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2역' 곽선영의 재발견…뮤지컬 '러브레터'

기사등록 2015/01/20 08:48:16

최종수정 2016/12/28 14:27:33

곽선영, 뮤지컬 '러브레터'(사진=로네뜨)
곽선영, 뮤지컬 '러브레터'(사진=로네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 '러브레터'는 영화의 감동과 여운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긴 수작이다. 뮤지컬배우 곽선영(32)의 재발견은 또다른 소득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 열풍의 신호탄인 원작영화 '러브레터'(1995)를 말끔하게 각색했고 곽선영의 섬세한 연기가 뮤지컬을 떠받친다.

 '히로코'가 죽은 연인인 남자 '이츠키'에게 보낸 편지가  이츠키와 학교 동창생이자 동명인 여자 '이츠키'에게 전달되고 그녀가 답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자 이츠키는 남자 이츠키의 첫 사랑이었다. 이츠키와 히로코는 쌍둥이처럼 빼닮았다. 히로코는 자신이 이츠키의 첫사랑과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이츠키의 사랑이 자신이 아닌 첫사랑의 잔영을 향한 게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인이 조난당한 산을 향해 "잘 지내고 있나요?(영화에선 '오 겡키 데스카')"라며 가슴을 아리게 하는 작별 인사를 한 뒤 마음 속으로부터 그를 놓아준다. 여자 이츠키는 그간 잊고 있었던(또는 모른 척했던) 첫사랑과 추억을 안고 한층 성숙한다.

 곽선영은 1인 2역으로 이츠키와 히로코를 번갈아 연기한다. 여자 '지킬 앤 하이드'로 불리는 이유다. 더 어려운 건 특별한 분장 없이 두 사람의 감정선을 계속 갈아타야 한다는 점이다. 발랄한 이츠키, 조용한 히로코를 스스럼없이 연기하는 곽선영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춰 여운이 더 짙은 뮤지컬의 매력이 배가 된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곽선영은 "두 사람의 희로애락을 번갈아 연기하는 것뿐 아니라 편지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혼자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연습 초반에는 두 여인의 차이를 두드러지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혼자 연기하다 보니 무심코 제 모습이 배어 나와 반응이 겹쳐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차이를 만드는 걸 그만뒀죠. 그랬더니 히로코와 이츠키가 놓인 상황에 따라 자연스레 차이가 생기더라고요."

 감정 변화가 심한 두 사람을 동시에 연기하다 보니 "다음 날 일어나면 힘들 정도로 감정 소모가 심해요"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공연할 때는 몰라요. 인물과 상황에 집중하다보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듯하죠. 그래서 끝나고 나면 힘들어도 매번 무대에 오를 때는 설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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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 뮤지컬 '러브레터'(사진=로네뜨)
 동안인 곽선영은 그간  뮤지컬 '궁' '풀하우스' 등 아이돌과 호흡을 맞추는 소녀 역을 많이 맡았다. 지난해 초 뮤지컬 '글루미데이'에서 일본강점기 신여성인 '윤심덕'을 맡아 소녀 이미지를 벗어났던 그는 '러브레터'로 성숙한 여성으로 인장을 찍었다. "30대 들어서 히로코와 이츠키를 연기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웃었다. 올해로 10년 차 뮤지컬배우인 그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연극배우를 꿈꾸던 그녀는 2006년 '달고나'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번 작품에서 또 다른 '신의 한 수'는 단발머리다. 전작 뮤지컬 '풀하우스'에서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짧게 자른 머리카락이 히로코와 이츠키를 제대로 살리는데 한몫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뒤 새삼 '예쁜 배우'로 인식된 고준희, 이유비와 같은 사례다. 단발머리는 히로코와 이츠키의 캐릭터뿐 아니라 곽선영의 미모도 새삼 빛나게 한다. 단발머리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자 "운이 좋았다"면서 부끄럽게 웃었다.

 무엇보다 '러브레터'에서 그녀의 연기가 돋보이는 까닭은 일상의 소중함을 무대 위에서 새삼 깨닫게 만든다는 점이다. 히로코의 잃어버린 연인, 이츠키의 아련한 추억뿐 아니라 '러브레터'에는 가족, 학창시절 등 누구나 겪었을 법한 성장의 순간들의 오롯이 담겨있다. "관객이 등장인물을 믿게끔 '편안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라는 곽선영의 연기론이 제대로 힘을 받는다.

 '러브레터' 2월1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여자 이츠키·히로코 김지현, 소년 이츠키 조상웅·강기둥, 소녀 이츠키 유주혜·안소연, 아키바 박호산·윤석원. 대본·작사 윤혜선, 작곡 김아람, 안무 박은영, 음악감독 김길려. 6만6000~8만원. PAC 코리아·로네뜨. 1566-1823

 ◇커튼콜 : '러브레터' 관련 인터뷰에서 담지 못한 내용들.

 ▲요즘 듣는 음악 : '보사노바 대부'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의 '더 걸 프롬 이파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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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 뮤지컬 '러브레터'(사진=로네뜨)
 "겨울이다 보니 주로 재즈를 들어요. 계속 따듯한 음악이 생각나네요. '러브레터' 영향인지 잔잔하고 조용한 노래들이 좋네요."

 ▲취미 : 퍼즐 맞추기, 뜨개질 

 "조용하게 혼자서 하는 취미들을 좋아해요. 특히 퍼즐이요. 1000피스 짜리를 뚝딱 맞춰요. 친구들에게 선물을 해줬음에도 집에 많죠. 호호호. 최근에는 뜨개질에 빠졌어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학생 : 동국대 대학원(공연예술학과) 석사과정  

 "논문만 남았어요. 다양한 역을 맡아본 뒤 최종 목표는 강단에 서는 것이에요. 연기하면서도 계속 공부는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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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2역' 곽선영의 재발견…뮤지컬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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