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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지적장애인 돌보다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 20대 장애인, 사연은?

기사등록 2023/01/24 07:00:00

최종수정 2023/01/24 10:34:47

기사내용 요약

검찰, 사망에 이를 것이란 예견 가능성 충분히 있어…'유기치사' 혐의 적용돼야
법원, 예견 가능성 부족했을 것…사망에 이르도록 방치할 동기도 없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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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2021년 5월31일 오후 3시께. 먹구름이 짙게 끼고 비가 내리던 날, 지적장애 3급을 앓고 있는 A(25·여)씨가 외출을 마치고 인천 부평구 소재의 주거지로 돌아 왔을 땐 20대 동거인 B(사망 당시 25세·여)씨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다. A씨가 B씨를 홀로 두고 집을 비운지 불과 3시간30분만에 벌어진 일이다. 사망한 B씨 역시 지적장애 2급을 앓았다.

이후 검찰은 B씨와 장기간 함께 거주하며 그의 장애지원금으로 생계를 같이 하는 유일한 사람이던 A씨를 유기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에게 질병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B씨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A씨가 위중한 상태인 B씨를 의도적으로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인 B씨의 동생 C씨와 같은 고등학교 특수반 친구였다. C씨의 집에 놀러간 A씨는 자연스레 C씨의 언니인 B씨와도 친하게 지내며 가까워졌다.

B씨와 C씨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 없이 조부모님 아래서 함께 생활했다. 그러나 이들은 2012년 할머니가 사망한 후 할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어 피해자 보호시설과 정신병원을 전전하는 등 불우한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연락이 닿은 아버지와 함께 거주하게 됐으나, 이마저도 가정폭력으로 인해 2019년 4월 가출을 하게 된다.

이를 딱하게 여긴 A씨는 자매가 거처를 마련할 때까지 자신의 할머니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편의를 제공했지만, 약 한달 후 C씨는 B씨와의 불화 등으로 인해 자신의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로도 B씨는 한동안 A씨의 할머니 집에서 생활을 이어가다 할머니에게 부담을 준다는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결국 이들은 2021년 1월28일, 오피스텔을 구해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동거를 시작하면서 B씨는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간 동생을 수차례 찾아갔지만 돌아온 대답은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 “피해자 보호시설에나 가라”는 등의 말 뿐이었다. 동생인 C씨와의 생활을 함께 꿈꾸던 B씨의 제안이 거듭 거절당하면서 사실상 그를 돌봐줄 사람은 지적장애를 겪고 있던 A씨가 유일했다.

B씨는 A씨와의 동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우울증, 불안증, 중증도 정신저하 등을 앓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다량의 약물을 복용해 왔고, 입에 거품을 물거나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잦았다. 실제로 2021년 3월 9일과 다음달 26일 실신으로 쓰러져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치료를 받고 귀가한 이후에도 B씨는 구토하며 실신을 하거나 다량의 코피를 흘리는 등의 일을 자주 겪었다.

사건이 발생한 2021년 5월31일 오전 8시. 이날도 B씨는 잠에서 깨지 않은 채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A씨는 외출에 앞서 B씨의 팔을 잡아 올리거나 호흡과 심장 박동 여부를 살피는 등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한 뒤 오전 11시30분께 외출에 나섰다. 그때까지 A씨는 B씨가 깊이 잠이 든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씨는 같은날 오후 3시께 집으로 귀가한 뒤 입 주변에 피가 묻어 있고, 호흡이 없는 상태의 B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를 하게 된다. 그는 구급 상황실 근무자의 지시에 따라 119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결국 B씨는 사망하게 됐다.

이에 검찰은 A씨를 유기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A씨가 잠에서 깨지 않는 등 평소와 달리 위중한 상태의 B씨를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그대로 외출해 사망해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씨에게 B씨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형법 제275조 제1항에 따르면 유기치사죄는 질병 등 기타 사정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사람이 유기해 사상에 이르게 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다.

유기치사죄가 성립하려면 유기행위와 사상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은 B씨가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태에 있음을 알지 인식하지 못했고, 사망의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 또한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호성호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A씨가 예정된 외출을 했다가 몇 시간 후 귀가할 경우 B씨가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점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평소 B씨가 A씨를 ’엄마‘라고 부르고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에는 A씨에게 젖을 달라고 하는 등 정서적으로 깊게 의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토대로 B씨가 위중한 상태임을 알고서도 사망에 이르게 하도록 내버려 둘 이유가 없다고 봤다.

결국 호 부장판사는 ”A씨 스스로도 지적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자신보다 불우한 환경에 있는 B씨에 대한 연민과 우정으로 부모, 동생 등 아무도 돌보지 않는 B씨의 곁에서 나름대로 성심껏 돌봤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B씨의 생명이 위중한 상태임을 알고서도 사망하도록 내버려 둘 이유는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행동해야 할 합리적인 동기 역시 찾을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검찰은 최근 A씨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로 2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y01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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