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물가' 폭등에 여행 포기 선택
일부 여행지 바가지 논란도 '찜찜'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회사원 김모(35)씨는 6일간의 '황금연휴'를 집에서만 보낼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떠날까 잠깐 생각했지만, 100만원에 달하는 항공료를 보고는 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는 "'황금연휴'는 극성수기라 오히려 아무 데도 못 간다"며 "물가도 말도 안 되게 비싸다. 여행은 사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일 뉴시스 취재 결과, 다음달 2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추석 연휴 시작일인 9월28일부터 개천절인 10월3일까지 무려 엿새 동안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완성됐지만 시민들은 선뜻 여행 가방을 꾸리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앞서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5일) 국무회의 임시공휴일 지정 의결건을 재가했다. 황금연휴를 통한 소비 활성화와 내수 진작이 기대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시민들의 경우 오히려 '집콕'(집에 콕 박혀있다는 뜻 조어)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가평으로 세 가족 동반 휴가를 다녀온 이모(36)씨 부부는 '황금연휴'에도 집에만 있을 계획이다.
이씨는 "평소 40~50만원대였던 풀빌라가 성수기에는 100만원 가까이 하더라"며 "물가가 오른 게 체감돼 앞으로 성수기 여행은 무조건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30)씨도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 급하게 항공편을 알아봤는데 벌써 호텔이나 항공, 관광지 가격들이 죄다 올랐다"며 "그냥 부모님과 동네에서 외식이나 할까 한다"고 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회자된 일부 유명 여행지의 바가지 논란으로 국내 여행을 주저한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임모(38)씨는 "아이 학교가 방학을 하자마자 강원도를 다녀왔는데 숙소 컨디션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쌌다. 아이가 가자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갔는데 여행 간 게 후회될 정도였다"며 "황금연휴라는 이번에는 또 얼마나 심할까 싶어서, (연휴 기간에) 집에만 있을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불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이뤄진 임시 공휴일 결정이 더 빨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경기도의 한 제조업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박모(37)씨는 "원청 대기업이 쉬면 우리도 다 같이 쉬고, 원청이 안 쉬면 같이 못 쉬는 구조"라며 "이렇게 다 같이 쉬는 기회가 드문데, 임박해서 (임시 공휴일) 지정이 돼서 아무 계획도 못 짰다. 이미 (여행비가) 너무 비싸고 예약도 힘들다"고 했다.
실제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된 뒤 콘도 이용료 등 '휴가 물가'는 이미 급등한 상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를 앞둔 지난 6월 콘도 이용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올랐다. 호텔 숙박료는 11.1%, 놀이 시설 이용료는 6.8%, 외식 물가는 6.3%, 해외 단체 여행비는 5.2% 뛰었다.
한편 에듀윌이 지난 6월12일부터 열흘간 20~40대 성인남녀 118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올여름 1인당 예상 휴가비를 21~40만원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휴가를 안 가겠다는 이른바 '휴포족'은 30.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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