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반 포크 듀오…4년 만에 발매한 정규 3집 호평
제주서 녹음한 현지 기반 앨범
내년 1월7일 홍대 벨로주 '새해의 포크' 공연 참여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자 지금부터 시작해 / 엉뚱한 상상으로 / 우주의 질서를 / 완전히 새로 쓰자 / 왜 또 그렇게나 심각해 / 불쌍한 인생엔 / 혁명이 필요해 / 영웅이 되어 보자 (…) 환멸을 느낄 때 / 멸망을 노래하자/ 오래된 낙서는 / 코메디라고 하자(…)"
이건 포크 듀오 '여유와 설빈' 식(式) 처연하고 초연한 히어로물이다. 이 팀이 4년 만에 발매한 정규 3집 '희극'은 '약자들의 영웅'인 영국 희극배우 겸 감독 찰리 채플린(1889~1977)의 명언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을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들의 삶을 바탕으로 듣는 이들의 개별적인 아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관조적인 태도를 통해 이를 희극으로 승화하기 때문이다.
또 본인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자신들이 사는 땅 제주로 '모셔오는' 겸손함까지 갖췄다. 이건 음악에 대한 순진무구함이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여유와 설빈은 순수한 본질로 포크, 제주, 문학적인 노랫말 등에서 찾게 되는 클리셰를 피해간다. 다음은 여유와 설빈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김사월 씨 콘서트(12월2일 백암아트홀)에 게스트로 나와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 무대만을 위해 제주에서 올라왔던 건가요? 그 무대는 어땠습니까?
"그 무대를 위해 제주에서 올라간 것이 맞습니다. 그날은 게스트로 저희 노래를 들려줄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2부부터 사월님과 밴드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서울의 음악가들과 오랜만에 인사 나눌 수 있어 또 좋았고요."(여유)
-여유와 설빈이라는 예명과 팀명은 어떻게 짓게 됐고 언제부터 써오신 건가요?
"여유는 예명이고 설빈은 본명입니다. 둘이 합쳐서 여유와 설빈이고요. 사실 저희 1집 앨범이 원래는 여유 1집이었어요. 당시 씨티알싸운드에서 앨범 만드는 일을 함께해주고 있었고요. 그런데 작업이 끝나갈 때쯤 슬슬 얘기가 나왔어요. 이 앨범에 설빈 목소리가 꽤 비중이 있는데 여유 1집은 좀 아닌 것 같다고요. 그래서 유통사에 전달할 서류상의 팀명을 여유에서 여유와 설빈으로 고친 거죠. 그렇게 여유와 설빈 1집을 발표함과 동시에 여유와 설빈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습니다."(여유)
-무려 4년 만에 내신 정규 음반입니다. 이렇게 길어진 이유가 있었나요?
"2집을 내고 나서 소진감이 둘 다 심하기도 했고, 다음 작업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이 서로 은연 중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4년이 지났더라고요. 그동안 묵혀왔던 것들이 쌓여서 3집으로 나왔어요."(설빈)
-두 분이 각각 중국집과 학교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압니다. 상당히 짬을 내서 음반 작업을 하셨을 텐데, 그 과정들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본업과 음악 작업을 병행하시는 게 힘드시지는 않으신지요? 이런 병행이 혹시 어떤 시너지를 일으킵니까?
"저는 본업이 음악입니다. 중국집에서의 일은 이번 음반 작업을 다 마치고 시작했어요. 아는 분이 하는 가게라 놀러갔다가 엉겁결에 일을 돕게 된 것인데요. 두세 달 정도 거의 매일 출근하며 함께했고 덕분에 앨범 작업 후유증 없이 일상으로 잘 복귀했습니다."(여유)
이건 포크 듀오 '여유와 설빈' 식(式) 처연하고 초연한 히어로물이다. 이 팀이 4년 만에 발매한 정규 3집 '희극'은 '약자들의 영웅'인 영국 희극배우 겸 감독 찰리 채플린(1889~1977)의 명언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을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들의 삶을 바탕으로 듣는 이들의 개별적인 아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관조적인 태도를 통해 이를 희극으로 승화하기 때문이다.
