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돌연 사의 표명…민영화 공기업 외풍 논란 거세질 듯

기사등록 2018/04/18 14:58:11

포스코, KT&G, KT 등 민영화 공기업들, 주인이 없어서 외풍에 취약한 구조

황창규 KT 회장도 퇴진 압박에 시달려…주도했던 사업도 휘청 가능성 높아

자사주 매각 등을 통해 정권과 무관한 대주주 만들어 경영 투명성 높여야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18.04.18. hong@newsis.com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임기가 2년이나 남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임함에 따라 '민영화된 공기업' 인사에 대한 정권 개입 문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 KT&G, KT 등 민영화된 옛 공기업들은 특성상 주인이 없다 보니 외풍(外風)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뀐 정권에서 민영화된 공기업을 마치 전리품 정도로 간주해 소위 입맛에 맞는 수장으로의 교체를 당연하게 진행해 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CEO 잔혹사'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결국 이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권이 간섭할 수 없도록 강력한 대주주를 만들어 기업 경영의 연속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긴급 임시이사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취 문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이사회에 일임했다"며 "이사회 의장이 거취 문제를 말할 것"이라고 사의를 공식화했다.

 그는 물러나게 된 배경에 대해 "포스코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해 여러가지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은 CEO의 변화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심경을 전했다.

 이어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있으며 젊고 박력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사회에 의견을 전달하자 이사회 측에서 승낙했다"고 밝혔다.
 
 적자의 늪에서 허덕거리던 포스코를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으며 능력을 검증받은 권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자 관련업계에서는 또 정권 개입설이 나돌고 있는 중이다.

 권 회장의 퇴진설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권 초기에는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4차례의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 동참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사의가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특히 '2013년 회장 선출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과 '포스코가 MB정권과 자원외교 활동을 펼칠 당시 권력형 유착을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될 때도 권 회장의 입지는 흔들렸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이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창단을 강요했다는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자 권 회장이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정권이 개입해 포스코의 수장을 끌어내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퇴진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느꼈을 수 있고, 결국 자진 사퇴라는 형식을 빌어 내려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황창규 KT 회장도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는 1989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근무하며 반도체 신화를 닦은 인물로 역량을 인정받아 2014년 3월 KT 회장으로 취임, 지난해에는 연임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에서는 황 회장이 박근혜 전 정권의 요구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원을 출연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부터 사퇴 요구를 하고 있다. 

 황 회장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황 회장이 전임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불명예 퇴진을 할 경우 그가 주도했던 자율주행차·가상현실(VR) 등 5G 관련 사업도 휘청거릴 수 있다.

 그가 재임기간 동안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추진해 2015년부터 6%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성과 등은 외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기업이 민영화된 기업으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정권의 입맛대로 수장이 바뀌는 기업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이름을 올린다.

 KAI는 1999년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통합 출범한 회사지만 정권의 입김에 따라 수장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하성용 사장은  박근혜 정부와 유착관계를 형성하며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다 결국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포스코,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기업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고 되풀이됐던 회장 잔혹사를 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주주가 없다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 경제연구원 소속 연구위원은 "민영화된 옛 공기업 대주주에 산업은행 또는 국민연금이 자리잡고 있어 수장을 바꿀 때마다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각 도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정권과 무관한 대주주를 만들어 투명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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