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신청 넘치는 탓에 전시근로역 편입
22세 넘어 국적선택 신고 반려되자 소송
法 "고의회피 정황 없어…복무종료 인정"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회복무요원(공익) 판정 후 장기 대기 끝에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된 이중국적자의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고 한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고의로 병역을 회피하려 한 정황이 없는 이에게까지 국가의 자원 배분 문제로 인한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국적선택 신고 반려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11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복수국적을 취득한 A씨는 2017년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 신체등급 판정을 받아 공익 소집 대상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당시 공익으로 판정된 이들이 많았던 탓에 3년 가량을 대기했고, 결국 2021년 병역법에 따라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됐다. 병역처분의 일종인 전시근로역은 평상시에는 징병 되지 않고 전시에만 소집돼 군사지원업무에 투입된다. 전시 소집시까지 복무 기간이 없다.
이후 A씨는 2022년 국적법 13조에 따라 외국국적불행사를 서약하는 방식으로 한국 국적을 선택하기 위해 외국인청에 신고했지만 반려됐다.
외국인청은 A씨가 국적법상 국적 선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국적법 12조에는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 기간을 규정하고 있는데 국적 취득 방식에 따라 선택 기간 등을 나누고 있다. 만 20세 이전에 복수국적자가 됐다면 만 22세 이전까지, 만 20세 이후 복수국적자라면 그로부터 2년 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법이 정한 기간을 넘겼더라도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 이행 후 2년 내 국적선택 신고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적법은 현역·상근예비역·보충역 또는 대체역으로 복무를 마치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 그 때로부터 2년 내 외국국적 포기 외에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이라는 기타 방식으로 한국 국적 선택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A씨는 만 20세 이전 복수국적취득자로서 만22세 이전까지 국적을 선택해야 했으나 진학 및 가정 상황으로 인해 때를 놓쳤다.
이에 근거해 외국인청은 A씨가 신고 기간을 초과했고, 전시근로역 편입 처분과 관련해서도 복무를 마친 경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신청을 반려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자신 역시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에 국적선택 신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국적법은 병역의무 이행 후 국적선택 신고가 가능한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를 별도 규정을 통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는 현역·상근예비역 또는 보충역들이 복무 중 부득이하게 복무기간을 채우지 못한 때인데, 전시근로역에 편입되거나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경우 등이 해당한다.
병역의무를 다하려는 목적으로 병역판정검사 후 대기 끝에 전시근로역 편입 처분을 받았고, 전시근로역은 전시 소집이 없는 이상 사실상 복무가 종료된 것이기에 자신 역시 복무를 마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A씨 측 주장이다.
법원은 A씨가 고의로 병역의무를 회피한 정황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국가 측 사정으로 복무를 하지 못한 A씨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부연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같은 경우를 지침상 '복무를 마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이 역시 병역의무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해 복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며 "병역 회피 우려가 없다는 측면에서 다른 전시근로역 편입 사유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2017년 이후 입영 통지를 받은 적이 없고 입영 연기를 신청한 적이 없다는 병무청 사실조회 결과를 언급하며 "원고가 병역의무를 회피하고자 시도한 바가 없다"고 짚으며, "공익 복무기간은 21개월로, 만일 원고가 검사 직후인 2018년부터 공익으로 복무했다면 2020년경에는 이를 마치고 국적법에 따라 국적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가 스스로 병역처분 변경을 신청하거나 소집 자원이 적은 다른 지역을 물색해 복무를 이행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귀책사유로 볼 수는 없다"며 "피고 측 처분은 국가의 병역자원 배분 문제로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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