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 앞둔 임동혁, 팀 우승으로 피날레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우리가 이뤄낸 성과"
[안산=뉴시스]김주희 기자 = 대한항공의 V-리그 최초 통합 4연패를 이끈 정지석(대한항공)이 '최고의 별'로 빛났다.
대한항공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3차전에서 OK금융그룹을 3-2(27-25 16-15 21-25 25-20 15-13)로 눌렀다.
홈인 인천에서 1, 2차전을 쓸어담고 안산으로 무대를 옮긴 3차전까지 차지하며 대한항공은 3승무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통산 5번째 챔프전 우승이자 사상 첫 통합 4연패다.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4년 연속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 우승을 모두 거머쥐었다.
삼성화재가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달성한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넘어 '대한항공 왕조'는 V-리그 새 역사를 열었다.
정지석이 우승에 앞장섰다. 정지석은 기자단 투표에서 22표를 얻어 4표를 획득한 팀 동료 임동혁을 가볍게 제치고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이날도 정지석은 18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뒤 만난 정지석은 "초반에 안 좋았는데 그래도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버텼다. 행운의 여신이 우리 편을 들어준 것 같다.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정지석은 이번 시즌 허리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부상으로 스타트가 늦어졌다. 시즌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들어가니 확실히 전쟁 중인데 나 혼자 '여긴 어디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번 시즌은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바닥을 뚫었다"고 회상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트레이너 등 주변 사람들은 그를 다독이며 힘을 불어 넣었다.
그는 "다들 '이제 네 몸은 준비됐다. 자신감만 가지면 된다'고 해줬다. 이걸 못 이기면 에이징 커브, 하락세를 탈 것 같아 그것 만은 피하고 싶었다.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너무 힘들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아 최후의 무대에서 웃을 수 있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지난 1월 태어난 딸도 찾아왔다. 정지석은 "(딸이) 승리요정이었다. (딸이 왔던) 1, 2차전을 다 이겨서 오늘도 오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제는 다시 또 새로운 꿈을 꾼다.
정지석은 "건방진 소리 일 수 있지만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다. 나태해지려고 할 때마다 (한)선수 형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채찍질해주고 있다"며 "다음 시즌에도 통합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챔프전 MVP는 2020~2021시즌에 이어 개인 두 번째다. "그때는 반반이었는데 (당시 외국인선수) 요스바니의 상을 뺏어온 느낌이 있었다"며 머리를 긁적인 정지석은 "이번에는 (임)동혁이를 위한 무대였다. 이번에도 내가 좀 뺏은 것 같은데, 두 번째 MVP가 더 기쁘긴 하다"며 웃었다.
임동혁도 이번 시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챔프전에서도 중요한 상황마다 존재감을 떨치며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했다. 오는 28일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가 예정된 그는 팀 우승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했다.
정지석에 MVP를 내줬지만 아쉬워하진 않았다.
임동혁은 "지석이 형이 스트레스르 많이 받은 걸 정규리그 때도 지켜봤다. 챔프전을 준비하는 동안도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를 봤다. 그게 챔프전에서 발휘된 것 같다"며 MVP는 욕심나지 않았다. 내가 형 만큼 탁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진 못했다. 누가 (MVP를) 받은 이긴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규리그 MVP를 받고 싶다"고 더 큰 꿈을 드러내며 웃었다.
이번 시즌 대한항공은 여느 때보다 힘겹게 정상을 지켰다. 정지석을 비롯해 외국인 선수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전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즌 막판까지 우리카드와 1위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임동혁은 "스트레스도, 부담감도 많았다. 대한항공은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고 2위를 해도 실패했단 이야기를 듣는다.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다. 다른 팀도 힘들었겠지만, 우리 팀만큼 힘든 팀은 없다"고 '챔피언'의 무게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 없이, 부상 선수로 공백이 생겼을 때도 (남아있는) 선수들이 잘해줘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힘으로 우승해 좋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제 군입대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그는 "언제 챔프전이 끝날 지 몰라 남은 기간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면서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과 군대 가기 전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다행히 오늘 (3차전으로) 이겨서 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