일이며 모순적이다"며 부인하고 있다. 현 상태로서는 자칫 러시아 정부와 영국 정부의 사이의 긴장만 고조될 뿐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또 폭스 전 장관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한 상태라며 이번 사건이 그의 선출에 발목을 잡을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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