또 본인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자신들이 사는 땅 제주로 '모셔오는' 겸손함까지 갖췄다. 이건 음악에 대한 순진무구함이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여유와 설빈은 순수한 본질로 포크, 제주, 문학적인 노랫말 등에서 찾게 되는 클리셰를 피해간다. 다음은 여유와 설빈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김사월 씨 콘서트(12월2일 백암아트홀)에 게스트로 나와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 무대만을 위해 제주에서 올라왔던 건가요? 그 무대는 어땠습니까?
"그 무대를 위해 제주에서 올라간 것이 맞습니다. 그날은 게스트로 저희 노래를 들려줄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2부부터 사월님과 밴드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서울의 음악가들과 오랜만에 인사 나눌 수 있어 또 좋았고요."(여유)
-여유와 설빈이라는 예명과 팀명은 어떻게 짓게 됐고 언제부터 써오신 건가요?
"여유는 예명이고 설빈은 본명입니다. 둘이 합쳐서 여유와 설빈이고요. 사실 저희 1집 앨범이 원래는 여유 1집이었어요. 당시 씨티알싸운드에서 앨범 만드는 일을 함께해주고 있었고요. 그런데 작업이 끝나갈 때쯤 슬슬 얘기가 나왔어요. 이 앨범에 설빈 목소리가 꽤 비중이 있는데 여유 1집은 좀 아닌 것 같다고요. 그래서 유통사에 전달할 서류상의 팀명을 여유에서 여유와 설빈으로 고친 거죠. 그렇게 여유와 설빈 1집을 발표함과 동시에 여유와 설빈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습니다."(여유)
-무려 4년 만에 내신 정규 음반입니다. 이렇게 길어진 이유가 있었나요?
"2집을 내고 나서 소진감이 둘 다 심하기도 했고, 다음 작업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이 서로 은연 중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4년이 지났더라고요. 그동안 묵혀왔던 것들이 쌓여서 3집으로 나왔어요."(설빈)
-두 분이 각각 중국집과 학교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압니다. 상당히 짬을 내서 음반 작업을 하셨을 텐데, 그 과정들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본업과 음악 작업을 병행하시는 게 힘드시지는 않으신지요? 이런 병행이 혹시 어떤 시너지를 일으킵니까?
"저는 본업이 음악입니다. 중국집에서의 일은 이번 음반 작업을 다 마치고 시작했어요. 아는 분이 하는 가게라 놀러갔다가 엉겁결에 일을 돕게 된 것인데요. 두세 달 정도 거의 매일 출근하며 함께했고 덕분에 앨범 작업 후유증 없이 일상으로 잘 복귀했습니다."(여유)
"저는 본업이 학교 상담이고 부업이 음악인 셈인데요. 음악은 대부분 여유가 일을 도맡아 하기 때문에 병행이 힘들지는 않아요. 힘들 때는 말하면 여유가 더 많이 배려해주기도 하고요. 상담이든 음악이든 하는 일이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어서, 어쩔 때는 두 일이 상당히 비슷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두 일이 서로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 같아요."(설빈)
-이번 앨범에 대한 호평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반응이 두 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당연히 기분 좋습니다. 정말로 감사하고요. 그런데 그런 반응보다도 스스로에게 큰 영향을 준 건 이번 앨범 작업이 후련하고 별로 아쉬운 점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떳떳할 수가 있어요. 누군가 혹평한다 해도 저희에겐 분명 괜찮은 앨범입니다."(여유)
"전 저희 앨범에 대한 얘기가 있다면 좀 더 많이 듣고 보고 싶긴 해요(웃음). 정성을 다한 만큼 저희 음악이 더 들려진다면 좋은 일이죠."(설빈)
-이전보다 가사에 사용한 말들이 더 내밀해지거나 농밀해졌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그런 변화의 이유가 있었습니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해요. 먼저 창작자로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나에게 익숙한 어법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사는 모습 때문도 있겠죠. 숨기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삶이 노래에 드러나는 부류라서 그렇습니다. 또 그간 취향이 변하면서 무언가 달라진 부분도 있을 것 같네요."(여유)
-제주에서 약 7년 간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언제 어떻게 터를 잡게 됐고, 제주는 두 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이며, 그곳 생활이 개인 혹은 뮤지션에게 어떤 영감을 줍니까?
