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노동조합(노조)의 반대를 뚫고 취임식을 강행했지만, '본점 부산 이전'이라는 최대 난제가 남아있어 산은의 앞날에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본점으로 출근해 취임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임명 발표가 이뤄진 지난 7일 이후 2주 만이다.
노조와 타협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현재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과 산적한 현안을 고려할 때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출근을 강행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 회장의 공식 출근 이후에도 산은 노조는 매일 아침마다 본점 로비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강 회장이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힐 때까지 퇴진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어, 산은의 내부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부산을 찾아 "부산이 세계 최고의 해양 도시로 또 첨단 도시로 발돋움하려면 금융 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정부는 2008년 2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듬해 1월 금융중심지로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을 지정했다. 런던, 뉴욕, 홍콩처럼 서울과 부산을 글로벌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에서다. 이후 2014년 문현동에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세워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본사를 옮겼다. 하지만 그 뿐, 10여년이 훌쩍 지나도록 여전히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상징성과 규모가 큰 산은 등을 부산으로 보내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치권도 산은의 '부산행'을 현실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서병수 의원 등 국민의 힘 의원 15명은 지난 1월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하는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정안은 산은의 본점을 부산시에 두도록 법률을 개정해 부산이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갖추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방 소멸을 방지하고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권도 산은의 부산 이전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산은 본점의 소재를 서울시로 한정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이라면 어디서나 본점 소재를 둘 수 있도록 개정하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고위험' 지역이 36곳에 달했고, 이는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난 결과"라며 "이처럼 지역 소멸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국책은행 본점을 서울시에 한정해 위치하도록 하는 구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은 측은 지방 이전으로 낼 수 있는 긍정적 효과 보다는 업무 효율성 저하 등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 등으로 부산 이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전 회장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며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은이 부산으로 간다고 해서 산업이 발전되고 돈이 생기는 게 아니다. 득보다 실이 많다"며 반대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바 있다.
강 회장의 경우 산은 부산 이전이 대통령 핵심 공약인 만큼 본인 스스로 이를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노조와의 갈등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 회장은 과거에도 지방균형발전 차원에 따른 공기업 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던 그는 2013년 한국거래소가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했음에도, 부산 본사의 직원수는 대폭 줄어든 반면 서울 사옥 직원 수는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본사의 지방이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었다.
강 회장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부산 이전을 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는 한 노조와의 갈등이 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지역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절충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강 회장이 구성원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도 사실상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노조도 출구전략 없이 무조건 대치에 나서지는 않는다"며 "결국 강 회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조율해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 이전을 둘러싼 양측 입장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산은엔 벌써부터 대규모 인력 이탈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에서 퇴사한 직원은 올 들어 약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은의 연간 평균 퇴사자는 40명 안팎이다.
산은 노조 측은 "미국과 한국의 주식 시장이 하락하고, 물가가 치솟는 등 이미 경제 위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이를 방어할 산업은행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연간 이직 숫자에 가까운 40여명의 직원들이 이미 이직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직원들의 동요와 줄 퇴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경제위기를 막아낼 방패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본점으로 출근해 취임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임명 발표가 이뤄진 지난 7일 이후 2주 만이다.
노조와 타협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현재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과 산적한 현안을 고려할 때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출근을 강행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 회장의 공식 출근 이후에도 산은 노조는 매일 아침마다 본점 로비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강 회장이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힐 때까지 퇴진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어, 산은의 내부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부산을 찾아 "부산이 세계 최고의 해양 도시로 또 첨단 도시로 발돋움하려면 금융 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정부는 2008년 2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듬해 1월 금융중심지로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을 지정했다. 런던, 뉴욕, 홍콩처럼 서울과 부산을 글로벌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에서다. 이후 2014년 문현동에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세워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본사를 옮겼다. 하지만 그 뿐, 10여년이 훌쩍 지나도록 여전히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상징성과 규모가 큰 산은 등을 부산으로 보내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치권도 산은의 '부산행'을 현실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서병수 의원 등 국민의 힘 의원 15명은 지난 1월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하는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정안은 산은의 본점을 부산시에 두도록 법률을 개정해 부산이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갖추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방 소멸을 방지하고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권도 산은의 부산 이전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산은 본점의 소재를 서울시로 한정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이라면 어디서나 본점 소재를 둘 수 있도록 개정하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고위험' 지역이 36곳에 달했고, 이는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난 결과"라며 "이처럼 지역 소멸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국책은행 본점을 서울시에 한정해 위치하도록 하는 구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은 측은 지방 이전으로 낼 수 있는 긍정적 효과 보다는 업무 효율성 저하 등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 등으로 부산 이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전 회장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며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은이 부산으로 간다고 해서 산업이 발전되고 돈이 생기는 게 아니다. 득보다 실이 많다"며 반대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바 있다.
강 회장의 경우 산은 부산 이전이 대통령 핵심 공약인 만큼 본인 스스로 이를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노조와의 갈등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 회장은 과거에도 지방균형발전 차원에 따른 공기업 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던 그는 2013년 한국거래소가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했음에도, 부산 본사의 직원수는 대폭 줄어든 반면 서울 사옥 직원 수는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본사의 지방이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었다.
강 회장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부산 이전을 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는 한 노조와의 갈등이 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지역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절충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강 회장이 구성원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도 사실상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노조도 출구전략 없이 무조건 대치에 나서지는 않는다"며 "결국 강 회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조율해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 이전을 둘러싼 양측 입장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산은엔 벌써부터 대규모 인력 이탈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에서 퇴사한 직원은 올 들어 약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은의 연간 평균 퇴사자는 40명 안팎이다.
산은 노조 측은 "미국과 한국의 주식 시장이 하락하고, 물가가 치솟는 등 이미 경제 위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이를 방어할 산업은행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연간 이직 숫자에 가까운 40여명의 직원들이 이미 이직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직원들의 동요와 줄 퇴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경제위기를 막아낼 방패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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