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경력 초등교사 간담회…3년차 이하 11명만 참석
"아동학대 소송 방지 위한 예방 조치 심각하게 나서야"
"학부모 면담 절차 제도화 요청…신속히 준비할 것"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이초 사망 교사와 경력이 비슷한 초등교사들을 만나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뼈를 깎는 각오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27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저경력 초등교사 간담회'에서 "교육감으로서 넓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교사들이 온전히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2년차 서이초 교사가 교내에서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경력이 낮은 초등교사들의 고충을 듣고자 마련됐다. 발령 3년차 이하 초등교사 11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교육청은 11개 교육지원청별로 2명씩 모집해 총 20명 안팎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참석 인원은 절반 가량에 그쳤다.
조 교육감이 이날 저연차 초등교사만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등에서는 '서이초 사건은 저경력 교사만의 문제가 아닌데, 교육청이 경력에 따른 갈라치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참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틀 전 교감에게 간담회 참석 의사를 밝혔다가 다음날 불참으로 번복했다는 2년차 서울 초등교사는 "처음에는 저경력 교사의 어려움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라고 들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고민할수록 굳이 경력을 제한해 간담회를 여는 의도에 의문이 생겼다"며 "간담회 의도가 예상과 다르게 변질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방송 및 사진 촬영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간담회가 10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조 교육감 또한 "오늘 이 자리까지 선생님들 참여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여건을 섬세하게 고민했어야 했는데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력 낮은 교사들로 한정해 간담회를 연 이유에 대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교사로 임용돼 교실을 운영하며 겪었을 고충이 남달랐을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먼저 경청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40분께 시작된 간담회는 약 100분이 지난 낮 12시2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간담회를 마친 조 교육감은 취재진과 만나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하려고 해도 학부모 민원으로 고소·고발 당할까봐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없는 현장을 바꿔달라는 절절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교실 현장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훈육과 학대를 최소한 구별하는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아동학대로 교육이 위협받는 부분을 국회에서 법적으로 보완하고, 교육청에서는 소송당하지 않기 위한 예방 조치에 대해 심각하게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의 교권침해적 행동이나 민원제기라던지, 공격적 행동들을 (교사가) 바로 맞닥뜨리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면담 절차를 제도화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며 신속하게 준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아울러 문제학생의 행동이 명백한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로 이어지지 않고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문제행동에 대해 무기력, 포기상태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머리를 맞대고 보완책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연차별, 지역별, 학교급별 선생님들의 고충도 현장에서 직접 듣고 소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