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평~48평까지 전시 부스 넓고 쾌적
주연화 교수 특별전 '허스토리' 인기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람은 많았다", "장사는 안됐다", "제대로 그림 보는 맛을 전했다."
9일 부산 벡스코에서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2일 폐막한 제13회 아트부산은 페어보다 축제로 변신했다. '사람은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아트부산측은 "약 7만 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13일 밝혔다.
2~3년 전 누렸던 호황은 그리운 시절이 됐다. 오픈런은 커녕 갤러리들은 "잘 안 팔리네요"가 인사였다.
전시 부스는 넓고 화려했다. 8평에서 48평까지 배치된 각 갤러리들이 마치 '미니 미술관'처럼 꾸며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으로 넓고 높은 부스 연출로 쾌적하고 여유 있게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관람객 평이 많았다. 갤러리현대, 더페이지갤러리, 페이스, 에스더쉬퍼 등 주요 갤러리들과 굵직한 해외 화랑들이 불참해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딱 주목될 만한 대형 작품없이 '거기서 거기'라는 반응과 봄과 함께 펼치는 잇단 아트페어로 피로감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경기불황과 아트페어 홍수속에도 아트부산의 역량을 입증했다는 고무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관 3년 이상, 6회 이상의 기획 전시 이력을 보유한 갤러리를 선정한 '메인', '퓨처' 섹션을 강화한 효과다. 20개국 129개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페어는 세련된 전시 연출로 작품 보는 맛을 더하는 효과를 누렸다.
아트부산 단골로 가장 인기 부스인 국제화랑은 물론 가나화랑, PKM갤러리, 조현화랑, 학고재는 아트부산의 품격을 높였다. 특히 가나화랑은 실을 엮은 대형 설치작업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단독 부스로 눈길을 끌었다. 또 아트부산에 3년 만에 참여한 조현화랑은 이배, 이광호, 이소연 작가와 함께 강강훈 작가의 500호 대작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그림만 파는 아트부산이 아니다라는 것도 증명했다. 총 9개로 구성된 특별존 커텍트 프로그램중 여성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 '허스토리'는 이번 페어의 백미로 꼽혔다.
주연화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가 디렉팅을 맡은 이 전시는 "미술관 기획 전시 같은 작품 구성으로 현장서 익히는 미술사 시간 같다"는 호평과 함께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청년작가 지원프로그램인 아트액션도 인기였다. 올해는 런던왕립예술대학과 협업하여 젊은 작가를 조명했는데, 이하은의 강렬한 대형 작품과 20분마다 버티컬이 열리며 작품을 보여주는 최은교의 작품이 화제였다.
아트부산에 처음 온 인도네시아 대표 아트페어 ‘아트 자카르타(Art Jakarta)’의 톰 탄디오(Tom Tandio) 디렉터 “이번 아트부산은 한국의 젊고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저와 함께 온 12명의 동남아시아 컬렉터들은 아트부산이 제공한 VIP 프로그램에 모두 만족하고 있으며, 다양하게 구성된 작가 스튜디오와 컬렉션 방문은 올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밝혔다.
첫날 프리뷰 행사에는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취임 이후 아트부산에 처음으로 방문,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오프닝 리셉션에 이어 행사장을 둘러보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부인이 조현화랑를 운영하는 조현 대표로, 조현 화랑은 박 시장 취임 후 아트페어에 참여해 논란이 인 후 불참했다가 3년 만인 올해 참가해 작품을 판매했다.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반응이 뜨거웠다.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를 초청해 담론을 나누는 ‘컨버세이션스 (CONVERSATIONS)’ 프로그램은 6개의 세션으로 진행, 모든 프로그램이 사전 예매가 마감될 만큼 미술 애호가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일 진행된 '루 양: Doku로서의 나' 세션은 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루 양(Lu Yang) 작가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특별전 디렉팅을 맡은 주연화 교수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한 가운데, 성별의 구분과 정의가 불분명해져가고 있는 동시대의 흐름 속에서 올해 특별전 주제인 ‘현시대 여성 아티스트’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소개하며 아티스트의 작업세계를 깊이있게 전달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아트부산에 따르면 불황 속 다수의 갤러리가 판매 성과를 거뒀다.
