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도서정가제가 지난 20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온 가운데 '출판시장의 미래'라고 불리는 전자책 업계에서 관련 규정에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2014년 개정 후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 웹툰, 웹소설 등 전자콘텐츠에 적합하지 않고 전자책 발전을 위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도서정가제'라고 부르는 출판문화진흥법 제22조 4항은 책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 책값을 할인할 수 없도록 지정한 제도다. 정가의 10%, 각종 쿠폰과 마일리지를 포함해도 최대 15%까지만 할인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전자출판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동일한 할인율 제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특성'을 이유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웹소설·웹툰 등 짧은 시간 소비되는 콘텐츠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통해 독자를 모아야 하는 만큼 할인율 제한이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장용이 아닌 킬링타임용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종이책 시장보다 전자책 시장에 많은 만큼 할인 규제는 독자 유입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별도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에 도서정가제의 위헌확인을 낸 A씨는 웹소설 작가로 온라인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업체 설립을 준비하던 중 도서정가제로 인해 책 시장이 위축됐다며 2020년 헌법소원을 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주장에 대해서 "구분되는 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양자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며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만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종이출판산업이 쇠퇴할 우려가 있다"며 적용 예외를 기각했다.
4500억 규모 전자책 시장…"성장세 유지 위해서라도 관련 제도 논의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던 시점에 전자책이 도서정가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많은 장르 분야가 연재 형식의 웹툰·웹소설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해 시장을 확대했다"며 "단행본 형태의 전자책 출간을 늘리고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전자책이 도서정가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자책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이 법안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전자책의 경우 종이책과 달리 소유권 이전이 어렵고 플랫폼이 사업을 종료하면 이용할 수 없는 만큼 실제로 소유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전자책 유통의 경우 중소형 서점이 아닌 플랫폼 기업에서 담당하는 만큼 지역서점이 위축되거나 도태될 우려도 적다는 해석도 있다.
구독·대여 형태로 성장한 전자책 시장
밀리의 서재, 윌라, 예스24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는 도서정가제 적용이 되지 않는 대여와 구독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 측은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무렵 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었고 이에 발맞춰 책도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구상에서 시작했다"며 "이후 도서정가제와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자책의 경우 도서정가제와 무관하게 기본적으로 대여가 더 적절한 형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물 도서가 아닌 만큼 독자들의 소장 욕구 자체가 떨어지고 싼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재검토를 앞둔 도서정가제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다만 웹소설 등 연재 형태의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규제를 마련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며 "도서정가제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웹소설 등 전자책 업계는 새로운 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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