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문원의 ‘문화비평’
11월12일부터 시작된 KBS2 ‘청춘불패 시즌2’가 방영 초반부터 시청률 저조로 뭇매를 맞고 있다.
헤럴드경제 11월27일자 기사 ‘‘청불2’,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KBS2 예능 프로그램 ‘청춘불패 시즌2(이하 청불2)’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월 27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방송한 ‘청불2’는 전국시청률 6.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주 방송분이 기록한 것과 동일한 수치”라면서 “이같은 원인으로는 시즌제로 방송한 프로그램인 만큼 ‘시즌1’과 비교해 G8 멤버들의 예능감은 더욱 강화된 듯 했지만 그에 비해 신선함이 떨어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형식 역시 ‘시즌1’과 다를 바 없는 점 역시 시청률 부진의 한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농촌에서 어촌으로 촬영배경은 바뀌었지만, 그 이외에 모든 것이 똑같은 상황에서 시청률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이 같은 비판들은 조금 기묘한 감이 있다. 따지고 보면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방영됐던 ‘청춘불패’ 시즌1도 시청률 면에선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총58회 평균시청률 8.4%(AGB닐슨), 가장 높게 나왔던 회차라 봤자 초반 18회 14.0%였고, 후반 45회까지 가선 5.2%까지 떨어졌었다. 특히 43회부터 58회까진 단 한 번도 8%대를 돌파한 적이 없었다.
또 지금 시즌2도 MBC ‘세바퀴’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밀려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즌1 당시도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와 MBC 스페셜 등에 밀려 동시간대 꼴찌를 차지하기 일쑤였다. 어떤 의미에선 이런 프로그램이 시즌2까지 만들었다는 점 자체가 더 특이한 일이라는 얘기다.
사실 ‘청춘불패 시즌2’는 ‘되는 게 이상한’ 조건이다. 애초 ‘청춘불패’는 2009년 당시 각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선정성이 문제가 되자 이른바 ‘착한 예능’ ‘감동 예능’의 필요가 대두되면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인지 예능프로그램으로서 꽤나 도전적인 시간대였던 금요일밤 11시5분부터 다음날 새벽 12시15분까지로 편성을 잡아놓았다. 정상적 예능프로그램 반응을 기대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단 것이다.
이런 입장은 시즌2에서 오히려 더 강화됐다. ‘청춘불패’ 시청층 중 10대 청소년층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모님이 채널권을 쥐고 있어 청소년층 접근이 시즌1 때보다 더 열악한 토요일밤 11시5분부터로 편성됐다. 그런 조건 하에서라면 시즌2가 시즌1보다 1~2%씩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일이다. 한 마디로, ‘청춘불패 시즌 2’는 ‘예상 외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게 아니라 ‘딱 예상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래도 의문은 당연히 생길 수 있다. 그런 실험적 시간대에 ‘착한 예능’ ‘감동 예능’을 집어넣겠다는 발상은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 번 실험해봤던 ‘청춘불패’의 시즌2를 기획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좀 다른 콘셉트 프로그램을 실험해보는 게 더 진취적인 방향이 아니었겠느냐는 것.
이에 대해 PD저널 11월30일자 기사 ‘아이디어 없는 예능 ‘재탕’으로 해결?’은 “최근 시즌제를 표방한 예능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그 여세를 이어 폐지됐던 프로그램들이 부활하고 있다. (중략)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시킨 <청춘불패>도 시즌 2로 지난 12일부터 내보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재탕’ 비판과 함께 방송사들의 ‘아이디어 빈곤’을 꼬집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부활 프로그램이 두드러진 이유는 방송사들이 새로운 포맷 개발보다는 검증된 옛 프로그램을 각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시청률 부진 등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기존 포맷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게 오히려 안전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토크와 리얼 버라이어티, 오디션 프로그램 등이 예능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개편 때마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베끼기’ 형태로 재탄생하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인기 진행자 역시 한계 상황에 달하자 기존 포맷에 의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외부적으로는 종합편성채널의 개국에 따른 예능PD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제작인력에 비상등이 켜진 것도 한 몫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 마디로 전반적 방송사 사정에 따른 ‘아이디어 빈곤’이 ‘청춘불패’마저도 다시 불러들였단 주장이다.