"여유1집을 준비하려고 할 때 저는 노량진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이었어요. 평일에는 공부하고 주말에는 학원에서 일을 하다가, 일이 끝나면 여유 공연에 갔었죠. 처음 무대에 같이 올라간 건 클럽 빵이었을 거예요. 여유가 여섯 곡을 부른다고 하면 그 중 세 곡에는 제가 화음을 넣는 방식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사이 여유 1집은 여유와 설빈 1집이 됐고, 저는 운 좋게 시험에 합격해서 제주의 학교에 발령 받게 됐죠. 제주는 다채로운 섬이에요. 이주하기 전에는 이곳을 '천혜 자연의 보고', '낭만의 섬'이라고만 여겼는데, 지내다 보니 그게 얼마나 평면적인 생각이었는지 부끄러워져요. 이 섬에는 아픈 역사와, 사람들과의 촘촘한 관계성, 다양하게 사는 이야기가 있어요. 물론 어딜 가나 그렇겠지만 제주에 오래 살고 있다보니 더 애틋하게 느껴져요."(설빈)
-특히 이번엔 제주의 지역성이 많이 반영된 앨범인데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인가요? 의도한 바가 컸나요? 서울 스튜디오가 아닌 제주 램프 스튜디오와 협업은 어떤 시너지가 됐나요?
-이번 앨범에 대한 호평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반응이 두 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당연히 기분 좋습니다. 정말로 감사하고요. 그런데 그런 반응보다도 스스로에게 큰 영향을 준 건 이번 앨범 작업이 후련하고 별로 아쉬운 점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떳떳할 수가 있어요. 누군가 혹평한다 해도 저희에겐 분명 괜찮은 앨범입니다."(여유)
"전 저희 앨범에 대한 얘기가 있다면 좀 더 많이 듣고 보고 싶긴 해요(웃음). 정성을 다한 만큼 저희 음악이 더 들려진다면 좋은 일이죠."(설빈)
-이전보다 가사에 사용한 말들이 더 내밀해지거나 농밀해졌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그런 변화의 이유가 있었습니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해요. 먼저 창작자로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나에게 익숙한 어법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사는 모습 때문도 있겠죠. 숨기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삶이 노래에 드러나는 부류라서 그렇습니다. 또 그간 취향이 변하면서 무언가 달라진 부분도 있을 것 같네요."(여유)
-제주에서 약 7년 간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언제 어떻게 터를 잡게 됐고, 제주는 두 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이며, 그곳 생활이 개인 혹은 뮤지션에게 어떤 영감을 줍니까?
"여유1집을 준비하려고 할 때 저는 노량진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이었어요. 평일에는 공부하고 주말에는 학원에서 일을 하다가, 일이 끝나면 여유 공연에 갔었죠. 처음 무대에 같이 올라간 건 클럽 빵이었을 거예요. 여유가 여섯 곡을 부른다고 하면 그 중 세 곡에는 제가 화음을 넣는 방식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사이 여유 1집은 여유와 설빈 1집이 됐고, 저는 운 좋게 시험에 합격해서 제주의 학교에 발령 받게 됐죠. 제주는 다채로운 섬이에요. 이주하기 전에는 이곳을 '천혜 자연의 보고', '낭만의 섬'이라고만 여겼는데, 지내다 보니 그게 얼마나 평면적인 생각이었는지 부끄러워져요. 이 섬에는 아픈 역사와, 사람들과의 촘촘한 관계성, 다양하게 사는 이야기가 있어요. 물론 어딜 가나 그렇겠지만 제주에 오래 살고 있다보니 더 애틋하게 느껴져요."(설빈)
-특히 이번엔 제주의 지역성이 많이 반영된 앨범인데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인가요? 의도한 바가 컸나요? 서울 스튜디오가 아닌 제주 램프 스튜디오와 협업은 어떤 시너지가 됐나요?
