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모비스, 노조 교섭 결렬 선언 파업 준비
기아도 임단협 파열음 "구시대 전략" vs "수용 불가"
현대모비스 노조, 특별성과급 차별 논란 끝에 교섭 결렬
임단협 노사 갈등으로 곳곳에 하반기 파업 가능성↑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현대차그룹의 올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룹 안에서 규모가 가장 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이미 파업 준비에 착수했고, 기아와 현대모비스도 집단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는 대규모 파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8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제17차 교섭에서 임단협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이 조합원 요구를 외면하고 일괄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제부터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지난 6월1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벌여왔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노조는 교섭 결렬 선언 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했다. 이어 23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하고 25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다만 실무교섭과 고용안정 협의는 열어둔 상태로 사측과 필요한 대화는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5년 만에 파업 나서나, '협상 카드' 시각도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지난 2018년 이후 5년만의 파업이 된다. 노조는 최근 4년 간 코로나19 유행과 한일 경제 갈등 상황을 고려해 파업 없이 무분규로 교섭을 끝낸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양측 입장차가 워낙 커 무분규 타결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린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하반기 출시를 앞둔 신차 생산은 물론 전체 공장이 가동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강성 집행부 역시 투쟁 수위를 한 껏 끌어올리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합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에 돌입했으나 무분규로 협상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파업이 말 그대로 파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협상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부정적 여론, 조합원 분열까지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집행부가 쉽게 꺼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 속도 높여도 이견만 확인" 기아 노사 강대강 대치
별도 요구안으로는 정년연장과 신규인원 채용, 주 4일제 도입, 동희오토 법인통합 등을 내세웠다. 노조는 전날 내부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우선채용 개정요구로 교섭 자체를 지연시켜 양재동 눈치보기에 급급한 구시대적 전략 아래 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고용세습 조항을 먼저 개정해야 신규채용이 가능한다고 맞섰다. 기아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25년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내용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노사 양측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입건되기까지 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노조도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는 지난 6월 22일 상견례 이후 두 달 가량 13차례의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제시안 없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이제부터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특별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 2월 현대차·기아와 똑같은 특별격려금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농성을 벌였는데 그 여파가 올해 임단협 테이블에도 올랐다. 이 밖에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주식 포함) ▲현대차와 동일한 평생 사원증 요구 ▲차량 구입 소득세 보전 확대 등을 내세웠다.
노조는 오는 24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모바일 전자 투표와 현장 거점 투표를 진행한다. 노조 관계자는 "방어에만 치중하는 사측의 태도에 분노한다"며 "올해 2분기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동일한 특별성과금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질타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부품사 지회도 교착 상태다. 이들 노조는 지난 17일 유니투스 평택공장과 모트라스 아산공장에서 사측과 만나 10차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노조는 사측에 오는 24일 열리는 11차 본교섭에서 일괄 제시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일괄 제시안이 없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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