물론 이 같은 분석은 함께 예로 든 KBS2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 SBS ‘진실게임 가짜를 찾아라’ 등에는 상당히 적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춘불패 시즌2’ 경우는 조금 달리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봐도 ‘청춘불패 시즌2’의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이피뉴스 11월22일자 기사 ‘日유명토크쇼 “카라 열혈팬 개그맨” 한자리에’는 11월17일 방송된 TV아사히 토크쇼 ‘아메토크’에서 ‘카라를 좋아하는 개그맨들’을 뜻하는 ‘카라게닌’편을 소개하며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몸동작으로 ‘점핑’ 댄스를 선보이는 삼촌팬, 켄도 코바야시(39)는 2008년 라디오에서 “동방신기의 CD는 대체 누가 사냐”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내용인즉, “(동방신기의) 비주얼이 좋아 사진집을 사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CD는 누가 사느냐”는 것이었다. 이어 그는 “이병헌이 일본어 CD를 내기는 했냐”는 등 한류스타들에 대한 딴지 발언을 해왔던 장본인이다. 그랬던 그가 카라의 춤을 추며, “쵼츈불패 모르냐”고 역성을 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켄도뿐만이 아니다. 기사는 또 다른 개그맨인 개그콤비 ‘드렁크 드래곤’의 츠카지 무가(40) 발언도 전했다. “그는 구하라가 활약하고 있는 한국방송까지 쫙 꿰고 있었다. 명절에 특집으로 방송한 아이돌 육상대회에서 구하라가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며 뛰었다고 구의 뛰어난 운동신경을 알리는 한편, 구하라가 고정으로 나온 예능프로 ‘청춘불패’를 소개하기도 했다.”며 “일본인들에게는 비교적 어려운 ‘청춘불패’의 발음이 재밌는 듯 ‘아메토크’의 MC 미야사코 히로유키와 호토하라 토오루는 물론, 출연자 전원이 ‘청춘불패’를 연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렇게들 ‘청춘불패’를 잘, 많이들 알고 있는 걸까. 사실 당연한 일이다. ‘청춘불패’ 시즌1은 일본에서 나름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이다. ‘청춘불패’는 국내방영과 함께 KBS월드 위성방송을 통해 일본에서도 방영됐다. 그런데 한국 아이돌 한류가 터지면서 ‘청춘불패’는 동반상승 효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반응이 너무 거세자 일본의 유료위성방송 스카이퍼펙트가 직접 나서 2010년 8월2일 도쿄 유라쿠초의 도쿄국제포럼홀에서 ‘스카파 PRESENTS ‘청춘불패 인 재팬’ TALK&LIVE’를 개최, 해당 공연상황을 8월21일과 25일 전후편으로 나눠 방송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4월에는 ‘청춘불패’ DVD 박스세트가 총5매로 등장, 1만5750엔(약21만 원)이란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현상을 보였다. ‘청춘불패’의 폭발적 인기 덕택에 일본 최대 비디오·DVD렌탈업체인 츠타야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한국 콘텐츠 대여횟수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과 미국 콘텐츠를 웃돌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지난 7월에는 아사히신문이 이 같은 ‘청춘불패 현상’을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7월17일자로 ‘청춘불패’의 DVD판매량을 다루며 한국 아이돌들의 시골생활모습과 자급자족의 생활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룬 점이 인기 요인이라 분석했다. 보도 이후 아사히는 곧바로 자사 위성방송인 CS아사히에서 ‘청춘불패’ 방영에 돌입했다.