"작업을 제주에서 할 것인지 서울에서 할 것인지 무척 고민이 됐어요. 많은 훌륭한 작업들이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그동안 협업했던 곳들과 사람들도 서울에 있으니 이번에도 그래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한편, 제주에 내려온 지 7년을 채워가는데 제대로 뿌리내린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동시에 있었어요. 서울에 가면 제주 사람 같은데 제주에 있으면 육지 사람 같은 그런 묘한 느낌이랄까요. 작업을 반드시 제주에서 풀어내야 하는 법은 없었지만, 시작점을 찾는다면 이곳이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출발지가 섬인 거죠. 램프스튜디오는 저희가 제주에 내려오고 나서 알게 된 곳이고, 강경덕 님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예요. 2집 작업 때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스튜디오 이전으로 그때는 함께 못했었고 3집에 같이 하게 됐죠. 램프와의 협업은 여유와 설빈에게는 큰 해방감을 줬어요. 작업에 어떤 직감이 선명하다면, 스스로 마음에 드는 길이 있다면, 여건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우리의 길을 가도 좋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설빈)
-브런치에 작업기를 연재하시기도 하셨어요. 그런 작업이 공개하는 것이 앨범 작업 과정과 완성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여유가 이번 앨범 작업 시작할 때 1년 정도를 보고 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지구력이 그렇게 좋지가 않아요. 오랫동안 뭔가를 해야 된다고 하면 벌써 지치고요. 1년을 전념하는 것은 힘들겠고 계절별로 정리해서 환기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욕구가 있었고요. 일단 여유는 자기 노래들이 아주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없어요. 곡 자체에 대해서도 부연 설명을 최대한 삼가고, 멘트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노래만 들려주는 공연을 늘 꿈꾸죠. 먹고 살아야 되는데 한 명이 조용하고 싶으면 남은 한 명이 스피커가 돼야지 어떡하겠어요. 여유와 설빈에는 여유랑 설빈 뿐인데(웃음). 그동안 여러 공연에서 3집을 기대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오래 뵌 분들은 다음 작업이 나올 때가 됐는데 안 나온다고 장난스레 얘기해주시기도 했고요. 계절별 작업기는 저희 뭔가 하고 있어요,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하는 메시지로 잘 다가간 것 같아요."(설빈)
-앞서 한 인터뷰에서 밝히신 것처럼 다양한 악기 조합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에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셨다고요. 예산이랑 작업 기간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았을 텐데, 가장 써보고 싶었던 악기가 있었습니까?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함께해주는 사람들 덕이에요. 수지 타산을 생각하면 애초에 시작할 수도 없는 그런 일을 끝까지 매듭짓게 해준 일등공신은 경덕 형이에요. 덕분에 스튜디오에서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다양한 악기를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었어요. 또 가장 써보고 싶었던 악기라기 보다는, 쓰게 될 줄 몰랐는데 막상 써보니 너무 좋았던 악기는 트럼펫이었습니다. 태풍으로 제주에 발이 묶인 트럼페터와의 우연한 만남이 드라마틱하기도 했고요."(여유)
-그래서 그런지 사운드가 상당히 입체적이고 다채로웠습니다. 믹싱과 마스터링에서 중요하게 여긴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믹싱에서는 소리 하나하나의 톤, 질감, 디테일을 보고 배치를 조금씩 수정하는 과정을 꽤 오래 진행했어요. 1데시벨을 줄이냐 마냐, 키우냐 마냐를 가지고 좀 심하게 집착했던 것 같아요. 마스터링에서는 곡이 가지고 있는 다이내믹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어요. 작을 땐 작고, 클 땐 확 커지는 그런 부분이요. 요즘 노래들에 비해 볼륨이 조금 작을지라도, 다이내믹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피드백을 드렸고 감사하게도 잘 반영해주셨습니다."(여유)
-5년 전에 만든 노래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물론 세밀한 결은 다 다르지만 아홉 곡의 맥락이 이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앨범을 완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서는 무엇이었습니까? 트랙을 배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요소도 궁금합니다.
