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 피할 목적으로 임시창고·물류센터에 보관
대법 "개정 법령 적용해 부담금·출연금 다시 계산해야"
"시행령 개정 이전 부과된 폐기물부담금 소급적용 위헌"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이혼한 부부에게 혼인무효 처분을 인정하지 않는 혼인무효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2024.05.23. k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5/23/NISI20240523_0020350245_web.jpg?rnd=20240523142810)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이혼한 부부에게 혼인무효 처분을 인정하지 않는 혼인무효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2024.05.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2015년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생산된 담배를 임시 창고로 옮기거나 전산에서 반출된 것으로 처리해 인상 전 가격 기준으로 세금과 부담금을 납부한 담배제조업체 한국필립모리스에 부과된 추가 부담금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3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를 열고 한국필립모리스가 한국환경공단,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11월 2015년 1월1일부터 담뱃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폐기물부담금은 7원에서 24.4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354원에서 841원으로 인상됐다. 연초생산안정화재단에 납부하는 담배 한 갑당 5원의 출연금도 신설됐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정부 발표 이후 담배에 대한 세금과 부담금 인상분에 대한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제조된 담배를 임시 창고에 옮겼다. 또한 물류센터에 옮겨 보관 중이던 담배를 이동하지 않고 전산에서 반출된 것으로 입력했다.
이후 한국필립모리스는 2015년 1월1일 이후 담배에 대한 세금과 부담금이 인상된 후 도매업자에게 담배를 판매했다.
재판의 쟁점은 부담금 부과 시점이다. 정부는 부담금 인상 기준을 시행령을 통해 '2015년 1월1일부터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로 정했다.
정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담뱃세 인상 이전 임시창고 옮겨 보관하고 있던 담배와 물류센터에 있던 담배를 전산상 반출한 것을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보고 인상분에 해당하는 추가 세금·분담금을 부과했다.
정부가 한국필립모리스에 부과한 추가 분담금은 폐기물부담금 17억원, 국민건강부담금 517억원, 출연금 5억원 등 총 540억원에 달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이에 불복해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제조공장에서 만든 담배를 임시창고와 물류센터로 옮긴 것을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보고 담배에 부과된 추가 세금·부담금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담배를 제조공장에서 이동됐을 시점인 2014년 12월31일 이전에 모두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해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물류센터는 담배를 보관하는 창고에 해당할 뿐, 담배 제조시설을 갖춘 제조장은 아니다"라며 "물류센터에서 반출할 때 담배소비세를 신고·납부했다는 사정만으로 물류센터에서의 반출을 '제조장으로부터의 반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원 일치 의견으로 임시창고로 옮긴 담배와 전산상 반출된 것으로 입력한 담배 모두 개정법령을 적용해 다시 부담금과 출연금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담배를 이 사건 제조공장에서 이 사건 임시창고로 옮긴 때가 아니라, 임시창고에서 각 물류센터로 옮긴 때 비로소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실물이동 없이 반출된 것으로 전산입력된 담배도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령 개정일인 같은해 2월3일 이전 공장에서 반출 담배에 대해 폐기물부담금을 소급적용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은 제·개정된 법률에 대해 그 이전에 발생한 사건을 소급적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의 근거로 제시된 구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 시행령을 담뱃세 인상 이후인 2015년 2월3일 개정됐다.
대법원은 "개정규정을 2015년 1월1일부터 2월2일까지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 소급적용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라며 "폐기물부담금의 경우 위 기간 중에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는 이 사건 개정규정이 적용되선 안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다른 담뱃세와 달리 폐기물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이 지연된 것은 국가기관이 이를 적시에 하지 못한 탓"이라며 "그런데 소급입법을 통해 담배 제조업자에게 폐기물부담금을 추가로 부담시키는 것은 개정 지연에 대한 책임을 담배 제조업자에게 전가시키는 셈이 된다. 여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