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고 1천억 받는 지방대' 글로컬대학들, '지역인재 확대'는 외면

기사등록 2024/02/13 08:00:00

최종수정 2024/02/13 08:28:46

우수 지방대에 국고 주고 지역인재 정주 목표

대학들 제출한 최종 실행계획서 분석해 보니

"지역인재 선발 규모 확대하겠다"…단 '2개교'

순천대 75% 파격 확대 빼고는 사실상 미미해

지방의대 지역인재 60% 목표 이후 '유학' 거론

5년간 국고 1000억원 쓰는데…"상향 조정 필요"

[서울=뉴시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13일 발표한 글로컬대학30 첫 본지정 대학 10곳의 명단.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13일 발표한 글로컬대학30 첫 본지정 대학 10곳의 명단.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과 맞물린 지역인재 선발 전형 확대를 추진 중인 가운데, 막대한 국고를 투입해 지방대를 기르는 글로컬대학 사업에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역인재 선발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대학은 10곳 중 2곳에 그쳤고, 이 중 의대를 가진 글로컬대 7곳 중 지역인재 확대 뜻을 밝힌 대학은 1곳에 그쳤다.

13일 뉴시스가 녹색정의당 이은주 전 의원과 장혜영 의원이 교육부와 '글로컬대학' 지정 10곳에서 받은 지역인재 전형 추진 계획을 분석해 보니 이와 같았다.

글로컬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지방대를 육성하겠다는 기치로 우수한 지방대를 선정해 교육부가 앞으로 5년 동안 국고 10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첫 평가를 거쳐 10곳(통합 4곳 포함)을 선정한 바 있다.

교육부는 사업 2차년도인 올해 글로컬대학 지정 계획에서 "지역 우수 인재들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경쟁력 있는 지역 대학을 육성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컬대학에 지정된 대학들이 본지정 평가 단계에서 제출한 '실행계획서'를 살펴본 결과, 지역인재 선발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곳은 충북대·한국교통대 연합과 순천대로 단 2곳에 불과했다.

순천대는 대학 전체 모집정원의 75%를 지역인재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22개 시군 중 16개 군이 인구 감소지역이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르면 내년에 입학전형과 선발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충북대·한국교통대도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두 대학 도합 425명인 지역인재 선발 규모를 2027년까지 814명으로 늘리겠다고 답변했다. 두 대학을 합친 통합대학 전체 모집정원(4070명)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글로컬대학은 교육부가 개별 대학에 투입하는 국고 사업비 액수로만 보면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지역인재 입학→취업→정주까지 이어지는 3단계 고리 중 시작인 '입학'엔 미온적인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배분하되 입학 정원의 60%까지 지역인재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방 유학' 현상 가능성까지 거론된 것과 대조를 보인다.

글로컬대학 10곳 중 의대를 보유한 곳은 강원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 한림대로 7곳이다.

그러나 이 중 충북대만 지역인재 확대 뜻을 밝혔고, 이마저도 2027학년도까지 20%여서 이번 의대 증원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계획이 아닌 셈이다.

물론 의대만 보면 지난해 4월 각 대학들이 마련한 2025학년도 입학전형에서 부산대·경상국립대·전북대는 정부 목표치 60%를 이미 넘겼다. 충북대도 법정 기준치(40%)를 웃도는 51%를 선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글로컬대학들은 지역인재 유출 방지와 정주율 확대를 명분으로 막대한 국고를 받아 가는 만큼, 교육부도 지역인재를 위한 대입 전형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원 녹색정의당 교육 분야 정책위원은 "글로컬대학은 지방 살리기에 초점을 둔 정책인 만큼 해당 지역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서 가르치는 데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며 "의대보다 글로컬대학이 먼저 선도적으로 자율적으로 지역인재 전형의 확대를 말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쉬운 지점"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의대정원 증원 계획으로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지난 7일 서울 목동 학원에 의대 입시 관련 문구가 보이는 모습. 2024.02.1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의대정원 증원 계획으로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지난 7일 서울 목동 학원에 의대 입시 관련 문구가 보이는 모습. 2024.02.13. [email protected]
이번 자료에서 지역인재 전형을 확대할 계획을 언급하지 않은 타 글로컬대학은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구상을 하고 있거나 대입과 관련이 없는 계획을 답했다.

강원대·강릉원주대는 강원 지역 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대학 교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무전형 입학제도를 운영할 구상을 밝혔다. 일종의 '입도선매'(立稻先賣, 만들어지지 않은 것을 사들임)인데 대학 측은 현행 대입 제도상 불가능해 규제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학점은행제 시간제 등록생 방식으로 지역 중·고교생을 매년 20명씩 뽑아 정규 교육을 제공하는 '강원 청정 글로컬 경력 설계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혔으나, 역시 지역인재 대입 전형과 직접 연관 짓기는 어렵다.

경상국립대는 올해 우주항공대학 신입생 107명 중 단 5명을 부산·울산·경남 지역인재로 선발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역인재 선발 확대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안동대·경북도립대는 지역 고교생을 위한 수요 맞춤형 교육, 강원대와 유사한 대학과목 선이수제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지역인재 대입 전형은 밝히지 않았다.

울산대는 모집단위를 전공 단위에서 학부 단위로 확대(광역화)하고, 입학 후 소속 변경 없이 다양한 전공을 이수하는 전면 무(無)학과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4월까지 내년 입학전형을 다듬을 계획이지만 지역인재 선발을 늘리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전북대는 도내 혁신도시로 이전해 온 공공기관에서 지역인재로 30%를 채용하도록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지만 대입 지역인재 확대에 대해선 따로 적지 않았다.

글로컬대학 사업과 관련해 지역인재 선발 전형을 확대할 계획이 아예 없다고 답한 대학도 있었다. 부산대(부산교대와 통합)와 포항공대, 한림대 3곳이다.

한림대는 1차 심사인 예비지정 단계에서 제출하는 혁신기획서에서 '지역 공공인재 및 지역사회 기여 입학전형'을 시행하겠다 밝혔지만, 정작 본지정 평가를 받은 실행계획서에서는 해당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송 정책위원은 "글로컬대학들에게 지역인재 전형의 선발 목표치를 제시하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숫자를 제시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지역 선순환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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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고 1천억 받는 지방대' 글로컬대학들, '지역인재 확대'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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