"가장 오래된 곡은 '메아리'입니다. 2018년 상상마당 단독 공연 때도 불렀던 곡이니까요. 당시에 2집 앨범 수록 예정곡이라고 소개했던 것 같은데, 3집에 실리게 됐네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정서는 저에게는 아마 슬픔이 아니었나 합니다. 트랙을 배치할 때는 이런 순서로 들었을 때 앨범이 어떤 이야기로 전달되는가를 고려했습니다. 순서에 따라 다른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니까요."(여유)
-좋은 건축에서 좋은 삶이 자란다고 쓴 건축가 승효상의 '빈자의 미학'이 이번 음반 작업의 반석이 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영감이 됐나요?
-브런치에 작업기를 연재하시기도 하셨어요. 그런 작업이 공개하는 것이 앨범 작업 과정과 완성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여유가 이번 앨범 작업 시작할 때 1년 정도를 보고 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지구력이 그렇게 좋지가 않아요. 오랫동안 뭔가를 해야 된다고 하면 벌써 지치고요. 1년을 전념하는 것은 힘들겠고 계절별로 정리해서 환기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욕구가 있었고요. 일단 여유는 자기 노래들이 아주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없어요. 곡 자체에 대해서도 부연 설명을 최대한 삼가고, 멘트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노래만 들려주는 공연을 늘 꿈꾸죠. 먹고 살아야 되는데 한 명이 조용하고 싶으면 남은 한 명이 스피커가 돼야지 어떡하겠어요. 여유와 설빈에는 여유랑 설빈 뿐인데(웃음). 그동안 여러 공연에서 3집을 기대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오래 뵌 분들은 다음 작업이 나올 때가 됐는데 안 나온다고 장난스레 얘기해주시기도 했고요. 계절별 작업기는 저희 뭔가 하고 있어요,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하는 메시지로 잘 다가간 것 같아요."(설빈)
-앞서 한 인터뷰에서 밝히신 것처럼 다양한 악기 조합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에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셨다고요. 예산이랑 작업 기간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았을 텐데, 가장 써보고 싶었던 악기가 있었습니까?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함께해주는 사람들 덕이에요. 수지 타산을 생각하면 애초에 시작할 수도 없는 그런 일을 끝까지 매듭짓게 해준 일등공신은 경덕 형이에요. 덕분에 스튜디오에서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다양한 악기를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었어요. 또 가장 써보고 싶었던 악기라기 보다는, 쓰게 될 줄 몰랐는데 막상 써보니 너무 좋았던 악기는 트럼펫이었습니다. 태풍으로 제주에 발이 묶인 트럼페터와의 우연한 만남이 드라마틱하기도 했고요."(여유)
-그래서 그런지 사운드가 상당히 입체적이고 다채로웠습니다. 믹싱과 마스터링에서 중요하게 여긴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믹싱에서는 소리 하나하나의 톤, 질감, 디테일을 보고 배치를 조금씩 수정하는 과정을 꽤 오래 진행했어요. 1데시벨을 줄이냐 마냐, 키우냐 마냐를 가지고 좀 심하게 집착했던 것 같아요. 마스터링에서는 곡이 가지고 있는 다이내믹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어요. 작을 땐 작고, 클 땐 확 커지는 그런 부분이요. 요즘 노래들에 비해 볼륨이 조금 작을지라도, 다이내믹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피드백을 드렸고 감사하게도 잘 반영해주셨습니다."(여유)
-5년 전에 만든 노래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물론 세밀한 결은 다 다르지만 아홉 곡의 맥락이 이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앨범을 완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서는 무엇이었습니까? 트랙을 배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요소도 궁금합니다.
"가장 오래된 곡은 '메아리'입니다. 2018년 상상마당 단독 공연 때도 불렀던 곡이니까요. 당시에 2집 앨범 수록 예정곡이라고 소개했던 것 같은데, 3집에 실리게 됐네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정서는 저에게는 아마 슬픔이 아니었나 합니다. 트랙을 배치할 때는 이런 순서로 들었을 때 앨범이 어떤 이야기로 전달되는가를 고려했습니다. 순서에 따라 다른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니까요."(여유)
-좋은 건축에서 좋은 삶이 자란다고 쓴 건축가 승효상의 '빈자의 미학'이 이번 음반 작업의 반석이 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영감이 됐나요?
