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롤·까·오' 명품이거나, 수십만원 스마트워치로…시계 양극화

기사등록 2023/11/05 10:30:00

최종수정 2023/11/08 08:33:22

[명품시계의 시간①] 글로벌 매출 '톱10'서 '리차드밀' 등 초고가 브랜드 진입 이어져

롤렉스·까르띠에·오메가 매출 '빅3'로…스마트 워치 등장으로 쿼츠 시계 존재감 희미

1960년대 출시된 부로바(Bulova)의 아큐트론. 쿼츠의 선조 격인 최초의 전지시계로, 세이코(Seiko)의 '아스트론'과 함께 한때 명품 시계 시장을 무너뜨린 '쿼츠 파동'의 상징같은 모델로 꼽힌다. (사진=Bulova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1960년대 출시된 부로바(Bulova)의 아큐트론. 쿼츠의 선조 격인 최초의 전지시계로, 세이코(Seiko)의 '아스트론'과 함께 한때 명품 시계 시장을 무너뜨린 '쿼츠 파동'의 상징같은 모델로 꼽힌다. (사진=Bulova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글로벌 시계 시장의 가격 양극화가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매출 상위 10개 시계 브랜드엔 5년 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리차드밀(Richard Mille) 등 가격이 수억원대까지 달하는 브랜드들까지 진입했다.

반면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브랜드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시계 업계에선 2014년 애플워치가 등장한 뒤로 초고가 브랜드를 제외하고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는데, 이런 추측이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반대로 '가성비'를 앞세운 마이크로 브랜드 시장이 형성되면서 시계 시장의 가격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디젤(Diesel)' 등의 시계를 국내에 수입하는 파슬코리아가 영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해당 브랜드들은 20만~40만원대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쿼츠(건전지) 시계를 주로 취급해왔다.

시계는 일반적으로 쿼츠 시계와 기계식 시계로 나뉜다.

기계식 시계는 태엽을 감아 작동하는 시계를 말한다. 동력 장치인 무브먼트의 구조가 복잡해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높고 관리도 까다롭다.

정확성도 쿼츠보다 현저히 떨어지지만, 기계식 시계 제작 기술과 섬세한 마감이야말로 '시계 기술의 정수'라고 보는 인식이 있어 애호가들에게 주로 선호된다.

반면 쿼츠 방식은 정확성이 필요하거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편하게 찰 수 있는 대중적인 시계에 많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쿼츠 시계는 스마트워치가 등장한 뒤로 대중들의 외면을 받아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파슬코리아 철수가 이 같은 쿼츠 시계의 시장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70~1980년대 쿼츠 시계의 보급으로 기계식 시계가 사라질 뻔했던 '쿼츠 파동'이 일어났다면, 최근엔 쿼츠 시계가 먼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시계업계 관계자는 "특정 수준 이상의 브랜드를 제외하곤 모두 위기를 맞을 거라는 이야기는 전부터 있었다"며 "쿼츠 시계는 보통 100만원대 미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다 보니 스마트워치와 가격대도 비슷해 명품 시계들보다 먼저 위기를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명품 시계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브랜드들이 위기를 맞는다는 가정은 시계 브랜드들의 매출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실제로 모건 스탠리가 발표한 올해 시계 기업 매출(추정치) 순위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격대가 낮은 브랜드들의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수천만원부터 수억원대에 이르는 초고가 시계 브랜드들이 차트 안에 들어온 것이다.
모건 스탠리가 추정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매출 순위. (표=주동일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모건 스탠리가 추정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매출 순위. (표=주동일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리스트엔 1위부터 10위까지 ▲롤렉스(Rolex) ▲까르띠에(Cartier) ▲오메가(Omega) ▲오데마피게(Audemars Piguet)
▲파텍필립(Patek Philippe) ▲리차드밀 ▲론진(Longines) ▲IWC ▲브라이틀링(Breitling) ▲바쉐론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이 올랐다.

반면 5년 전인 2018년엔 ▲롤렉스 ▲오메가 ▲까르띠에 ▲파텍필립 ▲론진 ▲티쏘(Tissot) ▲오데마피게 ▲IWC ▲태그호이어(TAG Heuer)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순이었다.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티쏘와 태그호이어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고가인 브라이틀링과 바쉐론 콘스탄틴이 들어온 것이다.

차트에서 빠진 예거 르쿨트르 역시 고가 시계로 분류되지만, 대신 테니스 선수 나달의 시계로도 유명한 리차드밀이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상위권에선 국내 예물시계로도 인기가 많아 '롤·오·까'로도 불리는 롤렉스와 오메가, 까르띠에의 순서가 2020년부터 '롤까오'로 바뀌었다.

저가 시계 브랜드 시장이 쿼츠 대신 기계식 시계로 대체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통계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최근엔 '마이크로 브랜드'로 불리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생산한 시계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포이보스(Phoibos)나 발틱(Baltic), 글라이신(Glycine), 국내 브랜드 티셀(Tisell)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시계뿐만 아니라 롤렉스 서브마리너 등 인기 모델과 비슷한 디자인의 시계(오마주 시계)를 만들어 시계 애호가들에게 입문용이나 편하게 차기 좋은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다른 시계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로 시간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시계는 마니아들만 찾는 시장이 됐다"며 "마니아들이 덜 선호하는 쿼츠 시계 시장이 축소되고, 마니아들이 찾는 기계식 시계 시장이 입문용인 중저가와 하이엔드인 초고가로 양극화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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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롤·까·오' 명품이거나, 수십만원 스마트워치로…시계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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