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공사로 휴진합니다'…꼼수 휴진에 환자들 발 동동(종합)

[서울=뉴시스] 김남희 이수정 이태성 오정우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의 18일 하루 전면 휴진에 동네 병·의원 일부도 참여하면서 동네의원을 찾은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뉴시스가 찾은 동네의원은 대부분 정상 진료를 하고 있었지만, 문을 닫은 소아과에는 아이를 데리고 '오픈런' 한 부모들이 속을 태우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 소재 동네의원 중에서는 4곳이 휴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모두 소아청소년과였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필수의료'에 해당한다.

공덕동의 한 소아청소년과에는 '6월18일(화) 오전 휴진입니다. 12시부터 진료 시작됩니다.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오전 9시30분부터 30분간 7명이 해당 의원을 방문했다가 안내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6개월 된 딸을 데리고 온 이모(37)씨는 "다른 소아과에 갔다 왔는데 거기도 오늘 휴진이었다. 근처 의원을 찾아서 왔는데 또 휴진"이라며 "휴진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어른이면 병원에 와서 기다려도 상관없는데 아기를 이렇게 데리고 나오는 게 쉽지 않다. 예약이 가능한 병원은 한정적이라 9시 오픈 시간에 맞춰서 온 건데 이렇게 닫혀 있으면 어떡하나"라며 "아기가 아파서 막 울면 부모는 정말 답답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내부 공사를 핑계로 쉬거나 오전만 진료하는 '꼼수 휴진'도 눈에 띄었다.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한 산부인과는 '병원 내부 전기공사로 인해 휴진합니다.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진료예약과 내원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문을 닫았다. 다만 내부 공사 정황은 보이지 않았다.

30대 여성 이모씨는 "약을 받으러 왔는데 문 닫은 곳이 많아서 동네 병원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따로 휴진인지 안내받은 게 없어서 모르고 왔다. 미리 안내해 주면 좋았을 텐데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동대문구의 한 산부인과는 취재진이 내원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오후에는 원장님이 일정이 있어서 언제 복귀할 지 모르겠다"며 "되도록 오전에 와 달라. 오후엔 좀 그런 분위기다"라고 답했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이비인후과,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안과, 신경외과 등 동네의원 35곳이 정상 영업 중이었다. 그러나 산부인과 1곳이 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 중인 이비인후과를 찾은 김모(32)씨는 "뉴스 보고 불안했는데 문을 열어서 다행"이라면서도 "여기보다 상급병원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동네병원은 대체할 수 있는 곳이 많지만 대학병원은 그렇지 않으니까"라고 했다.

양재역 인근에서도 산부인과 1곳과 소아청소년과 1곳, 이비인후과 1곳이 휴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산부인과는 '부득이하게 휴진합니다. 진료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벽보를 붙이고 문을 닫았다.

하모(25)씨는 "오늘 쉰다는 문자를 못 받았다. 지난주에 분명 이번 주에 진료 받으러 오라고 했었다"며 "갑자기 쉬니까 당황스러운데 이거 의사 집단휴진 때문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오늘 꼭 진료받아야 하는데"라고 덧붙였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동네의원은 오후 기준 내과 2곳, 산부인과 1곳, 소아청소년과 2곳이 휴진 중이었다.

문을 닫은 한 내과 앞에는 '6월18일 휴진합니다'라는 손글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감기 때문에 의원을 찾은 김동훈(62)씨는 "전화를 해도 안 받길래 와봤다"며 "의사 파업에 별 생각 없었는데 실제로 겪으니까 불편하다.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대문구의 한 내과는 '휴진 안내'라고 쓰인 종이를 문 앞에 붙여 뒀다. 다른 설명은 없었다.

김동식(43)씨는 "기관지염이 있어서 근처 병원에 왔는데 휴진이라고 한다"며 "의사들 파업할 수야 있는데 휴진 안내를 이런 식으로만 붙여 놓으면 모르고 오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제대로 안내해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인 고려대안암병원은 휴진하는 과가 없었다. 산부인과를 비롯해 심장혈관흉부외과, 신장내과, 정형외과, 감염내과 등 모든 과에서 정상 진료가 진행 중이었다.

안암병원 소속 간호사는 "외래진료는 정상적으로 다 한다고 들었다"며 "휴진하는 교수님의 없어서 수술장도 그대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신경과에 방문한 홍성순(69)씨는 "의사 파업이라고 들었는데 정상적으로 진료를 봤다. 다음 예약도 일주일 뒤로 잡았다"고 말했다.

서재필(73)씨도 "딸이 선천적으로 아파서 신경과에 왔다. 파업한다고 하던데 예약한 날짜 그대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만6371개 동네 병·의원 중 휴진 신고를 한 의료기관은 1463개(4.02%)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고 '꼼수 휴진'을 하거나 '오전만 진료'하는 곳이 많으면 실제 휴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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