"저희의 작업에서 보통 여유는 창작의 영역을, 저는 실연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는 여유가 만들어 낸 창작물을 이해하고 화음을 덧붙이곤 하는데요. 여유가 만들어 놓은 노래 중에 3집에 실릴 곡들을 차근차근 듣는데, 이 노래들이 섬의 정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 왜 앨범 작업을 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빈약하게 느껴졌어요. 이전 작업이 힘들기도 했어서 더더욱 마땅한 이유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때 즈음 거장의 언어가 제 마음 속에 들어온 거죠. 하나의 집을 지을 때에도 성격이 또렷한지, 땅과 시간의 흐름에 올바르게 부합하는지 살펴야 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준비돼 있고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시점에 정말 필요했던 글이었죠. 그 책을 보고 3집 앨범이 제 색깔을 띄려면 더더욱 제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업 뿐 아니라 삶에서도 내가 오롯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 추천하는 책입니다."(설빈)
-더블 타이틀곡 외에 곡들도 너무 좋았는데 왜 '너른 들판', '밤하늘의 별들처럼'이 더블 타이틀곡이 된 걸까요?
"'밤하늘의 별들처럼'은 작업 시작 때부터 타이틀곡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 저희에게 어떤 중심이 돼준 곡이었어요. 다른 곡을 작업하다가 막히면 '밤하늘의 별들처럼'을 한번 듣고 다시 돌아오기도 했고요. '너른 들판'은 저희 코프로듀서 이대봉님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어요. 처음 의뢰드리고 전곡을 들려드릴 때부터 '너른 들판'에 강렬한 인상을 받으셨던 것 같아요. 나중에 보니 메시지적으로도 두 곡이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블 타이틀로 결정하게 됐습니다."(여유)
-모든 곡이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희극'이 너무 좋았습니다. '여유와 설빈 식 히어로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연한데 초연한 그런 느낌이요. 이 곡을 만들 때 메시지,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이었습니까? 역시 앞서 인터뷰에서 언급하셔서 그런지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화음 파트가 정말 아련했어요. 화음 파트를 만드실 때 고려한 건 무엇인가요?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처음 곡을 쓸 때는 어떠한 의도 없이 제 안에 쌓여있던 것이 터져 나오는 그런 형태이고요. '희극' 편곡 과정에서는 폐놀이동산 같은 어딘가 뒤틀린 이미지를 구현해볼 생각이 있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둘의 화음 파트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제가 쓴 원래의 멜로디가 있는 상황에 설빈이 화음을 넣는 식입니다. 저는 화음을 넣는 재주가 없어서 화음 파트의 감동은 거의 설빈의 몫이에요."(여유)
"저는 화음을 만들 때 곡의 인상을 먼저 떠올리는 편인데요. '희극'은 작은 유령들의 축제 같았어요.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동산에, 조명이 있다면 보라색인 장면들이 떠오르고요. 희극의 화음에도 그런 부분들을 고려했어요. 웃는데 슬프고 으스스한 느낌이 들길 바라면서요."(설빈)
-1집은 다른 프로듀서, 2집은 공동 프로듀서, 3집은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들었습니다. 3집은 어떤 지점이 달라야만 했고 그렇게 해서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1집은 노래만 덜렁 만들어 놓고 나머지 작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맡겨 놓고 거의 시키는대로만 했던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그때가 덕분에 가장 쉽고 편하게 작업을 했던 때고요. 2집부터 음반을 직접 프로듀싱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공동 프로듀서와 연주자들에게 여러모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이번 3집은 전작들에 비해 저희가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하는 작업이기도 했어요. 녹음, 편곡, 믹싱 등의 영역에서 그려내고 싶은 그림을 그리느라 덧칠하고, 지우고, 그런 과정들이 지겨울 만큼 계속 있었고요. 3집은 완성도에 대한 강박이 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올해 1월에 처음 앨범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기간을 1년 정도로 잡았던 것도 제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작업을 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시간에 쫓겨 급하게 타협하고 마감하는 형태로 발매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여유)
-홍대 앞 벨로주 '새해의 포크' 공연(내년 1월7일)에 참여하는 등 여러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어떤 공연이 예정돼 있고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요?