결국 일본에서 이 정도 반향을 일으키고, 한류 확산에 톡톡한 기여를 한 프로그램이 바로 ‘청춘불패’였으니 그 시즌2를 만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단 얘기다. ‘청춘불패’라는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살려 시즌2를 만들어내는 게 정석적인 전략이었다. 더 중요한 건, KBS 측은 애초 이 같은 부분을 ‘청춘불패 시즌2’ 방영 전부터 언급해왔다는 점이다.
스타뉴스 10월18일자 기사 ‘★총출동 ‘청불2’ CP “한류 킬러 콘텐츠 만들 것”’은 “‘청춘불패2’ 김호상 책임프로듀서(CP)는 멤버 발표 직후 스타뉴스에 “‘청춘불패’는 해외에서도 워낙 관심이 많은 프로그램”이라며 “해외 팬들도 염두에 두고 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녀시대나 카라 등 해외에서 인기 있는 걸그룹 멤버들의 발탁 역시 그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김CP는 “시즌1은 해외에 많이 팔렸다”라며 “일본 같은 경우에는 케이블에서 재방송을 비롯해 DVD도 많이 팔리고 있다. 시즌2 역시 한류 시장의 또 다른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기대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상업적 성과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거둘 요량이란 공언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반론은 제기될 수 있다. 해외에서나 반응이 좋을 뿐 국내에서 이미 시청률 확보에 실패한 프로그램 시즌2를 굳이 또 편성해 보여줄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해외시장만을 겨냥한 프로그램일뿐 국내 시청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것.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이 나오기에 앞서,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애초 ‘청춘불패’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단 점이다. 사라져가는 한국농촌에 대해 젊은 시청자층의 관심과 호응을 얻어내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그 공로로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감사패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사회적 역할이 충분했던 프로그램이어서 공영방송 입장에서 그 맥락을 이어 어촌탐방 시즌2 기획을 만들어내는데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국내에선 사회적 역할에 방점이 찍히고 상업적 성과는 해외에서 거두는 구조였다.
돌이켜보면 ‘청춘불패 시즌2’는 물론이고 시즌1에 대해서도 국내 미디어의 비판은 주로 시청률 확보에 실패했다는 차원밖에 없었다. 시청률이 떨어진 원인들을 미세하게 거론하며, 출연자 누구의 발언이 미약했다는 둥 차원으로밖에 비판이 이뤄지질 않았다. 프로그램 자체의 의도와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평가는 없었다. 미디어 역시 ‘청춘불패’가 ‘착한 예능’ ‘감동 예능’이자 ‘좋은 프로그램’이란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단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공영방송에서 밤 11시5분에 방송되는, 공영방송적 명분이 충분한 프로그램을 놓고 너무 지나치게들 상업적 성과를 비판해왔다는 측면도 있다. 아이돌이 대거 출연한다는 관점만으로 프로그램을 바라보니 오히려 도그마에 빠져버렸던 셈이다.
