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사하라 고원의 연약한 아이… 20년 후 어린 왕자의 마지막 이미지, 생이 저물어가면서 중력에서 벗어나는 인물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잃어버린 사랑의 가느다란 끈이 아니면 자기를 이 세상에 붙잡아두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작가 자신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본문 83쪽 중)
프랑스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00~1944)는 자신의 역작 '어린 왕자'의 출간을 보지 못했다. 작가이자 삽화가, 조종사였던 그는 1943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 합류했고 1944년 7월 남부 해안을 정찰비행 하던 중 행방불명돼 '어린 왕자'만을 세상에 남기고 사라졌다.
이후 지금까지도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는 고전 '어린 왕자'가 출간 8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출간한 '어린 왕자, 영원이 된 순간'(위즈덤하우스)은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생텍쥐페리의 친필원고와 수채화 원화부터 뉴욕 모건도서관·박물관의 자료를 모았다.
"나는 비행기에 대한 이야기를 쓸 거야."
생텍쥐페리는 1926년 당시 약혼녀에게 보낸 편지에 이같이 말했다. 1921년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 면허를 딴 그는 일찌감치 조종사로서 경험을 담은 작품을 쓰기로 마음 먹은것이다. 그런 그에게 '어린 왕자' 속 조종사는 현재의 자신을, 어린 왕자는 어린 시절 자신과 같은 존재다. 책에 수록된 그가 어머니에게 보낸 몇 통의 편지에는 소행성 B612의 작은 의자를 연상시키듯 "작은 초록색 의자를 끌고 다니던 보잘것없는 아이였을 때와 똑같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1942년 그가 '어린 왕자'의 자필 원고에 쓴 첫 문장은 "나는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는 조종사의 고백이다. 이어 조종사가 그린 배, 보아뱀, 비행기를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초기 원고에는 이어진다. 보아뱀이 맹수를 집어삼키는 그림과 함께 조종사가 여섯 살 때 읽은 책 이야기로 시작하는 지금의 '어린 왕자'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과 삽화가 최종적으로 보내진 시기는 출판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1942년 10월 말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게 1943년 '어린 왕자'을 마무리한 생텍쥐페리는 "이보다 참된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며 자신의 후원자이자 연인 관계였던 넬리에게 3쇄본을 선물한다.
"머지않아 사방에 어린 왕자를 그리러 돌아갈 겁니다."
1943년 6월 생텍쥐페리는 이러한 편지를 부인 콘수엘로에게 보냈지만 그리고 한 달 뒤 비행 중 실종됐다. 비록 그는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어린 왕자를 그리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살았던 인간 생테쥐페리의 '참된 이야기'는 그렇게 그의 염원대로 전 세계에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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