"올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제주 함덕에서의 공연이 예정돼 있고요. 내년에는 새해의 포크 공연을 시작으로 몇 개의 공연이 더 잡혀 있습니다. 그간 앨범 작업을 핑계로 꽤 소극적이었는데, 이제 할 수 있는 공연은 다 해보려고요. 서울과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활동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앞으로의 소식은 여유와 설빈 소셜 미디어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여유)
"불러주시고 초대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설빈)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더블 타이틀곡 외에 곡들도 너무 좋았는데 왜 '너른 들판', '밤하늘의 별들처럼'이 더블 타이틀곡이 된 걸까요?
"'밤하늘의 별들처럼'은 작업 시작 때부터 타이틀곡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 저희에게 어떤 중심이 돼준 곡이었어요. 다른 곡을 작업하다가 막히면 '밤하늘의 별들처럼'을 한번 듣고 다시 돌아오기도 했고요. '너른 들판'은 저희 코프로듀서 이대봉님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어요. 처음 의뢰드리고 전곡을 들려드릴 때부터 '너른 들판'에 강렬한 인상을 받으셨던 것 같아요. 나중에 보니 메시지적으로도 두 곡이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블 타이틀로 결정하게 됐습니다."(여유)
-모든 곡이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희극'이 너무 좋았습니다. '여유와 설빈 식 히어로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연한데 초연한 그런 느낌이요. 이 곡을 만들 때 메시지,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이었습니까? 역시 앞서 인터뷰에서 언급하셔서 그런지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화음 파트가 정말 아련했어요. 화음 파트를 만드실 때 고려한 건 무엇인가요?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처음 곡을 쓸 때는 어떠한 의도 없이 제 안에 쌓여있던 것이 터져 나오는 그런 형태이고요. '희극' 편곡 과정에서는 폐놀이동산 같은 어딘가 뒤틀린 이미지를 구현해볼 생각이 있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둘의 화음 파트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제가 쓴 원래의 멜로디가 있는 상황에 설빈이 화음을 넣는 식입니다. 저는 화음을 넣는 재주가 없어서 화음 파트의 감동은 거의 설빈의 몫이에요."(여유)
"저는 화음을 만들 때 곡의 인상을 먼저 떠올리는 편인데요. '희극'은 작은 유령들의 축제 같았어요.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동산에, 조명이 있다면 보라색인 장면들이 떠오르고요. 희극의 화음에도 그런 부분들을 고려했어요. 웃는데 슬프고 으스스한 느낌이 들길 바라면서요."(설빈)
-1집은 다른 프로듀서, 2집은 공동 프로듀서, 3집은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들었습니다. 3집은 어떤 지점이 달라야만 했고 그렇게 해서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1집은 노래만 덜렁 만들어 놓고 나머지 작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맡겨 놓고 거의 시키는대로만 했던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그때가 덕분에 가장 쉽고 편하게 작업을 했던 때고요. 2집부터 음반을 직접 프로듀싱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공동 프로듀서와 연주자들에게 여러모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이번 3집은 전작들에 비해 저희가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하는 작업이기도 했어요. 녹음, 편곡, 믹싱 등의 영역에서 그려내고 싶은 그림을 그리느라 덧칠하고, 지우고, 그런 과정들이 지겨울 만큼 계속 있었고요. 3집은 완성도에 대한 강박이 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올해 1월에 처음 앨범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기간을 1년 정도로 잡았던 것도 제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작업을 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시간에 쫓겨 급하게 타협하고 마감하는 형태로 발매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여유)
-홍대 앞 벨로주 '새해의 포크' 공연(내년 1월7일)에 참여하는 등 여러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어떤 공연이 예정돼 있고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요?
"올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제주 함덕에서의 공연이 예정돼 있고요. 내년에는 새해의 포크 공연을 시작으로 몇 개의 공연이 더 잡혀 있습니다. 그간 앨범 작업을 핑계로 꽤 소극적이었는데, 이제 할 수 있는 공연은 다 해보려고요. 서울과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활동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앞으로의 소식은 여유와 설빈 소셜 미디어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여유)
"불러주시고 초대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설빈)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