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있는데도…운전자 94%가 '일시 정지 규정' 위반

기사등록 2023/12/04 15:40:50

최종수정 2023/12/04 16:47:30

거동 불편한 노인 횡단보도 건너는 상황 설정한 실험

3시간 동안 96대 차량 중 6대만 '일시 정지 규정' 준수

지난해 7월 도입 "반드시 운전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와중에 승용차가 거리낌 없이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키즐 kizzle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와중에 승용차가 거리낌 없이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키즐 kizzle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선정 리포터 = 지난해 7월 시행된 횡단보도 '일시 정지 규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사회실험 결과가 나왔다. 거동이 힘든 노인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94.2%의 차량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관찰됐다.

구독자 124만 명을 보유한 사회 실험 유튜버 키즐은 지난달 30일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제작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따르면 보조 보행기의 도움을 받는 노인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3시간 동안 102대 6대의 차량만이 도로교통법 27조 1항을 준수했다. 도로교통법 27조 1항은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일시정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 3분 가량의 영상에서는 96대의 차량이 노인이 횡단보도에 진입 중이거나 건너는 와중에도 거리낌 없이 도로를 지나갔다. 규정 위반 차량은 승용차, SUV, 택시, 오토바이 등 다양했다.
두 대의 차량이 일시 정지 규정을 위반하는 중 중년 남성이 어르신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키즐 kizzle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두 대의 차량이 일시 정지 규정을 위반하는 중 중년 남성이 어르신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키즐 kizzle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길을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주변 시민들이 도움을 주는 훈훈한 모습도 관찰됐다.

고등학생 보행자, 청년 보행자, 중년 운전자 등 주변에 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노인이 인도까지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왔다.

"왜 할머니를 도와주셨냐"는 질문에 한 고교생은 "차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훅훅 지나가길래 (할머니가) 위험해 보여서 도와드렸던 것 같다"고 답했다. 운전하던 차에서 내려 노인을 도운 중년 운전자는 "(차들이) 중간에 너무 (위험하게) 운전들을 하고 있어 저희 할머니 생각도 나고 그래서 도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일시 정지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고교생은 "저희같이 건강한 사람들도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건너기 무서운데 할머니처럼 노인분들은 더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 일시 정지 규정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동일한 질문에 한 운전자는 "운전하다 보면 일시 정지 규정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많이 보인다. 어쩔 때 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아서 이 부분(일시 정지 규정)은 반드시 운전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차대 사람 횡단보도 사고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만9138건이나 발생했다. 일시정지 규정을 담은 도로교통법 27조1항은 지난해 1월 개정돼 7월 1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편 누리꾼은 "횡단보도 사람 건너는 거 보여도 비껴서 지나가는 차는 뭐냐", "법규 위반자들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다. 동행한 사람처럼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운전자들도 문제지만 관할 구청과 경찰서도 일 안 한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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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있는데도…운전자 94%가 '일시 정지 규정' 위반

기사등록 2023/12/04 15:40:50 최초수정 2023/12/04 16: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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