어찌됐건 ‘청춘불패’의 성공과 ‘청춘불패 시즌2’ 상황을 놓고 정작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처럼 ‘꿩’과 ‘알’을 서로 다른 곳에서 먹는 특이한 구조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간 한류영역에서 딱히 거론되지 않았던 TV예능프로그램이 마침내 한류성과를 제대로 내기 시작했다는 첫 징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이돌 열풍에 편승한 프로그램들이 주로 한류효과를 내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방송영역이 이미 일본을 넘어 대만까지 가있는 상황이고, 중국에선 ‘짝퉁 청춘불패’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청춘불패 시즌 2’를 불법 업로드시킨 유튜브 포스트를 살펴보면,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영어로 씌어진 댓글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형식과 스타일이 아이돌 붐과 함께 해외각국으로 왕성하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은 일본 2ch에서부터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매한가지로 호평이다. 대부분 연출이 잘돼있고, 아이돌들의 솔직한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점이 좋고, 인간적 정(情)을 자연풍광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낸 점이 좋다는 평들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청춘불패’가 ‘영웅호걸’이 해외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분명 ‘아이돌이 빠진’ 여타 예능프로그램들에도 관심을 갖게 될 날이 올 수 있다. 똑같이 자연을 벗 삼아 노니는 ‘1박2일’에 빠질 날도 올 것이고, 그밖에 한국 예능만의 특성인 시트콤적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계 자체에 흠뻑 젖게 될 날도 올 수 있다. 그때부터가 진정한 한류의 확장, 전 방위적 한류의 탄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 시점 한국 미디어가 ‘청춘불패 시즌2’를 통해 바라봐야 할 지점은, 단순히 시청률이 떨어진다느니 하는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청춘불패 시즌2’의 한류효과 예상, 해외 판권계약 여부, 해외방영 계획 여부, 나아가 한국 예능프로그램 자체의 해외진출 가능성 등에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찌됐건 분명한 점은 하나다.
한국의 예능프로그램 제목이 일본 지상파TV에서 정확히 언급된 것은 ‘청춘불패’가 분명 처음이리란 점이다. 아무리 돌이켜봐도 연예정보프로그램을 벗어나서는, 그 이전 사례를 기억해낼 수가 없다. 그리고 아무리 짝퉁이 많은 중국일지라도, 중국에서 대놓고 베낀 한국 예능프로그램도 아마 ‘청춘불패’가 처음일 것 같다는 점도 상기해둘 필요가 있다.
‘청춘불패’는 어쩌면, 한국 예능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글로벌한 효과를 얻어낸’ 프로그램으로서 기억될는지도 모를 일이란 얘기다. 이쯤 되면 아무리 둔탁한 미디어들일지라도 좀 다른 차원에서 ‘청춘불패 시즌2’를 바라봐야 할 것이란 점쯤, 짐작하고도 남았으리라 믿는다.
대중문화평론가 [email protected]
11월12일부터 시작된 KBS2 ‘청춘불패 시즌2’가 방영 초반부터 시청률 저조로 뭇매를 맞고 있다.
헤럴드경제 11월27일자 기사 ‘‘청불2’,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KBS2 예능 프로그램 ‘청춘불패 시즌2(이하 청불2)’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월 27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방송한 ‘청불2’는 전국시청률 6.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주 방송분이 기록한 것과 동일한 수치”라면서 “이같은 원인으로는 시즌제로 방송한 프로그램인 만큼 ‘시즌1’과 비교해 G8 멤버들의 예능감은 더욱 강화된 듯 했지만 그에 비해 신선함이 떨어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형식 역시 ‘시즌1’과 다를 바 없는 점 역시 시청률 부진의 한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농촌에서 어촌으로 촬영배경은 바뀌었지만, 그 이외에 모든 것이 똑같은 상황에서 시청률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이 같은 비판들은 조금 기묘한 감이 있다. 따지고 보면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방영됐던 ‘청춘불패’ 시즌1도 시청률 면에선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총58회 평균시청률 8.4%(AGB닐슨), 가장 높게 나왔던 회차라 봤자 초반 18회 14.0%였고, 후반 45회까지 가선 5.2%까지 떨어졌었다. 특히 43회부터 58회까진 단 한 번도 8%대를 돌파한 적이 없었다.
또 지금 시즌2도 MBC ‘세바퀴’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밀려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즌1 당시도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와 MBC 스페셜 등에 밀려 동시간대 꼴찌를 차지하기 일쑤였다. 어떤 의미에선 이런 프로그램이 시즌2까지 만들었다는 점 자체가 더 특이한 일이라는 얘기다.
