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만 이득" 하나마이크론, 대규모 유증에 뿔난 소액 주주들

기사등록 2024/05/21 14:32:27

하나마이크론 1125억 규모 주주배정 유증 결정

주주 가치 희석 우려에 주가 13%↓

최대주주 청약 참여율 10% 불과…책임경영 의문도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하나마이크론이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가 급락에 주주들이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하나마이크론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AI반도체 관련 수혜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강세를 나타냈지만, 유증으로 인한 주식 가치 희석 우려가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이번 유증에서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율 계획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책임 경영 의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나마이크론의 주가는 유증 발표에 소식에 전 거래일 대비 3600원(13.61%) 급락한 2만2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 17일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통해 총 11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500만주이며, 발행가액(예정)은 주당 2만2500원이다. 신주 발행가액은 7월24일 확정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시설자금(687억원) ▲운영자금(187억원) ▲채무상환자금(250억원)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해 초만 해도 1만원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반도체 열풍에 따른 수혜주로 꼽히며 지난달 주가가 장중 3만45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431억원 규모의 12회차 전환사채(8.45%·406만2321주) 물량이 보통주로 전환돼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번 유상증자 발표로 한 달반 만에 주가가 고점 대비 35% 가량 떨어졌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업이 신규 주식을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현금을 받고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유상증자에 성공할 경우 원금 뿐만 아니라 이자에 대한 상환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다만 회사는 주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기준 주가 대비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가를 정하는데, 이때 주가가 덩달아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도 희석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 최대주주 최창호 회장은 이번 유상증자 참여율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정 주식수는 83만942주에 달하지만, 청약 예정 주식수는 8만3094주에 불과한 것이다. 계열사 하나머티리얼즈가 100% 참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액 주주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면서 정작 적극 참여해야 하는 당사자는 이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측은 최대주주의 유상증자 일부 참여에 대해 "지난해 발행한 제12회 영구전환사채의 콜옵션을 행사하며 일부 주식수를 확보했고, 이를 위해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하면서 추가자금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최대주주는 콜옵션 행사를 통해 약 81억원 규모의 12회차 CB를 취득한 바 있다. 하지만 전환사채의 취득가액이 1만898원으로 이번 유증 예정 발행가액(2만2500원) 대비 50%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최대주주가 낮은 가격에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정작 주주들의 희생이 요구되는 유상증자 청약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나마이크론은 불과 2년6개월 전인 2021년 12월에도 총 145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높은 신용 비율도 주가에는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의 신용비율은 8.12%로 코스닥 상위 15위에 해당한다. 주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신용 물량 출회로 주가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주의 추가 상장 시점에 대규모 물량이 일시에 출회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면서 "추가 상장일 이전이라도 유통주식수 희석화 우려가 주가 상승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후공정 전문 기업으로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2689억원, 영업이익은 35.4% 감소한 108억원을 기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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