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음란 혐의…1심 벌금 300만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명령
배달원 "바지 등 낡아 흘러내려"…재판부 "언제든 올려 입을 수 있었어"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주말 아침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신체 부위를 노출한 채 아파트 복도를 활보하다 재판에 넘겨진 30대 배달원에게 1심 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리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신서원 판사는 최근 공연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1월21일 오전 6시43분께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바지는 발목까지 내리고 상의는 배 위로 걷어올려 신체 부위를 완전히 꺼낸 채 6분간 복도를 돌아다닌 혐의를 받는다.
그의 행동은 입주민이 설치한 개인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A씨와 마주친 주민은 없었다고 한다.
A씨 측은 "배송업무 중 복도에 소변을 보려고 바지와 속옷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지만 낡아서 흘러내렸다"며 "손에 배송물품을 들고 있어서 바로 올리지 않은 채로 배송했을 뿐 음란행위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CCTV 등을 토대로 A씨가 언제든지 물품을 잠시 내려놓거나 수레를 세워두고 바지 등을 올려서 입을 수 있었다는 점, 충분히 입주민 등 다른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을 들어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판사는 "실제 CCTV에는 피고인이 불과 몇 초만에 쉽게 바지 등을 올려입는 장면도 찍혀있다"며 "단지 귀찮아서 올리지 않은 채로 아파트 복도를 걸어다니며 배송 업무를 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며 "피고인은 이와 같은 음란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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