사실 ‘청춘불패 시즌2’는 ‘되는 게 이상한’ 조건이다. 애초 ‘청춘불패’는 2009년 당시 각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선정성이 문제가 되자 이른바 ‘착한 예능’ ‘감동 예능’의 필요가 대두되면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인지 예능프로그램으로서 꽤나 도전적인 시간대였던 금요일밤 11시5분부터 다음날 새벽 12시15분까지로 편성을 잡아놓았다. 정상적 예능프로그램 반응을 기대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단 것이다.
이런 입장은 시즌2에서 오히려 더 강화됐다. ‘청춘불패’ 시청층 중 10대 청소년층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모님이 채널권을 쥐고 있어 청소년층 접근이 시즌1 때보다 더 열악한 토요일밤 11시5분부터로 편성됐다. 그런 조건 하에서라면 시즌2가 시즌1보다 1~2%씩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일이다. 한 마디로, ‘청춘불패 시즌 2’는 ‘예상 외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게 아니라 ‘딱 예상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래도 의문은 당연히 생길 수 있다. 그런 실험적 시간대에 ‘착한 예능’ ‘감동 예능’을 집어넣겠다는 발상은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 번 실험해봤던 ‘청춘불패’의 시즌2를 기획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좀 다른 콘셉트 프로그램을 실험해보는 게 더 진취적인 방향이 아니었겠느냐는 것.
이에 대해 PD저널 11월30일자 기사 ‘아이디어 없는 예능 ‘재탕’으로 해결?’은 “최근 시즌제를 표방한 예능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그 여세를 이어 폐지됐던 프로그램들이 부활하고 있다. (중략)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시킨 <청춘불패>도 시즌 2로 지난 12일부터 내보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재탕’ 비판과 함께 방송사들의 ‘아이디어 빈곤’을 꼬집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부활 프로그램이 두드러진 이유는 방송사들이 새로운 포맷 개발보다는 검증된 옛 프로그램을 각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시청률 부진 등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기존 포맷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게 오히려 안전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토크와 리얼 버라이어티, 오디션 프로그램 등이 예능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개편 때마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베끼기’ 형태로 재탄생하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인기 진행자 역시 한계 상황에 달하자 기존 포맷에 의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외부적으로는 종합편성채널의 개국에 따른 예능PD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제작인력에 비상등이 켜진 것도 한 몫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 마디로 전반적 방송사 사정에 따른 ‘아이디어 빈곤’이 ‘청춘불패’마저도 다시 불러들였단 주장이다.
물론 이 같은 분석은 함께 예로 든 KBS2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 SBS ‘진실게임 가짜를 찾아라’ 등에는 상당히 적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춘불패 시즌2’ 경우는 조금 달리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봐도 ‘청춘불패 시즌2’의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이피뉴스 11월22일자 기사 ‘日유명토크쇼 “카라 열혈팬 개그맨” 한자리에’는 11월17일 방송된 TV아사히 토크쇼 ‘아메토크’에서 ‘카라를 좋아하는 개그맨들’을 뜻하는 ‘카라게닌’편을 소개하며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몸동작으로 ‘점핑’ 댄스를 선보이는 삼촌팬, 켄도 코바야시(39)는 2008년 라디오에서 “동방신기의 CD는 대체 누가 사냐”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내용인즉, “(동방신기의) 비주얼이 좋아 사진집을 사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CD는 누가 사느냐”는 것이었다. 이어 그는 “이병헌이 일본어 CD를 내기는 했냐”는 등 한류스타들에 대한 딴지 발언을 해왔던 장본인이다. 그랬던 그가 카라의 춤을 추며, “쵼츈불패 모르냐”고 역성을 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켄도뿐만이 아니다. 