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스타트…투명 칸막이 사이 노사 신경전 '팽팽'(종합)

기사등록 2020/06/11 16:19:01

정부세종청사 첫 전원회의…상견례 겸 탐색전

민주노총 불참 속 진행…"일정 통보받지 못해"

최저임금 둘러싼 입장차에 올해도 '난항' 전망

코로나 예방 위해 마스크 쓰고 칸막이 설치도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021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려 박준식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6.1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지은 김진아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가 11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위원회를 구성하는 한 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전원 불참을 통보하면서 시작부터 '반쪽짜리' 논의가 됐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외치는 노동계와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하는 경영계의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져 향후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에 나섰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의 경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5명, 민주노총 추천 4명이다.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은 교체 없이 지난해와 동일하다. 반면 근로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2.9%) 심의 결과에 반발해 대거 사퇴하면서 6명이 새로 위촉됐다.

한국노총은 이동호 사무총장과 김영훈 공공연맹 조직처장, 민주노총은 윤택근 부위원장과 김연홍 기획실장, 정민정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한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 등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위원 4명은 이날 다른 일정을 이유로 모두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전에 일정과 관련해 최저임금위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해 위원들이 약속된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다"며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021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이동호 근로자 위원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2020.06.11. ppkjm@newsis.com
민주노총은 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노총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민주노총 위원들께서 아마 내부 사정과 여러 복잡한 일정 때문에 오늘 회의는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다음 모임에는 참석할 것으로 당연히 믿고 있다"고 전했다.

첫날인 만큼 회의는 본격적인 논의보다 상견례 성격이 강했지만, 초반부터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팽팽한 신경전이 느껴졌다.

노동계는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금은 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고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지키는 안전망이자 생명줄이다. 최저임금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정상적인 교섭과 인상이 필요하다"며 "한국노총은 2500만 임금 노동자들로부터 위임받은 최저임금 협상에서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경제를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많은 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고 고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으로 그동안 어려웠다"고 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021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려 박준식 위원장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06.11. ppkjm@newsis.com
이어 "(이들 기업은) 코로나 사태 이후 더 큰 치명타가 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올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 사태가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에 고민점을 가지고 최저임금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역시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8월5일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박준식 위원장은 "우리 모두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은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때에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과 당사자들의 절실한 노력과 지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도와 의도가 있어도 이를 적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위원회에서 수행하게 될 임무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회의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철저한 방역 조치 속에서 이뤄졌다. 위원들은 회의 입장에 앞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 체크를 받았다. 회의가 진행된 원탁에는 모두 투명 칸막이가 설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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