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292조 러 동결 자산 우크라 지원 사용 추진
"선례가 돼 자신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우려
독일·ECB도 "유럽 금융 신뢰 떨어트린다" 반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가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동결된 2000억 유로(약 292조 원) 상당의 러시아 자산을 압류하라는 미국과 영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도록 은밀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미 폴리티코(POLITICO)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러시아 자산 압류가 “선례가 돼” 자신들도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했다.
현재로선 동결 러시아 자산을 압류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이 가시화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EU 회원국 중 서방국가들이 특히 법률 위반 가능성과 유로 지역 불안정 초래 가능성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정치 상황 및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 자산을 압류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에 적극적이며 다음 달 열리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동결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하는 연간 이자 수익 25~30억 유로(약 3조7000억 원~4조4000억 원)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중국 등은 EU의 제안을 계기로 EU에 적극적으로 로비하기 시작했다.
한 EU 회원국 외교관은 “러시아가 이들 국가가 소동을 일으키도록 요구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여러 주체들이 서방에 동결된 자산의 해제를 청구하는 소송 100여건을 러시아 법원에 청구한 상태며 러시아 자산을 압류할 경우 소송이 국제 소송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가 우호국인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법원에 이들 나라에 있는 서방 자산을 노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나라들은 또 자신들과 서방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자신들의 유럽 내 자산이 다음 압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한편 독일 정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러시아 자산 압류가 EU 금융제도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밖에도 아랍 국가들은 러시아 자산 전면 압류로 인해 자신들이 외화로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지분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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