기사는 또 다른 개그맨인 개그콤비 ‘드렁크 드래곤’의 츠카지 무가(40) 발언도 전했다. “그는 구하라가 활약하고 있는 한국방송까지 쫙 꿰고 있었다. 명절에 특집으로 방송한 아이돌 육상대회에서 구하라가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며 뛰었다고 구의 뛰어난 운동신경을 알리는 한편, 구하라가 고정으로 나온 예능프로 ‘청춘불패’를 소개하기도 했다.”며 “일본인들에게는 비교적 어려운 ‘청춘불패’의 발음이 재밌는 듯 ‘아메토크’의 MC 미야사코 히로유키와 호토하라 토오루는 물론, 출연자 전원이 ‘청춘불패’를 연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렇게들 ‘청춘불패’를 잘, 많이들 알고 있는 걸까. 사실 당연한 일이다. ‘청춘불패’ 시즌1은 일본에서 나름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이다. ‘청춘불패’는 국내방영과 함께 KBS월드 위성방송을 통해 일본에서도 방영됐다. 그런데 한국 아이돌 한류가 터지면서 ‘청춘불패’는 동반상승 효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반응이 너무 거세자 일본의 유료위성방송 스카이퍼펙트가 직접 나서 2010년 8월2일 도쿄 유라쿠초의 도쿄국제포럼홀에서 ‘스카파 PRESENTS ‘청춘불패 인 재팬’ TALK&LIVE’를 개최, 해당 공연상황을 8월21일과 25일 전후편으로 나눠 방송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4월에는 ‘청춘불패’ DVD 박스세트가 총5매로 등장, 1만5750엔(약21만 원)이란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현상을 보였다. ‘청춘불패’의 폭발적 인기 덕택에 일본 최대 비디오·DVD렌탈업체인 츠타야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한국 콘텐츠 대여횟수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과 미국 콘텐츠를 웃돌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지난 7월에는 아사히신문이 이 같은 ‘청춘불패 현상’을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7월17일자로 ‘청춘불패’의 DVD판매량을 다루며 한국 아이돌들의 시골생활모습과 자급자족의 생활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룬 점이 인기 요인이라 분석했다. 보도 이후 아사히는 곧바로 자사 위성방송인 CS아사히에서 ‘청춘불패’ 방영에 돌입했다.
결국 일본에서 이 정도 반향을 일으키고, 한류 확산에 톡톡한 기여를 한 프로그램이 바로 ‘청춘불패’였으니 그 시즌2를 만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단 얘기다. ‘청춘불패’라는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살려 시즌2를 만들어내는 게 정석적인 전략이었다. 더 중요한 건, KBS 측은 애초 이 같은 부분을 ‘청춘불패 시즌2’ 방영 전부터 언급해왔다는 점이다.
스타뉴스 10월18일자 기사 ‘★총출동 ‘청불2’ CP “한류 킬러 콘텐츠 만들 것”’은 “‘청춘불패2’ 김호상 책임프로듀서(CP)는 멤버 발표 직후 스타뉴스에 “‘청춘불패’는 해외에서도 워낙 관심이 많은 프로그램”이라며 “해외 팬들도 염두에 두고 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녀시대나 카라 등 해외에서 인기 있는 걸그룹 멤버들의 발탁 역시 그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김CP는 “시즌1은 해외에 많이 팔렸다”라며 “일본 같은 경우에는 케이블에서 재방송을 비롯해 DVD도 많이 팔리고 있다. 시즌2 역시 한류 시장의 또 다른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기대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상업적 성과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거둘 요량이란 공언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반론은 제기될 수 있다. 해외에서나 반응이 좋을 뿐 국내에서 이미 시청률 확보에 실패한 프로그램 시즌2를 굳이 또 편성해 보여줄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해외시장만을 겨냥한 프로그램일뿐 국내 시청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것.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이 나오기에 앞서,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애초 ‘청춘불패’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단 점이다. 사라져가는 한국농촌에 대해 젊은 시청자층의 관심과 호응을 얻어내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그 공로로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감사패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사회적 역할이 충분했던 프로그램이어서 공영방송 입장에서 그 맥락을 이어 어촌탐방 시즌2 기획을 만들어내는데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국내에선 사회적 역할에 방점이 찍히고 상업적 성과는 해외에서 거두는 구조였다.