국제갤러리는 하종현, 우고 론디노네, 이희준 작가의 작품을 일찌감치 판매했고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는 유에민쥔, 우국원, 전광영의 작품을 팔았다.
에프레미디스(Efremidis)는 서울 지점에서 개인전 중인 토니 저스트(Tony Just) 작품을 5점 이상 판매했고, 부산 서린스페이스는 볼드한 텍스트를 이미지화한 강준영 작가의 30호 작품을 새 컬렉터에 안겼다.
아치형의 무늬와 독특한 전시 연출로 눈길을 끈 갤러리 루안앤코는 허온, 서민정,방수연, 최은정, 배민영, 임승섭의 작품을 솔드아웃 시켰다고 전했다. 서정아트는 피정원, 이미주, 루수단 히자니쉬빌리(Rusudan Khizanishvili), 모모킴, 안다빈 등 다수의 작품을 판매했다.
일본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는 정해윤의 작품을 완판하고, 이재현, 쿄모리 코헤이(Kohei Kyomori), 테라쿠라 미야코(Miyako Terakura) 등 일본과 한국의 젊은 작가 작품 다수를 활발히 판매했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으로 아트부산의 참가한 워킹위드프렌드(Working With Friend)는 장 줄리안(Jean Jullien)의 회화 작품과 티보 에렘(Thibaud Hérem) 작품 7점을 판매했다고 전했다. 특히 티보 에렘 작가는 아트부산 기간 중 직접 행사장에 방문해 사인회를 진행하며 신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베를린의 소시에테(SOCIÉTÉ)는 루 양(Lu Yang)의 현재 파리 루이비통 재단에서 소장하고 전시 중인 신작 영상작업과 쿤스트할레 바젤(Kunsthalle Basel)에서 전시된 라이트박스 작품이 판매되었고, 국내의 미술관 두 곳에서 전시와 소장 문의를 받았다.
마리우스 빔스(Marius Wilms) 소시에테 디렉터는 “2019년 첫 참가에 이어 팬대믹 이후 5년 만에 페어에 참가했는데, 페어 출품작의 전반적인 수준과 컬렉터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어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고 전했다.
반면 처음 참가했는데 작품이 한 점도 안 팔려 디스카운트까지 고려했다는 해외 갤러리 등 유명 화랑과 아닌 화랑의 양극화는 극명하게 보였다.
올해 참가 20개국 129개 갤러리중 신규 참여 갤러리는 총 29곳(국내 23/ 해외 6)이었다.
국내는 메인 섹션에 서인갤러리, 갤러리밈, 띠오, 갤러리 인, 아트스페이스펄, 아트코드갤러리, 비이블랭크, 갤러리 천, 다이브서울, 갤러리도올, 헤드비갤러리, 인가희 갤러리, 갤러리 엠나인, 원에이치갤러리, 더블유아트갤러리, 워킹위드프렌드(FUTURE) 프람프트 프로젝트, 페이지룸8, 갤러리 언플러그드, 푸시투엔터, 로이갤러리, 별관, 스페이스 카다로그가 참여했다.
해외는 6곳으로 소시에테(SOCIETE, 베를린), 레히빈스카 갤러리(Lechbinska Gallery, 취리히/두바이), 위 콜렉트 (WE COLLECT, 마드리드), 비스킷 갤러리(biscuit gallery, 도쿄/가루이자와), 아트 트라이베카 (Art Tribeca, 뉴욕), 미스 갤러리 (MYTH Gallery,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참가해 K 아트페어의 상반된 분위기를 경험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한편 아트부산 2024 입장권은 1일권(1Day)은 3만원, 전일권(Preview)는 10만 원이었다. 매출 집계는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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