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과 25일 공연 마지막부분에서 타티아나가 오네긴의 편지를 찢을 때 감정의 격정을 표현하는 황혜민의 연기는 어느 때보다 애틋하고 애절했다.
26일 오후 7시30분 공연을 끝으로 황혜민은 현역무용수 생활을 은퇴한다. 현역 무용수 생활은 이어가지만 UBC는 떠나는 남편 엄재용과 함께 하는 마지막 무대이기도 하다.
지난 6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울리아나 로파트키나(44)가 은퇴를 선언하는 등 시대를 풍미한 발레리나들이 잇따라 무대를 떠나고 있다.
은퇴 무대는 이들의 영광을 영원히 기억하는 자리다. 그래서 무용수나 관객들에게 기억할 만한 이벤트로 꾸려진다. 황혜민의 이날 은퇴 공연 역시 예술의전당 협조로 큰 이벤트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정상의 기량을 자랑하지만 가장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 떠나고 싶었다는 황혜민의 은퇴에 앞서 스타 발레리나들의 은퇴 무대를 살펴봤다.
지난해 7월22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오네긴' 공연이 끝난 뒤 객석은 1400개 하트가 수를 놓았다.
앞서 지난 2015년 1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강 단장의 한국 마지막 무대가 끝난 뒤 수많은 붉은 장미가 담긴 양동이가 그녀 옆에 놓여 있었다. 당시 작품도 역시 '오네긴'이었다.
서울발레시어터의 김인희 단장은 2015년 현역 마지막 무대에서 하늘을 날았다. 이 단체의 20주년 기념 공연 '비잉'에서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가로질렀다.
미국 발레계의 간판인 발레리나 줄리 켄트가 세계3대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 무용수 자리에서 내려오던 날인 2015년 6월21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커튼콜에서는 수많은 붉은 장미가 무대를 뒤덮었다.
역시 세계 3대 발레단 중의 하나인 영국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다시 버셀이 2007년 출연한 맥밀런의 작품 '지구의 노래' 커튼콜 역시 각종 꽃으로 뒤덮였다. 현지 어느 언론은 당일 런던의 꽃이 모두 팔려나갔다고 쓰기도 했다.
프랑스 출신 발레리나로 영국 로열 발레단에서 활약한 실비 기옘은 지난 2015년 7월 영국 런던에서 펼쳐진 은퇴 공연에서 자연스러움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대신 아크람 칸, 윌리엄 포사이드, 마크 에츠 등 혁신적인 안무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많은 발레리나들이 정상에 있을 때 최고의 모습을 팬들에게 기억시키고픈 바람을 크게 내비치고 있다.
앞서 강수진 단장은 여전히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에도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저처럼 행복하게 은퇴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났으면 한다. 특히 관객들 없이는 이런 순간이 없다"고 말했다.
황혜민 역시 지난달 은퇴 기자회견에서 현재 이 시점이 은퇴할 적기라며 "신체적인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은퇴하기는 싫었다. 최고에 있을 때 은퇴를 하고 싶었다. 충분히 원하는 만큼 다 했고 그래서 후회가 없을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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