돌이켜보면 ‘청춘불패 시즌2’는 물론이고 시즌1에 대해서도 국내 미디어의 비판은 주로 시청률 확보에 실패했다는 차원밖에 없었다. 시청률이 떨어진 원인들을 미세하게 거론하며, 출연자 누구의 발언이 미약했다는 둥 차원으로밖에 비판이 이뤄지질 않았다. 프로그램 자체의 의도와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평가는 없었다. 미디어 역시 ‘청춘불패’가 ‘착한 예능’ ‘감동 예능’이자 ‘좋은 프로그램’이란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단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공영방송에서 밤 11시5분에 방송되는, 공영방송적 명분이 충분한 프로그램을 놓고 너무 지나치게들 상업적 성과를 비판해왔다는 측면도 있다. 아이돌이 대거 출연한다는 관점만으로 프로그램을 바라보니 오히려 도그마에 빠져버렸던 셈이다.
어찌됐건 ‘청춘불패’의 성공과 ‘청춘불패 시즌2’ 상황을 놓고 정작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처럼 ‘꿩’과 ‘알’을 서로 다른 곳에서 먹는 특이한 구조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간 한류영역에서 딱히 거론되지 않았던 TV예능프로그램이 마침내 한류성과를 제대로 내기 시작했다는 첫 징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이돌 열풍에 편승한 프로그램들이 주로 한류효과를 내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방송영역이 이미 일본을 넘어 대만까지 가있는 상황이고, 중국에선 ‘짝퉁 청춘불패’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청춘불패 시즌 2’를 불법 업로드시킨 유튜브 포스트를 살펴보면,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영어로 씌어진 댓글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형식과 스타일이 아이돌 붐과 함께 해외각국으로 왕성하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은 일본 2ch에서부터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매한가지로 호평이다. 대부분 연출이 잘돼있고, 아이돌들의 솔직한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점이 좋고, 인간적 정(情)을 자연풍광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낸 점이 좋다는 평들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청춘불패’가 ‘영웅호걸’이 해외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분명 ‘아이돌이 빠진’ 여타 예능프로그램들에도 관심을 갖게 될 날이 올 수 있다. 똑같이 자연을 벗 삼아 노니는 ‘1박2일’에 빠질 날도 올 것이고, 그밖에 한국 예능만의 특성인 시트콤적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계 자체에 흠뻑 젖게 될 날도 올 수 있다. 그때부터가 진정한 한류의 확장, 전 방위적 한류의 탄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 시점 한국 미디어가 ‘청춘불패 시즌2’를 통해 바라봐야 할 지점은, 단순히 시청률이 떨어진다느니 하는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청춘불패 시즌2’의 한류효과 예상, 해외 판권계약 여부, 해외방영 계획 여부, 나아가 한국 예능프로그램 자체의 해외진출 가능성 등에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찌됐건 분명한 점은 하나다.
한국의 예능프로그램 제목이 일본 지상파TV에서 정확히 언급된 것은 ‘청춘불패’가 분명 처음이리란 점이다. 아무리 돌이켜봐도 연예정보프로그램을 벗어나서는, 그 이전 사례를 기억해낼 수가 없다. 그리고 아무리 짝퉁이 많은 중국일지라도, 중국에서 대놓고 베낀 한국 예능프로그램도 아마 ‘청춘불패’가 처음일 것 같다는 점도 상기해둘 필요가 있다.
‘청춘불패’는 어쩌면, 한국 예능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글로벌한 효과를 얻어낸’ 프로그램으로서 기억될는지도 모를 일이란 얘기다. 이쯤 되면 아무리 둔탁한 미디어들일지라도 좀 다른 차원에서 ‘청춘불패 시즌2’를 바라봐야 할 것이란 점쯤, 짐작하고도 남았으리라 믿는다.
대중문화평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